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생명체는 그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최적화되어 진화하였다. 이런 생명체의 유용한 구조나 동작을 모사하고 공학적으로 응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이를 자연모사 기술이라고 한다. 새나 곤충의 날갯짓 및 특이한 움직임을 모방한 마이크로봇과 드론 같은 로봇공학에서부터 연잎 표면을 모사하여 자기 정화(self-cleaing) 코팅을 제조한다거나 엉겅퀴 씨앗에서 영감을 받은 우리가 흔히 찍찍이라고 부르는 벨크로(velcro) 기술, 나방의 눈 구조를 이용한 반사방지 필름 등 많은 분야에서 이 자연모사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그 중에서도 동남아 여행을 가면 밤에 호텔 방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게코(gecko) 도마뱀의 자연모사 사례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보통 곤충들은 날카로운 갈고리, 발톱, 점성이 있는 다리를 이용하여 벽이나 천장을 이동하지만 게코 도마뱀의 경우는 발바닥에 끈적거리는 접착제가 없이도 벽이나 천장을 빠른 속도로 기어 다닌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게코도마뱀 발바닥은 많은 과학자의 연구 대상이 되었고 그 결과 발바닥에 있는 수백만 개의 미세한 나노섬모와 벽(혹은 천장) 사이에 작용하는 반데르발스(Van der Waals) 인력으로 접착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각각의 나노섬모에 작용하는 반데르발스 힘은 미약하지만 수백만개의 섬모가 모이면 도마뱀의 몸무게를 지탱할 만한 강력한 접착력이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특이한 게코도마뱀 발바닥의 접착메커니즘에 대한 연구는 도마뱀 발바닥의 나노섬모 구조의 모사를 통해 접착제가 필요 없는 접착패드의 응용이나 벽을 기어오르는 로봇 등의 개발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초기에는 도마뱀 발바닥의 나노섬모 구조의 모사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었고 그것의 접착력에 대한 연구결과들이 발표가 되었지만 실제 사람이 벽을 오를 정도의 성능은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2014년에 스탠포드대 연구진이 기존 접착 패드에 더하여 힘줄처럼 힘을 분산시킬 수 있는 스프링 구조를 추가 도입하여 마침내 사람이 직접 유리벽을 기어오를 수 있음을 보였다. 영화 ‘미션임파서블4’에서 주인공 톰크루즈는 두바이에 있는 세계 최고층 빌딩의 유리벽을 마치 스파이더맨처럼 올라가는 장면이 나온다. 멋진 영화의 한 장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특수 장갑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면 실제 벽을 기어오르는 것이 가능한 시대가 멀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최근 이 기술을 차세대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적용하는 시도도 많이 진행되고 있다. 그중 작년 국내 연구진과 미국 스탠포드대의 공동 연구팀이 게코도마뱀 접착 원리를 이용하여 목이나 손목에 반창고처럼 부착가능한 심장병 진단 가능 웨어러블 센서소자를 개발하여 보고를 하였다. 도마뱀 발바닥과 같은 미세 나노 섬모를 센서 소자에 도입하면 일반 맥박뿐만 아니라 기존의 혈압 측정기로는 불가능했던 목 부분의 미세맥파 측정도 가능함을 보였다. 그리고 최근 국내 한 연구팀은 피부에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고 반복적 탈부착이 가능하면서 패터닝이 된 금속 전극 없이도 심전도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접착패드를 만들어 보고를 하였다. 연구진은 탄소나노소재와 고분자(PDMS)를 혼합하여 전기 전도성이 가능한 기판을 만들고 이 패드 한쪽면을 이용해 게코 도마뱀의 발바닥 구조를 모사하여 접착제가 필요 없는 전도성 건식 접착을 개발한 것이다. 이 접착패드는 시중에 판매되는 의료용 밴드 접착력의 반 정도에 불과하지만 30번 이상 떼었다 붙여도 접착력을 유지할 수 있었고 40% 정도 늘여도 전기적 특성이 변하지 않아 차세대 웨어러블 센서 소자로서 가능성을 제시한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자연은 인간의 위대한 스승’이라는 말이 있다. 현재 자연모사 기술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부터 첨단 우주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 나노기술 기반인 이 자연모사 기술이 더 나아가 정보기술, 생명공학기술, 환경공학기술 등과 융합된다면 인류에게 새로운 도약과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충분히 기대된다.

이동윤 교수(공대 고분자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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