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는 유난히 우리대학이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에 잘도 선정되더니, 올해는 그동안 바쁘게 달려만 가던 온갖 교육 사업에 대해 한 번 숨 고르며 되돌아볼 시간이라도 가지라는 듯이 연거푸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있다. ACE, LINC, POINT 사업이 이번에 우리대학이 선정에 탈락한 교육부의 재정지원 사업이다. 이 세 가지 사업의 영문명을 알고 있다면 이미 여러분은 상당히 이러한 교육 사업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다. 각 대학들은 이러한 사업에 선정되면 그것으로 마치 우수한 대학이 되기나 한 듯이 홈페이지에, 현수막에, 광고판에 훈장처럼 사업명을 걸어놓는다. 

과연 이러한 교육 사업들은 정말 교육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일단 선정된 대학에 적지 않은 돈이 들어오니 학생들에게 바로 그 혜택이 돌아갈 것은 불문가지다. 그렇지만 모든 돈이 갖는 문제점처럼, 이 돈도 순기능과 역기능을 갖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러한 자본의 양면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본질적인 목적을 잊지 말아야 하고 장기적인 목표가 뚜렷해야 한다. 작년 9월에 도종환 국회의원이 주도하여 발간한 책자인 「교육부 재정지원사업 이대로 괜찮은가?」는 바로 이런 점을 잘 지적하고 있다. 특히 재정지원 사업의 평가지표에 취업률을 넣어 일반대학을 산업대학이나 전문대학과 유사한 학과나 교과과정을 만들게 하여 대학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언급은 우리 구성원들이 몸으로 직접 체험하고 있는 현실이다. 단기적으로는 취업이 중요하고 특히 청년실업이 문제가 되고 있는 이 시점에는 더 더욱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문제이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대학의 본질인 학문 탐구를 벗어나 ‘기업의 하청업체’라는 비웃음까지 들을 정도에 이르면 분명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시대가 바뀌면 대학도 바뀔 것은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을 바꿀 것인지는 대학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여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교육부가 감 내놔라 배 내놔라 하며 대학을 억지로 바꾸고자 하는 것이 바로 대학재정지원사업의 실체이다. 지난번 이화여대 사태를 보면 결과적으로 온갖 정부사업의 특혜를 대가로 받으면서 결코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는 대학과 교수들의 타락상을 여실히 볼 수 있다. 그뿐인가? 갑자기 인문사회계열 학생을 취직 잘 된다는 공학계열 학생으로 바꾸려는 정부의 구조조정 방침 때문에 올해 전국 대학의 인문사회계열 입학정원은 작년에 비해 8천여 명이나 줄어들었고 공학계열의 정원은 6천여 명이 늘었다는데, 인구 대비 구성비로 보면 미국이나 유럽보다 월등히 많다는 공학계열 학생들의 취업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지 모르겠다. 정확한 자료와 충분한 토론을 거치지 않는 교육부의 정책이 대학의 미래를 좌지우지 한다면 그야말로 대학의 앞날은 캄캄할 뿐이요, 교육부 폐지는 점점 더 절실한 염원이 될 것이다. 

교육부의 대학 재정지원 사업에 연거푸 떨어졌다고 해서 너무 실망할 것 없다. 해외교류 지원 좀 줄이고, 취업 이벤트 좀 덜하고, 4차 산업혁명쯤 무시하고 지내면 된다. 만약 우리대학의 본질적인 비전만 살아 있다면, 그런 비전을 좇아 모든 구성원들이 교육과 연구에 매진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신임총장체제라고 말하기에는 이미 많은 시간을 써버린 우리대학은 이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 손 놓고 있자니 우리대학은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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