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원자력 발전소’를 검색하면 어떤 연관검색어가 나올까요?

원자력 발전소 존폐, 원자력 발전소 장·단점, 원자력 발전소 사고…. 원자력 발전소를 떠올리면 아찔한 사고와 위험한 상황이 상상되곤 합니다. 2016년 겨울에 개봉한 영화 <판도라>가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를 다뤄서 원자력 발전소 문제에 대한 관심이 다시 모이기도 했지요.

우리나라에는 현재 25개의 원자로가 운전 중에 있습니다. 이는 미국에 비해 밀도가 25배나 높은 수치입니다. 이렇게 많은 원자력 발전소들은 훗날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요? 여러분은 원자력 발전소의 해체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 본 적이 있나요?

올 6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원자력 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드디어 가동을 멈춥니다. 이 오래된 심장은 멈춘 후에 어떻게 되는 걸까요? 우리는 원자력 발전소의 해체 과정과 부지 복구에 대해 살펴봐야 합니다. 앞으로 멈추게 될 심장들이 무려 스물다섯 개나 있으니까요●

국내 원자력발전소 현황

2017년 4월 기준 국내에는 ▲부산광역시 기장군 장안읍(고리 1~4호기, 신고리 1~2호기)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신고리 3호기) ▲경북 경주시 양남면(월성 1~4호기, 신월성 1~2호기) ▲전남 영광군 홍농읍(한빛 1~6호기) ▲경북 울진군 북면(한울 1~6호기) 등지에 총 25개의 원자력 발전소(이하 원전)가 설립돼 운영 중에 있다. 국내 첫 원전 상업운전은 1978년, 고리 1호기였다. 국내 원자력 발전의 시발점을 끊은 고리 1호기는 첫 운전 당시 설계수명(*설계 과정에서 부품, 기술 등을 고려해 책정되는 원전의 예상 수명) 30년을 선고 받았다. 이후 고리 1호기는 설계수명이 종료되는 2007년까지 30년이라는 긴 시간을 달려왔다. 이때 고리 1호기는 한 차례 심폐소생술을 받게 된다. 10년의 수명연장 허가를 받은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원전사후관리처 사후관리전략팀 추성집 팀장은 “설계수명이 도래할 경우 원전의 건전성에 따라 발전사업자(한수원) 측은 계속운전(*원전을 설계수명 이후에도 가동하는 것)을 신청할 수 있다”며 “현재 관련 법률에 따르면 설계수명 2년 전까지 계속운전을 신청할 경우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발전소를 검사하고, 안전성에 이상이 없을 경우 10년 단위로 계속운전을 승인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10년의 연장된 수명마저 다한 고리 1호기는 올해, 드디어 ‘종말’을 선고 받았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늙은 심장

지난 30년 동안 고리 1호기가 만들어낸 전기는 4월 8일 기준 총 153,583,052MWh다. 한국 사람 한 명이 한 달 동안 쓰는 전기가 약 70kwh인 것을 감안할 때(1000kwh=1MWh), 고리 1호기의 총누계발전량은 한 사람이 약 2억 년 동안 매일 사용 가능한 양과 다름없다. 그러나 원자력 발전량은 현재 한국 전체 발전량의 30.64%인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리 1호기는 결국 폐로 결정을 받게 됐다. 한국원자력학회 대구 경북 지부 부지부장을 겸임하고 있는 본교 이상훈 교수(공대 에너지공학)는 “고리 1호기의 2차 수명연장은 안전성 분석에 대한 평가보다는 정치적 측면에서 결정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구 원전들을 기준으로 보통 30년 정도의 운영허가를 내고, 10년 단위로 안전성을 평가해서 연장하지만 고리 1호기는 그렇지 않았다”며 “수명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통해서 2차 수명연장 여부를 결정했어야 하는데 시민들과 환경단체 등 여러 여론에 따라 폐로를 결정한 것이다”고 말했다. 본교 ‘차세대 제염·해체 원천기반기술 연구센터’를 담당 운영 중인 최상준 교수(공대 물리) 또한 “현재 국내·외 정세를 고려하고 인근 주민들의 의견을 수용하는 면에서 폐로 결정이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고리 원전 인근에 실제로 거주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안전’이다

