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14 상반기 정기 전학대회에서는 총학생회 간부들이 대의원들의 회의장 퇴장을 막기 위해 문을 지키고 있는 광경이 연출됐다. 총학생회를 포함해 단대회장, 학과회장 등의 학생대표자들이 모이는 이 회의는 열릴 때마다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매번 대의원들은 회의를 듣지 않고 딴청을 피우거나 잠을 자기 일쑤이며 회의장에서 맥주를 마시는 행동도 포착되었다. 이번의 경우 여러 안건에 대한 장시간의 논의로 버스 막차가 끊기는 시간까지 회의가 이어졌고 이에 따라 다수의 대의원이 무단 퇴장하게 됐다. 결국 한 명의 대의원이 더 퇴장한다면 재적인원의 과반수가 되지못해 의결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문을 지키게 된 것이다. 이날은 한 학기에 두 번 있는 회의 중 한 번이었고 중요한 사안들을 의논하는 자리였다. 한 대학의 학생 대표자라면 좀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올해의 가장 큰 사건을 꼽는다면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세월호 침몰사건을 외칠 것이다. 이 사건은 우리 국민 모두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200여 명의 사망자와 실종자를 남기고 살아남은 선장과 승무원들은 또 한번의 충격을 안겨주었다. 선장은 배가 침몰하기 시작했을 때 선원들을 지시하고 승객들을 대피시킬 의무가 있었음에도 가장 먼저 대피했고 나머지 선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전학대회 대의원들과 세월호 선원들은 자신들의 직위를 끝까지 수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닮았다. 무엇이 문제인가. 바로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의 부재이다. 소명이란 특정 역할에서 추구하는 목적과 의미가 삶의 목적과 의미에 부합하며 그 역할이 공동의 선에 기여하는 것이다. 따라서 소명의식이란 삶 속에서 특정 역할에 큰 의미를 두고 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전학대회 대의원들이 자신의 위치에 맡게 책임감을 가지고 조금만 더 관심을 가졌다면 회의는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고,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들이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가지고 위기를 잘 대처했다면 온 국민을 눈물바다로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런 소명의식의 부재는 200여명을 죽음으로 내몬 국가적 죄인 세월호 선장뿐 아니라 한 대학의 대표자로 선출되어 학내사안과 학생에게 관심을 쏟아야 하는 학생대표자 모두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게 되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중용 23장의 내용이다. 최근 영화 역린에서 강조한 것으로 많은 관객들에게 감명을 준 메시지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들이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이 메시지를 가슴 깊이 새기는 것이다. 각자가 자신의 위치에서 소명의식을 가지고 작은 것부터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할 때 우리는 위기를 헤치고 한 발짝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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