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 일이다. 스마트폰이 처음 나오는 날, 전날 저녁부터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상점 밖에는 사람들이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다음날부터 세상에 나오는 신형 스마트폰을 남들보다 먼저 손에 쥐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전날 밤부터 장사진을 이룬 것이다. 아침이 밝아 상점은 개장을 했고, 머지않아 하룻밤을 꼴딱 길바닥에서 보낸 한 남성의 손에는 신형 스마트폰이 들렸다. 상점을 나오면서 두 손을 번쩍 들고 환호하는 그 남성의 모습은 전 세계에서 가장 처음으로 그 신형 스마트폰을 구입한 사람으로 뉴스와 SNS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이날 하루에 그 신형 스마트폰은 4백만 대 이상 팔렸다. 스마트폰이 대체 뭐길래 이리도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일까?스마트폰은 호주머니에 들어갈 정도로 작지만, 전화가 되고, 무선인터넷 접속이 쉽고, 앞뒤로 카메라가 달려 있는 컴퓨터이다. 하지만 기존의 컴퓨터와 차별화된 점은 스마트폰에 내장된 여러 가지 센서들이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을 통해 이용되는 것이 컴퓨터와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대다수의 스마트폰에는 자이로스코프(회전체의 역학적인 운동을 관찰하는 기구), GPS, 3축 가속도계, 근접 적외선 센서, 광센서 들이 내장되어 있다. 그리고 더러는 자기장 탐지기, 기압계, 온도계, 습도계, 심장박동측정기, 지문인식기를 내장한 스마트폰도 있다. 내 스마트폰에 이런 센서들이 있는지 몰라도 우리는 이미 이것들을 적재적소에 잘 사용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전화, 길 찾기, 게임, 운동, 심지어는 밤에 자는 동안에도 이들 센서는 작동하고 우리에게 어떤 이로움을 주고 있다. 그런데, 이 정도 가지고 충분히 ‘스마트’ 하다고 할 수 있을까? 만약, 스마트폰이 식품 안전과 품질을 평가해주고, 내 건강 상태를 진단해주고, 내 주변의 공기와 물의 상태를 측정해줄 수 있다면 어떨까? 근래에 스마트폰은 식품의 식중독균을 일으키는 병원균을 검출하는 식품 안전, 품질을 평가하고 측정하는 장치나 혈액이나 체액 속에 호르몬, DNA를 분석하거나 병원균을 검출하는 의료용 또는 point-of-care(현장진단) 장치, 환경(물, 토양, 공기) 오염을 측정하는 장치로, 분광기, 현미경, 근적외선 혹은 자외선 카메라의 기능을 갖는 장치로 연구-개발되고 있다. 화학센서 또는 바이오센서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여기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광학적으로 혹은 전기화학적으로 측정하는 데 스마트폰에 내장된 센서들이 사용되는 것이다.이들 연구 사례는 최근 5-6년 동안 다양한 학술논문에 활발히 발표되고 있는데, 이처럼 스마트폰을 이용한 연구개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카메라를 비롯한 여러 내장 센서들의 감도가 우수하고, 인터넷 접근이 용이하고, 위치정보를 자유롭게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성하는 데 용이하기 때문이다. 개별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 식품의 식중독 균을 측정하고, 자가 건강을 진단하고, 주변 환경을 측정하다가 식중독균, 전염병, 또는 환경오염이 감지되면, 인터넷과 위치정보를 통해 중앙 시스템에 정보가 수집되어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미래기술이 될 수 있다. 이 정도 되면 한 차원 더 스마트해진 스마트폰이 될 수 있지 않을까?나날이 발전하는 스마트폰 그리고 스마트폰에 기반을 두는 여러 기술의 발전을 생각하면, 기대감에 부풀어 스마트폰 상점 앞에서 밤새 아침이 빨리 오기를 기다리던 그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 못할 것은 아니리라.

① 포도주의 맛을 감별하는 종이센서와 스마트폰

② 갑상선 자극 호르몬을 측정하는 스마트폰

③ 혈액의 말라리아 감염을 측정하는 스마트폰

박두산 교수(농생대 생물산업기계공학)



저작권자 © 경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