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과학 운동 발달과정
1979년 김용정 교수, 카프라(Fritjof Capra)의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 번역 출판
1984년 《과학기술과 정신세계》 번역 출판
1985년 ‘신과학 연구회’ 결성,《신과학 운동》출판
1990년대 기(氣)?기공(氣功) 붐, 공간氣
(자유에너지)과 생체氣(생명장에너지)의 연구,
선도(仙道),주역, 풍수, 수맥, UFO, 심령현상,
염력과 같은 초상현상에 대해 관심 고조
1994년 ‘한국정신과학회’ 창단
1996년 미내사(미래를 내다보는 사람들)클럽
창단, 수차례 심포지엄 개최
1997년 국회 주관으로 신과학 기술 개발을
위한 세미나 개최. 이후 국회 과학정보통신
위원회에서 정신과학육성진흥법안 입법

근대과학의 한계와 신과학
근대과학은 뉴턴과 데카르트적 패러다임을 바탕으로 지난 200년간 급격히 발전하면서 근대사회의 모든 면을 지배해왔다. 과학은 사물이란 무엇이며 진리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말하지만 그 의미나 가치와는 무관한 골격을 갖고 있는 가치중립적 체계라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속성으로 인해 근대과학은 서구의 전통적인 이원론과 합리성 및 성장 제일주의를 앞세운 자본주의의 도구로 전락해, 부의 독점과 노동 착취로 인한 인간소외, 대량학살 전쟁과 핵무기 경쟁, 환경오염?지구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 됐다.
초기 신과학 운동은 근대과학과 자본주의가 초래한 병폐와 위기를 고발하고 비판하기 위한 문명비판운동의 일환으로 1970년대 초 반전?평화운동, 환경?생태계 보호운동, 여성해방운동 등과 함께 시작됐다. 한편 신과학 사상은 뉴턴?데카르트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오게 한 신물리학, 신생물학, 양자역학, 상대성이론 등의 발전과 이에 따른 전일적, 과정적, 유기체적 세계관의 출현과 함께 시작해 근래에는 홀로그래프 이론, 홀론?홀라키 이론, 소산구조?요동이론 카오스, 프랙탈 이론?복잡성 과학 등 패러다임의 확장에 따라 그 이론이 더욱 고도화되었다. 이러한 패러다임은 전통 동양사상의 우주관?자연관?생명관과도 일치한다. 신과학은 이와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일적, 과정적, 유기체적, 생명그물적, 홀라키(holarchy)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는 광의의 과학이다.
그러나 요즘 한국의 신과학 연구와 운동은 지나치게 초능력?초상현상 위주의 대중적 신비주의 경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해볼 때 생체기?공간기, 텔레파시 등에 대한 연구도 하는 초과학적 신과학도 신과학 범주에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한국의 신과학?신과학 운동 현황
한국의 신과학 운동은 1980년대 외국의 신과학 사상이 각 분야 진보 석학들의 선구적 연구 활동과 번역서적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0년대 ‘기(氣)’ 붐이 일기 시작하면서 氣과학과 함께 동양의 전통사상인 仙道/주역/단학/풍수/수맥 등에 대한 연구가 성행했고 이런 것과 함께 텔레파시와 같은 초상현상까지도 신과학의 이름으로 매스컴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이후 한국정신과학회와 미내사 클럽이 결성되면서 이들은 한국의 신과학 연구와 신과학 운동을 주도하게 되었다. 이들은 각종 국제심포지엄을 통해 공간이동, 초효율 장치와 같은 가설 단계의 초과학적 신과학기술과 미래기억, 무속치유와 같은 초과학, 그리고 생체자기장, 체질의학, 공간에너지에 대한 ‘기’과학 관련 연구성과를 발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1997년 7월에 국회 가상정보가치 연구회 주관으로 신과학 기술개발을 위한 신과학 세미나가 열렸고, 이후 국회 과학정보통신위원회에서는 정신과학 육성진흥 법안을 입법하여 앞으로 신과학의 발전과 기술개발에 대한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어느 정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그 외에도 원광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신과학연구소를 만들어 氣과학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으며, 한국 신과학 기술센터와 같이 신과학 기술의 상업화를 위한 조직도 늘고 있다. 한편, 복잡계 의학연구회와 같이 순수하게 신과학 응용연구를 하는 모임이나, 트랜스퍼스널(초인격, 자아초월) 심리학을 연구하는 한국트랜스퍼스널연구회, 人知學 등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인간과학연구회 등 여러 분야에서 연구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은 그 성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한편 서구의 에코 페미니즘처럼 미래 대안적인 생태보호와 심성?영성 회복운동으로서 신과학 운동은 조직적이거나 체계적으로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다만 일부 여성?환경단체의 슬로건적 수준의 활동이나 개인 차원에서 운동이론을 제공하는 정도에만 그치고 있다.
그러나 신과학의 대중화를 모색하는 진보적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기 에너지 연구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우려되는 점은 학술단체나 매스컴에서 초과학적 초자연 신비현상, 풍수, 심령 등도 모두 신과학이라는 이름 하에 대중에게 유포하여 신과학을 천박한 대중적 신비주의로 오도할 뿐 아니라 제도권 과학자들과 종교계 원리주의 종교인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것은 한국의 신과학 운동과 신과학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21세기 한국의 신과학·신과학 운동의 전망

