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만들다

첫 시는 그것이 시인 줄도 모르고 적었다

예쁜 것에 예쁜 것을 더하면 더 예쁜 것일 테니까

연필 끝에서 또박또박 피어나는 예쁨을 단어에 감아?

서투른 솜씨로 엮은 문장을 하얀 종이 위에 수놓았다

그것을 소리 내어 읽어 볼 때면 온 세상을 가득 채웠던

물방울 별 이슬 뭉게구름

봄비 돌고래 새벽 꽃사슴

마음에 드는 표지의 노트를 골라?

반듯이 그어진 검은 줄 아래 좋아하는 단어를 총총히 매달고 나면

연필심이 걸어간 자리에 반짝이는 밤하늘 가루가 남는다

그것을 어루고 쓸어 완성한 것이 시라고 했다?

국어국문학과 17학번, 시창작 학회 한비 34대 김승혜입니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매년 새 국어 교과서를 받으면 책에 실린 시와 소설을 그 자리에서 전부 읽어버리곤 했는데, 특히 단어 하나도 허투루 쓰는 일 없이 의미와 비유로 가득한 시를 좋아했습니다. 나름대로의 기준을 통과한 예쁜 단어들만 적어 두었던 노트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네요. 혼자만의 보석함에 모아두었던 조각들을 선배 동기들과 나눌 수 있게 된 요즈음이 행복합니다. 한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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