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일진들에 의해 자행되는 왕따와 폭력, 그리고 금전적 이득만 생각하는 기업주에 의한 노동자 해고. 많은 사람들이 소수 개인의 이기심 때문에 상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남을 누르고 올라서는 소시오패스들의 ‘지배 게임’ 속에 있다. 전 인구의 4% 즉, 25명 중에 1명 꼴로 나타난다는 소시오패스. 우리들도 소시오패스들의 지배게임 속에 있지는 않을까? 이에 본지에서는 소시오패스의 개념과 특징, 사례 등을 제시하고 치료법을 설명한다●


‘소시오패스’란?
반사회성 인격장애는 인격장애 중 가장 오래된 장애이다. 이 인격장애는 죄책감이나 양심이 발달하지 못해 사회질서, 규칙, 제도 관습, 법 등을 어기고 남을 속이는 행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다른 말로는 정신병질적(psychopathic), 사회병질적(sociopathic), 비사회적(dyssocial) 인격으로도 불린다. 이 중 사회병질적 인격이 바로 ‘소시오패스’다. ‘소시오패스’와 ‘싸이코패스’의 용어를 굳이 구분해서 사용하지는 않는데, 소시오패스는 범죄적 행동을 강조한 것이고 싸이코패스는 범죄적 심리를 강조한 것이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 어떤 나쁜 짓을 저질러도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소시오패스는 이중적이고 감정조절에 능숙하다.

 

자신이 구상한 작전이 실패하자 라이벌인 L에게 증오를 표출한다.
“난 정의다! 악에게 핍박받는 이 세상을 타파하고 모든 사람들이 꿈꿔오는 이상세계의 신이 될 남자다. 그리고 그 신에게 거역하는 그 자가 바로 악이다!”
<‘데스노트’ 中 야가미 라이토>

 

양심과 책임감의 결여
소시오패스의 가장 큰 특징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 혹은 타인에 대한 애착을 바탕으로 한 의무감인 ‘양심’이 결여돼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책임감도 결여되는 경우가 많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타인을 자신의 성공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한다.
이런 모습들은 부동산 투기나 주가조작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부동산 투기나 주가조작은 지역 개발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미리 입수한 사람들이 그 정보가 유포되기 전에 부동산이나 관련 주식을 매입해 단기간의 큰 시세 차액으로 수익을 보는 것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정보를 이들보다 상대적으로 늦게 입수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이러한 투기 세력의 농간에 의해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말하자면 투기 세력은 자신의 금전적 이익을 위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그들의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투기세력은 투기에 따른 이익을 정보를 선점함에 따른 대가로 인식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이와 비슷한 현상으로는 악성댓글이 대표적이다. 네이버에서 실시한 사이버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악플러 중 68.8%가 자신이 작성한 악성댓글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답했다. 여기에는 자신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않는 소시오패스의 특성이 반영돼 있다.

 

히틀러 본인의 실수로 연합군이 독일군을 무찌르고 베를린으로 입성하자 자신의 잘못을 다른 장군들에게 떠넘기기 위해 호통을 친다.
“장군들은 모두 겁쟁이들이야! 네놈들이 해온 건 날 방해한 것 밖에 없다고! 난 고급장교들을 처형했어야 했어. 스탈린이 했던 것처럼”
<‘몰락 - 히틀러와 제3제국의 종말’ 中 히틀러>

 

개인주의적 인간관계
소시오패스는 거짓말에 매우 능통하다. 직장에서 자신의 승진을 위해 동료 간의 이간질이나 분열을 유도하고 자신에게 해가 되지 않기 위해서 집단의 위험도 감수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소시오패스는 수려한 화술로 남을 속이며 자신의 카리스마와 리더십으로 이를 감추기 때문에 바로 옆에 있어도 알기가 쉽지 않다. 경쟁자를 무능력자로 만들기 위한 거짓말을 구사하며 사람들을 휘어잡아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뤄내기 때문에 직장 내에서 단기간에 능력을 인정받아 고속 승진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렇게 타인이나 조직보다 오직 자신이 우선인 소시오패스는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다. 업무적이고 공적인 인간관계는 많지만 사적이고 인간적인 관계는 약하다. 그리고 타인의 어려움과 고난에 방관하는 성향이 짙다.
이런 성향을 보이는 소시오패스는 어린 시절 개구리를 잡아 죽인다던가 곤충을 분해하는 등 잔인한 취미를 갖고 있거나 주의력 결핍 및 품행 장애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청소년기의 비행으로 소년범이 된 이력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다양한 범죄 전력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 청소년 폭력 예방재단은 2010년도 학교폭력에 관한 조사에서 “학교폭력 가해자의 63%는 학교폭력을 하는 이유를 ‘장난’ 혹은 ‘그냥’이라고 말했다”고 밝히며 학교폭력에 저연령의 소시오패스적 특성이 있음을 설명했다.
이외에도 자신의 잘못이 드러날 경우 동정심에 호소해 모면하거나 매사에 냉담하고 타인의 말에 공감을 보이지 않는 것이 소시오패스가 보이는 특성이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 친구 선우를 살해하려고 했던 장일. 결국 선우는 기억을 잃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장일은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거울 앞에서 변명을 연습한다.
"내가? 내가 왜? 내가 널 칠 이유가 뭐가 있어. 증거라도 있어? 선우야 그러지마. 난 너를 친 적이 없어. 난 네 친구잖아. 난 네 친구잖아. 난 네 친구잖아"
<‘적도의 남자’ 中 이장일>

 

선천적인 혹은 후천적인 그들
소시오패스의 원인은 ‘선천적 원인’과 ‘후천적 원인’으로 나뉜다. 인간 기질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체스와 토마스는 반사회성 환자들은 태어날 때부터 공격적이며 활동성과 반응성이 높고 위안성은 낮다고 주장했다. 또한 반사회성 환자들은 유아기의 후천적 원인으로 소시오패스가 되기도 한다. 부모 학대, 가정 파괴 등은 유아기에 형성해야 할 건강한 모성상을 방해해 소시오패스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바람직하지 못한 모성상 형성은 사람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능력을 저하시킨다.

 

동경대 출신이라고 학력을 위조한 장미리는 검찰 조사 때도 변함없이 거짓말을 한다.
"전부 내 잘못이 아니다. 나는 동경대생이 맞다. 동경대학교를 나왔고 호텔A 객실매니저다. 대학에서 강의도 했다"
<‘미스리플리’ 中 장미리>

 

치료 위해선 자신과 직면해야
소시오패스들은 거짓말을 잘 하기 때문에 정신치료를 하게 되더라도 환자들의 상태를 파악하기 어렵다. 또한 소시오패스 환자들은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데 다른 사람과 애착관계를 형성할 능력이 잘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치료자들은 소시오패스 환자들이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면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환자들은 치료자가 자신의 행동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오해하고 오히려 치료자를 기만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시오패스 환자의 경우 자신이 소시오패스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직접 병원에 데리고 오지 않으면 치료가 힘들다. 또한 소시오패스의 특징은 무한경쟁 사회에서 당연시 되는 경향이 있고 오히려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에 가까운 경우도 있다. 이에 경북대병원 정신의과학교실 원승희 교수는 “근본적으로 사회적 정화가 필요하다”며 “한 개인의 문제라고 치부하기 보다는 사회를 지속적으로 교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참고 도서:  『의사들이 가르쳐주지 않는 마음건강 X파일』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은 채 분노하는 히틀러  ▲거울을 보며 섬뜩한 표정으로 변명을 준비하는 이장일

저작권자 © 경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