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악·폐습문화 인터넷상에 퍼져 망신살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올해도 어김없이 경북대신문 1면엔 대면식 기사가 자리를 잡았다. 본지에서 해마다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하고 있는 ‘불편한 대면식’. 언제쯤이면 이런 기사를 쓰지 않아도 될지, 또 보지 않아도 될지. 쓰는 사람도 답답하고 읽는 사람도 답답하다.

지난 2일, 본교 한 학과의 대면식을 가장한 기합 장면이 인터넷상에 퍼져 본교는 곤욕을 겪었다. 소운동장에서 일렬로 나란히 선 신입생들과 계단 위에 올라서서 이들을 지켜보는 재학생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본교 커뮤니티 ‘크누파크’에 올라왔다. 사진 속 대면식 장면을 직접 목격한 한 학생은 “전통이란 이름으로 강압적인 통제와 규율을 대물림하고 있는데, 학과와 학교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선후배가 무엇인지 진정으로 생각해 봐야 할 필요가 있다”며 잘못된 대면식 문화를 비판했다.

하지만 대면식이 항상 소운동장의 기합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A 학과의 경우 신입생들에게 많은 노래를 외워 오게 한다. 만약 노래 가사를 틀리거나 박자를 놓치면 과 행사에서 강제로 술을 먹이거나 주어진 벌칙을 수행하도록 한다. 또한 B 학과의 경우에는 애인 유무와 같은 질문을 설문지에 넣어 신입생들을 곤란하게 했다.

몇몇 학과의 이러한 악·폐습은 신입생들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과 부담으로 다가온다. 강압적인 대면식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천선영 교수(사회대 사회)는 “남들이 참으니까 나도 참는다는 타 의존적인 사고와 자기 생각을 제대로 표현을 하지 못하는 현실 때문에 잘못된 문화가 계속 반복된다”며 “남이 해주길 바라지 말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움직이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천 교수는 “후배도 잘못되었다고 말하지 못한다면 그 상황에 동조한 것”이라며 “그 후배가 선배가 됐을 때 또 다시 잘못을 반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잘못된 대면식에 대한 반발과 비판의 소리가 거세지면서, 이를 바로잡고자 하는 노력도 있다. 한 때 기계공학과에서는 ‘기계 박수’라는 동작을 외우는 과정에서 권위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비판을 받으며 타 과생들의 뭇매를 맞았다. 한 학생은 “작년에 대면식에서 시키는 것을 못하면 팔굽혀펴기를 하라고 했다”며 “굳이 이런 걸 배워야 하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에 기계공학과 학회장 김민우(공대 기계공학 10) 씨는 “우리 학과의 ‘기계 박수’는 악폐습이 아니라 전통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올해부터는 참여를 강요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참여하기를 원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해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기존의 대면식에서는 금지 되었던 사진 촬영의 규제를 없애고, 타 과생들에게도 홍보를 함으로써 대면식을 과 특성과 전통을 살리는 공개적인 행사로 바꿀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당 학과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기합이나 벌칙이 없어 훨씬 더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며 “과 사람들끼리 좋은 의미에서 자부심과 단합력을 기를 수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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