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의 히말라야시다 나무

히말라야시다는 이름 그대로 세계의 지붕인 히말라야산맥이 고향인 나무다. 대체로 히말라야라고 하면 눈 덮인 만년 빙하를 상상하게 되지만 산맥의 끝자락은 습하고 따뜻한 아열대에 가까운 지역이 많다. 인도에서는 서북쪽의 따뜻한 땅에 수만 년 전부터 둥지를 틀었다. 원산지에서는 대부분의 바늘잎나무가 그러하듯, 무리를 이루어 자기들끼리 숲을 만든다. 원산지에서의 이 나무는 임신이 잘되고, 많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신통한 힘을 가졌다고 여겨진다. 사람들은 큰 히말라야시다 밑에서 양을 잡아 제물을 바치고 주술을 외우기도 했다.나무 하나하나는 땅에 거의 닿을 듯이 아래로 늘어진 가지가 사방으로 길게 뻗어 있으며 위로 갈수록 차츰 짧아져서 전체적으로 원뿔 모양의 아름다운 자태를 만든다. 히말라야시다는 자연 상태 그대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자연미인’일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가지를 마음대로 잘라주어도 별 탈 없이 다시 가지를 뻗고 잎을 내밀어 원하는 모양을 만드는 특징이 있다. 심하게는 가지 몇 개만 남겨 놓고 푸들 강아지처럼 동글동글 잘라주어도 그대로 잘 참고 자라준다. 이런 나무의 특성은 고향인 인도에서만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니라, 정원수로서 추운 지방을 제외하면 세계 어디에서나 심고 가꾸는 나무가 되었다. 일본인들은 자기네들 나무인 ‘금송’과 ‘아라우카리아(araucaria)’라는 열대지방의 바늘잎나무, 그리고 히말라야시다를 세계 3대 ‘미수美樹’라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는 1930년경에 수입하여 대전 이남의 따뜻한 지방에 주로 심고 있다. 온난화 덕분에 지금은 서울에서도 충분히 자란다.대구의 동대구로에 심겨진 히말라야시다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가꾸어 놓은 곳으로 유명하다. 우리대학 구내에도 곳곳에 히말라야시다가 자란다. 박정희 정권 시절, 대통령이 이 나무를 좋아한다고 알려지자 그때 처음 조성된 동대구로를 비롯하여 대구 곳곳에 가로수나 정원수로 많이 심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나무가 크게 자라면서 바람에 잘 버티지 못하고 큰 덩치가 맥없이 넘어져 버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가장 큰 원인은 천근성淺根性 나무로 뿌리가 옆으로만 뻗고 깊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원산지에서야 무리 지어 자라므로 설령 센바람이 분다고 해도 서로 의지하여 잘 버텨 주고, 원뿔형의 나무 모양은 무게중심이 거의 땅에 있어서 뿌리가 얕아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 하지만 동대구로처럼 가로수로 심은 히말라야시다는 통행하는 자동차나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아래쪽 가지를 자꾸 잘라버려 무게중심을 잡기 어렵다. 집단 자람의 특성도 무시하고 한 나무씩 심어 두었으니 바람에 버틸 힘이 없다. 궁여지책으로 긴 쇠파이프 말뚝으로 받침대를 만들어 주었지만 보기도 싫을뿐더러 태풍이라도 지나갈 때면 사람들의 애간장을 태운다.늘 푸른 바늘잎나무로 키 30미터, 지름이 두세 아름에 이를 수 있는 큰 나무다. 잎은 짧은 가지에서는 모여나기 하고 새 가지에서는 한 개씩 달리며 손가락 두 마디 길이 정도의 바늘 모양이다. 꽃은 암수 한 나무로서 늦가을에서부터 초겨울에 걸쳐 새끼손가락만 한 수꽃은 빳빳이 위를 향하여 핀다. 수컷을 상징하는 것 같아 약간 에로틱해 보이기도 한다. 늦가을 노란 꽃가루가 바람에 날려서 수정되는 풍매화로서, 꽃필 때면 나무 근처에 세워둔 자동차 보닛을 꽃가루가 노랗게 덮어버린다. 암꽃은 연한 보랏빛으로 피는데, 짧은 가지에 달리며 너무 작아서 찾아내기가 어렵다. 수정된 암꽃은 이듬해 가을 초록빛을 띠는 회갈색으로 익는다. 솔방울은 긴 타원형이며 당당히 하늘을 향하여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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