기장군 장안읍, 바다를 끼고 고리 원전이 바로 보이는 원전 인근 마을을 찾아가 만난 지역 주민들은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40대 A씨는 “이제는 대부분의 지역 주민들이 원전에 크게 예민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리 1호기의 폐로 결정에 대해 A씨는 “고리 1호기 운전을 정지하고 해체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나 ‘내 일’이라는 생각이 잘 안 들었다”며 “원전 덕분에 주민들의 생계 유지에 도움을 받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50대 B씨는 “아직 고리 1호기 해체에 관해 구체적으로 들은 바는 없고, 곧 운전을 정지하기로 결정됐다는 이야기만 마을 주민들을 통해 들었다”며 “(수명연장 없이) 원전을 해체하는 데에 매우 긍정적이지만 그 과정에서 위험성 없이 최대한 안전하게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B씨는 “하나 탁 터지면 이 인근 지역 다 몰살당하는 거 아닙니까”하며 웃었다. B씨의 말처럼 원자로가 하나 터지면 그 인근 지역뿐만 아니라 부산, 울산, 심지어 대구에까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추 팀장은 “최근 일본 후쿠시마 사고 등 여러 원전 관련 사고로 인해 안전성이 크게 강화됐고, (신 원전 설립시) 설계에 반영돼 건설되고 있다”며 “오래된 원전들은 설계변경 절차 등을 통해 안전성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폐로된 원자로를 해체하는 방법 또한 안전한 것일까? 원전은 과연 어떤 과정을 통해 해체되는 것일까?

원전, 길고 긴 마라톤을 멈추는 방법

원전 해체 절차는 ▲Shutdown ▲해체 준비 ▲제염 ▲해체 ▲폐기물 처리 ▲부지 복원 등의 순서대로 이뤄진다. 우선 원자로의 영구정지를 위해 약 2년간의 준비기간을 갖는다. 이 기간 동안 사업자는 원자력안전법 제21조 2항에 근거해 운영변경허가 신청을 한 후 해체 진행 계획 및 해체 과정 설계를 한다. 이와 같은 준비가 모두 끝나면 ▲Shutdown 단계를 거친다. 원자로의 운전을 영구정지시킨 뒤 원자로 내 핵연료를 제거하고, 방사선 관련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해체 준비 단계에 들어간다. 이 단계까지 걸리는 시간이 약 5년이다.

이후 본격적인 해체 단계에 접어들게 된다. 우선 ▲제염 단계를 먼저 거치는데, 제염은 오염된 물질을 선별해서 분리하고, 원자로 내부의 장비 표면에 쌓인 방사성 물질 제거를 통해 핵폐기물을 최대한 줄이는 과정을 뜻한다. 한 마디로 ‘방사능 분리수거’ 과정인 것이다. 설비물과 건물 자체의 제염이 끝나면 ▲해체가 시작된다. 원격 조종기(RPV) 등의 핵심 설비들과 보조 설비물들, 기타 구조물들을 차례대로 해체하고 나면 폐기물 관리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한수원 추 팀장은 “고리 1호기 해체 시 발생되는 방사성 폐기물들은 모두 경상북도 경주시에 위치한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으로 보내 처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 탈핵팀 안재훈 팀장은 “핵폐기물은 크게 방사능 농도가 높은 고준위 폐기물과 비교적 낮은 중·저준위 폐기물로 나뉜다”며 “핵 발전 후 사용된 핵연료는 사용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방사선을 내뿜는 고준위 폐기물이기에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안 팀장은 “아직까지 전 세계적으로 고준위 폐기물을 처리할 안전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찾지 못한 상태”라며 “고리 1호기의 경우 가장 오래된 원전인 데다가 처음으로 해체 과정을 거치는 만큼 안전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시민들과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폐기물 처리 단계까지 거치고 나면 남은 것은 ▲부지 복원 단계다. 해체된 원자로 부지의 방사능 수치를 측정해 점검하고, 안전하다는 결과가 도출되면 부지 복원 후 개방한다. 추 팀장은 “오염물질은 해체과정에서 모두 제거될 예정이며 부지는 오염물질이 없는 상태로 복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어떤 수술 도구를 쓸 것인가?

