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차마블 영천 편에서 기자는 세 번의 도전 끝에 영천에 갈 수 있었다. 첫 번째 시도는 태풍 영향으로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두 번째는 카드 잠금으로, 세 번째는 통신사가 다 가져가버린 통장잔고로 인해 ‘텅장’이 된 상태였지만 동기 기자의 의리 있는 송금으로 무사히 영천 여행을 시작했다. 기차를 오랜만에 타 동대구역에서 출발해 영천역까지 가는 30분이란 시간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기차표 값은 택시비 기본요금보다 싼 2600원이었다.기차역에 내리자마자 고요한 역을 볼 수 있었다. 동시에 느껴지는 대구와는 사뭇 다른 공기냄새가 났다. 공기에 무슨 냄새가 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대구보다 훨씬 깨끗한 공기라 그렇게 느꼈을지 모르겠다. 번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30분만 달려왔을 뿐인데도 느껴지는 변화는 ‘그래도 오길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했다.영천역에서 넉넉히 7분만 잡고 걸으면 영천에서 가장 큰 시장인 ‘영천공설시장(이하 영천장)’이 눈앞에 나타난다. 할머니들께서 ‘영천장’이라 부르는 곳이 바로 영천공설시장이다. 2, 7일이 장날인 영천장은 포항과 경주 등 인근 지역의 수산물과 약재 등의 집산으로 인해 과거에는 영남 3대 시장의 하나로 꼽히는 큰 장이었다고 한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22일에 방문한 영천장 속으로 들어서니 그 흔적이 곳곳에서 보이는 듯했다. 발길 가는 데로 돌아다니다 마주친 수산 백화점은 정말 생선을 말린 포들이 산처럼 쌓여있었다. 채소들은 길거리에서 허리께까지 푸짐히 쌓여 있었고 떡집, 분식집도 맛깔스럽게 내놓은 음식들이 눈에 들어왔다. 수산 가게들이 모여 있는 쪽에서는 제사 때마다 먹었던 돔배기를 볼 수 있었다. 돔배기는 ‘간을 친 토막 낸 상어고기’라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로, 옛날 동해안에서 잡은 상어를 영천으로 옮기기 전에 상함을 방지하기 위해 고안됐다는 사연을 지닌 음식이었다.미로 같은 시장의 지리를 파악해갈 때쯤 영천장의 대표 먹거리 곰탕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인 ‘곰탕 골목’을 발견했다. TV 프로그램에도 세 번이나 출연했다는 포항할매곰탕집을 지나가다 사장님의 친근하면서도 애정 어린 ‘곰탕 한 그릇하고 가’에 이끌려 정신을 차려보니 곰탕집에 앉아있었다. 금방 뽀얀 국물에 기름기가 조금 떠있는 소 곰탕이 깍두기와 함께 나왔다. 진한 국물과 함께 밥을 말아먹으니 금세 배가 든든히 채워졌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뚝배기에 고기를 섞어 넣도록 주문하면 소의 내장 중 복실한 양 털이 달린 듯 한 ‘양’이란 부위까지 넣어준다. 태어나서 처음 본 ‘양’의 존재에 독자들은 당황하지 말고 곰탕을 즐길 수 있길 바란다.그 다음은 영천에서 유명한 ‘삼송꾼만두’ 본점을 찾았다. 들어가자마자 1인분에 5000원인 꾼만두를 시키고 자리에 앉았다. 얼마 뒤 나온 만두 한 접시에는 5000원이 맞나 싶은 초등학생 어린이 주먹만 한 만두가 6개나 담겨 있었다. 배가 불러 다 먹진 못했지만 만두만큼 많이 주신 단무지에서도 넉넉한 마음을 느껴볼 수 있었다. 배도 부르고 햇빛도 비추는 나른한 오후, 만두 옆집인 카페에서 따뜻한 자몽티 한 잔으로 영천 투어를 마무리했다.당부 한 가지만 더하자면, 시골에서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여유롭다 못해 하릴 없이 기다릴 수 넓은 마음과 지역의 지리를 파악하고 가길 바란다. 기자처럼 버스 타기에 실패해 1시간 반 동안 영천 버스 투어를 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  “상어도 돔배기가 되고 싶어서 됐겠나” 하시며 돔배기를 써시는 생선 가게 아저씨

▲  영천 공설시장의 유명한 곰탕골목에서 곰탕 먹기. 소의 양 부위까지 들어가 있다.

글·사진: 이한솔 기자/lhs15@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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