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로 하나요!” 메뉴는 따로국밥과 따로국수뿐. 국물의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부산 출신인 필자의 눈에 대구의 시내는 굉장히 독특하다. 근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오래된 거리와 적산가옥, 높은 건물과 번화한 상가가 밀집돼 모여 있는 형태라는 것도 재미있는데, 그곳들을 대구 사람들은 단 한 마디, ‘시내’라는 말로 압축한다. 그래서 때때로 ‘시내’라는 말에, ‘가장 대구다운’ 뉘앙스가 존재한다고 느낀다.

시내 한가운데 있는 ‘국일따로국밥’은 그 뉘앙스가 잘 드러나는 곳이다. ‘대구10味’의 시작도 사실 ‘국일따로국밥’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한국전쟁이 터지자 피란민들은 잠시 임시수도 역할을 맡았던 대구, 그 중에서도 시내로 몰렸다고 한다. 그때만 해도 이 유명한 식당은 한일극장 공터 나무시장 길바닥에서 국에 밥을 만, 말 그대로 ‘국밥’을 팔고 있었다. 그런데 서울에서 피란 온 사람들 중에 양반집 사람들도 많았던 듯하다. 그들이 “우리가 개돼지도 아니고 어떻게 밥을 말아서 먹느냐”고 불평하길래, 주인이 그 사람들에게 국 따로, 밥 따로 푸짐하게 퍼서 대접했다. 그때 그걸 본 다른 손님들이 “돈 얼마 더 줄 테니 우리도 그렇게 먹읍시다”고 너 나 할 것 없이 ‘국, 밥, 따로’를 외쳤다. 이것이 ‘국일따로국밥’의 시작이다. ‘국일따로국밥’의 한 직원은 “못 먹고 어렵게 살던 시절, 누구는 국 따로 밥 따로 넉넉하게 먹으니 돈을 더 주고라도 그렇게 먹고 싶은 사람이 많았을 것”이라며 “세월이 지나며 따로국밥만 메뉴에 남았다”고 말했다. 1946년에 문을 연 ‘국일따로국밥’은 그렇게 따로국밥의 원조이자 대구 전통 육개장 식당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이 된다. 손님의 7, 8할은 50년, 60년 동안 잊지 않고 찾아오는 단골들이다.

주문 방식도 “따로 하나”면 충분하다. 곰국과 육개장의 복합 형태로 쇠고기 국밥에 선지를 넣은 음식인데, 선지가 싫으면 선지만 빼고 주문할 수 있다. 뜨끈한 국물 한 숟갈 뜨면 묵직하고 구수한 맛이 혀를 감싼다. 파나 무가 많이 들어가는데, 부드럽지만 쉽게 으스러지지 않고 단맛을 낸다. 선지만 건져 따로 나온 공깃밥에 으깨 비벼 먹고, 국물이 조금 심심하면 후추와 고춧가루를 치거나 깍두기를 얹어먹는다. 뜨뜻한 국물은 피란민의 고단함을 잠시나마 달래줬을 것이다. 그렇기에 단출하지만 든든한 한 끼는 대구의 근대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글·사진: 김서현 기자/ksh15@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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