원전 해체 단계에서 사용할 방법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원자력선진기술연구센터에 따르면 해체 기술은 크게 ▲기계적 해체 기술 ▲열적 해체 기술로 분류할 수 있다. 기계적 해체 기술에는 원전의 돔(*둥근 원형의 천장)과 슬래브(*원자로 내부의 판형 구조물)를 해체하는 기술, 그라우트(*시멘트 등 충전재를 건축물과 지반의 틈, 구멍 등에 주입하는 방식) 확대 기술, 다이아몬드 와이어 절단, 폭파 절단 등 기계를 이용한 기술들이 포함된다. 열적 해체 기술에는 불꽃 절단 등 열을 이용한 기술들이 포함된다.

해체 기술은 설비 해체 기술뿐만 아니라 제염 기술, 폐기물 처리 기술 등 다양한 세부 분야별 기술들을 아울러 의미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에 확보된 해체 기술은 전체 기술 중 약 80% 정도다. 이에 부족한 기술을 확충하고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기술력 또한 더욱 강화하기 위해 원자력선진기술연구센터 측은 해체 기반기술 및 인력양성 인프라를 구축했다. 본교, 동국대학교, 한국원자력연구원, 조선대학교, 경희대학교, 부산대학교 등이 해체 기반기술 구축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본교에는 최상준 교수가 센터장으로 운영 중인 ‘차세대 제염·해체 원천기반기술 연구센터’가 설립돼 있다. 최 교수는 “제염 등에 관련된 해체 기술은 본교 연구센터에서 지속적으로 연구 중에 있다”며 “타 기관들과 연계해서 주민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폐기물을 최대한 적게 내는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는 이렇게,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유럽 연합은 1979년부터 20년간 5개년 단위로 재(再)처리시설, 가압경수로(*압력용기 내부에서 핵연료 연쇄반응이 내는 열로 원자로를 작동시키는 형식) 등을 대상으로 한 실증시험을 수행해 해체 기술을 확보해왔다. 일본의 경우 1981년부터 16년 동안 핵심 기술 개발과 해체 기술 확보 연구를 진행했다. 미국도 1996년부터 8년에 걸쳐 대규모의 해체 기술 실증 사업(Large Scale Demonstration and Deployment Project)을 진행했다. 재처리시설 해체 등을 통해 핵심기술과 장비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렇게 확보된 기술들로 해외 원전 보유국들은 여러 차례 원전 해체 단계를 밟았다.

그러나 각 나라마다 원전 해체에 드는 비용은 천차만별이다. 기술과 인력, 장비 등 인프라 구축의 문제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프라 구축 여건에 따라 폐기물 관리 비용이 가장 높게 책정되기 때문에 원전 페기물들을 최대한 감용하되, 인근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해야 한다.

해체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고리 1호기뿐만이 아니다. 경북에 위치한 월성 1호기는 1차 수명연장을 받았으나 2022년에 그 수명마저 종료될 예정이다. 1983년부터 상업운전을 해 온 월성 1호기 또한 40년에 가까운 오랜 시간을 거쳐 왔기에 해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월성 1호기는 다른 원전들과 달리 가압중수로(*중성자와 반응해 생성된 삼중수소로 작동, 핵연료로는 우라늄을 사용하고 감속 및 냉각재로 중수를 사용한다) 형태로 설계돼 있어 더 세밀한 해체 설계가 필요하다. 최 교수는 “월성 원전이 있는 경주 인근에서 여러 차례 지진이 발생하기도 해 주민들이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며 “아무리 원전이 안전하게 지어졌다 하더라도 인근 주민들이 2차 수명연장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해체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인근에는 고리, 월성, 한울 등 여러 원전이 모여 있다. 탈핵 여부나 원전 설립 논쟁도 중요하지만, 이미 노후화된 원전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대해서도 중요하게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

[원전 해체 절차] *자료 출처 : 

원자력선진기술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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