“그녀가 모든 기억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름도, 나이도, 사랑했던 나 조차도”

이 대사는 극 중 철수(정우성)가 사랑하는 사람인 수진(손예진)의 뇌가 부분적으로 기능을 잃어가는 알츠하이머에 걸려 일어나는 일들을 슬프게 그려낸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의 대사다. 정확한 원인도 치료법도 모르는 이 질병은 사람의 기억을 지우고 수명 또한 떨어뜨리는 심각한 병이다. 본교에는 알츠하이머와 같은 뇌 질환을 비롯해 뇌에 관한 모든 것을 연구하는 연구소가 있다. 바로 ‘뇌 과학 연구소’이다.

최근 들어 뇌 연구에 대한 관심이 더 급증하고 있는데 이는 사회가 고령화 될수록 뇌 질환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많을수록 뇌 질환에 걸리기 쉬운데 치매와 뇌졸증이 대표적이다. 또한 삭막한 현대 사회에서 우울증은 전 세계 인구의 5분의 1이 가지고 있는 질병이다. 이처럼 뇌 과학에 대한 연구는 중요해지고 있다.

뇌 과학 연구소는 뇌에 관한 학술적 연구를 비롯해서 2014년 대구에 ‘한국 뇌 연구원’을 유치할 목적으로 2007년에 설립됐다. 이 연구소에는 사범대, 사회대, 공대, 의대 등 다양한 분야에서 뇌를 연구하는 8~90여 명의 교수들이 모여 뇌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뇌 연구는 뇌세포 발생과 유전자 조작 등에 대해 연구하는 ‘뇌 과학’, 뇌의 질환에 대해서 연구하는 ‘뇌 의약학’, 인공 지능을 가진 로봇을 만드는 ‘뇌 공학’, 사람의 인지 과정, 뇌와 심리학의 연관성을 연구하는 ‘뇌 인지’등 네 가지 분야로 나뉜다.

뇌 과학 연구소의 뇌 연구의 목표는 ‘학문의 융합’이다. 예를 들면 뇌 의약학적 분야와 뇌 공학 분야를 융합해 뇌 질환 치료 기계를 만들 수 있다. 또는 뇌의 기술과 공학을 융합해 인공 지능 로봇 개발이나 센서를 개발할 수 있다.

이 연구소의 핵심 연구 분야는 뇌 의약학의 ‘퇴행성 뇌 질환’이다. 퇴행성뇌질환은 파킨슨병, 알츠하이머과 같이 아직까지 원인과 치료법을 알 수 없는 불치병을 뜻한다. 이러한 ‘퇴행성 뇌질환’은 뇌의 일부 세포가 죽어서 일어나는 병이다. 이미 죽은 세포들은 다시 살릴 수 없지만 미리 진단을 할 수 있다면 예방을 하거나 세포가 죽는 시간을 좀 더 늦출 수 있다.

최근 뇌 과학 연구소에서는 퇴행성뇌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았다. 환자의 혈액과 뇌 척수액을 분석해 퇴행성 뇌질환의 환자와 정상인의 혈액 속 단백질의 차이점을 밝혀 냈는데, 이 연구 결과로 혈액 속 단백질 수치를 비교해 퇴행성뇌질환을 미리 진단하고 약물 치료로 퇴행성뇌질환을 예방할 수 있게 됐다.

뇌 과학 연구소 석경호(의전원 약리) 소장은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뇌 질환의 인구가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뇌연구는 국민 건강, 복지에 기여할 수 있다”며 “뇌 과학과 뇌 공학이 합쳐지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여 침체된 대구 산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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