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가운 백김치 위 복어불고기와 콩나물 한 점. 사과를 갈아 넣은 백김치의 달달함이 불고기의 매콤함과 어우러진다.

수성구에 있는 들안길은 식당 100여 곳이 모여 있는 식도락의 거리다. 학교에서 버스로 40분 쯤 달려 들안길에 도착하면 식당 곳곳에서 풍겨오는 군침 도는 냄새에 혀에 침이 고인다. 기자가 찾아간 곳은 ‘복어불고기’의 원조로 유명한 ‘미성 복어불고기’. 들안길이 번성하기 전부터 자리를 잡은 식당이다.직원의 추천으로 밀복(복어의 일종) 불고기를 주문했다. 넓은 철판에 먹기 좋게 썬 복어와 새빨간 양념, 콩나물, 당면이 섞인 복어불고기의 겉모습은 아귀찜과 흡사하다. 여태껏 먹어본 복어 요리는 복어지리(맑은 탕 요리)밖에 없어 그 맛이 무척 기대됐다. 혀끝에 한 점 올렸다. 매콤하고 적당히 달착지근한 양념과 지방이 없어 탄력적인 복어살코기, 아삭아삭한 콩나물이 저절로 녹아내려 목구멍으로 사라졌다. 같이 먹던 친구와 서로를 놀란 눈으로 보았다. 그리고 그때부터 부지런히 젓가락을 움직였다.특히 꼬리 부분이 별미다. 바다에서 헤엄치다 온 힘이 있는 건지, 발라먹기는 힘들지만 그만큼 쫀득하고 담백한 맛이 있다. 아무리 맛있어도 매운 것만 계속 먹으면 목이 막힌다. 찬으로 나온 살얼음 동동 띄운 백김치 국물을 떠먹고, 그 김치 위에 또 불고기를 올려 먹었다. 차갑고 개운한 백김치는 계속 입맛을 돋운다. 이미 불고기만으로도 배가 부르지만 남은 양념과 콩나물에 밥을 볶아, 철판에 약간 눌린 바삭한 밥알을 긁어먹기까지 하면 한 끼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1970년대 복어 요리로는 기껏해야 탕 종류밖에 없을 때, 이 식당에서 처음으로 복어불고기가 만들어졌다. 일종의 퓨전요리인 것이다. 사장 백승렬 씨(50)는 “다른 복어불고기 식당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기기 시작한 것은 15년도 안 됐다”고 말하며, 주방을 지나 식당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무공해 콩나물 재배실과 참기름 작업실을 보여줬다. 계란찜이나 미역 등 반찬의 맛이 정갈했는데, 조미료는 직접 만든 참기름과 소금, 깨 정도밖에 쓰지 않는 것이 이유인 듯했다.다만 한 끼에 17,000원 정도로 학생이 사먹기에는 좀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하지만 대구를 찾아온 타지 손님에게 맛 보여 드릴 대구의 ‘한 점’인 것은 분명하다.

김서현 기자/ksh15@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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