21세기는 산업사회를 넘어 정보화 사회/양자사회로 진입하고 있지만, 아직도 일반인들의 의식은 뉴턴-데카르트적 근대과학의 원자론적·실증주의적·기계론적 인과율이 지배하고 있다. 또 제도권에는 경험주의적·실증주의적 보수 학자들의 닫힌 의식이나 포스트모던 사상가들의 극단적 해체주의적 경향이 아직도 갈등 속에 혼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포스트모더니즘 사상가인 켄 윌버가 『모든 것의 이론』에서 밝히고 있듯이, 우주내 모든 것의 보편적 통합주의적 패러다임/탈포스트모던/트랜스퍼스널(초개인/자아초월) 사상으로 과학과 종교(영성)의 모든 분야가 ‘다양성 속의 통일’을 추구해나가는 것이 21세기에는 주요 패러다임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그러므로 21세기 한국의 신과학 사상은, 기존의 신과학 패러다임인 전일적, 유기체적, 홀로그래프적, 프랙탈적, 심층 생태적, 생명그물적 세계관에다 우리의 전통 기사상과 더불어 주역 및 불교의 상생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는 동양적 신과학 사상을 접목시켜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의 신과학은 서구보다 앞서 있는 전통 기학을 중심으로, 정부의 보다 체계적이고 제도적인 지원 하에 연구가 활성화돼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21세기에는 우리의 전통 기철학을 바탕으로 하는 신과학 사상이 정립되면서 기과학, 기심리학, 기의학, 기공학이 고도화되고 실용화될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즉, 기과학에 의해 생명기장·공간기장이 양자장·중력장과 함께 통일기장 이론으로 통합되어 신비의 기의 실체가 밝혀지고, 기공학에 의해 21세기에 무한동력, 공간이동, 기상조절, 중력제어와 같은 꿈의 신과학 기술의 실용화가 가능하게 될 것이다.

동시에 신과학의 패러다임은, 단순히 신물리학 패러다임의 차원을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켄 윌버가 말하는 심층과학/상위과학으로서, 인간의 물질·몸·마음·혼·영 등 의식의 전 스펙트럼이 다차원적으로 상호 침투되어 있는 온 우주적인 진리관과 세계관을 바탕으로 할 때, 사회과학과 자연과학, 과학과 철학, 과학과 종교 간의 대립갈등의 상극의 관계가 극복되고 상보적·통합적 패러다임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 같은 통합 패러다임은 우리 고유의 전통 기(氣)사상에 따른 기학의 패러다임과 동일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고유의 신과학인 기학이나 기철학·기과학·기공학·기의학·기심학에 의해 밝혀진 우주의 심층세계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여, 21세기에는 신과학적 영성의 시대, 상생의 시대를 열 수 있다. 즉 21세기에는 심층과학으로서의 신과학의 상생·상보적 통합 패러다임에 따라 다차원적 우주의 생명세계와 인간의 몸·기·마음·혼·영의 세계에 대한 통합적이고 완전한 시각의 생명관을 가지며 몸·마음(영성)을 모두 소중하게 생각하는 신인류로 진화할 수 있다.

조효남 교수
(한양대학교 안산캠퍼스 공대학장 / 구조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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