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책을 읽으면서 이 구절이 나왔을 때 나도 모르게 익숙했다. 반갑기도 했고. 나처럼 느끼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 같은데 다른 라틴어 중에서도 단연 많이 보고 사람들이 많이 쓰는 구절이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를 잡아라. 현재를 즐겨라. 또 그 속에 숨겨진, 그 뒤에 가려진 의미, 가급적 내일이란 말은 최소한만 믿어라. 이 세 가지 의미들이 모두 너무 좋다. 카르페 디엠 말고도 현재와 관련된 말은 많다. 현재를 뜻하는 지금 행복한 것이 중요하다. 또 “금 중에 중요한 금이 세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지금”이라는 말도 있다. 행복은 현재에 있다. 단지 현재에 살라. 그러면 모든 과거도 모든 미래도 그대의 것이 될지니. 등등.

이쯤 되면 지금까지 계속 반복되고 중요한 단어가 ‘현재’라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의식에 있어 현재는 그것과 동시에 의식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 인간의 행위 면에서 현재는 인간의 자유로운 행위가 허용되는 유일한 시간이다. 이를 토대로 호라티우스의 시 구절을 해석해보기로 했다.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기도 하고 무슨 일이든 ‘가능’하니까 곧 과거가 되어 버릴 현재를 잡고 즐기라는 뜻이 아닐까. 후회하기 전에. 써 놓고 보니 딱히 새로운 해석은 아니지만 너무나도 짧고 굵게 해석해왔던 것을 내 입장에서 풀었다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살면서 왜 이렇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말들이 많은지. 과거를 후회하지 말라고도 들었고 가끔씩 후회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는 말도 들었다. 내가 그리 강한 사람이 아니라서 (어떨 땐 기회주의자이기도 하고.) 후회되지 않을 때는 후회하지 않는 과거를 만드는 게 제일이라고 생각했고 후회될 때는 후회하는 것도 나쁘진 않지. 라고 합리화했었다. 그렇다면 현재를 즐긴다고 후회하지 않게 될까? 사실 그건 잘 모르겠다.

나는 여러분이 후회가 안 된다면 좋은 거지만 후회가 된다면 후회를 했으면 좋겠다. 그 일로 하여금 책임을 져야 한다면 기꺼이 지면 된다. 그 일로 하여금 슬프면 가끔 울어도 좋다. 그 일로 하여금 기뻤다면 웃으면 된다. 세상에 하면 되고 안 되고는 많지만 내 감정까지 지배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빨강머리 앤 : 앨리자가 말했어요!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져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 걸요.

역시 세상은 그런 것 아닐까. 생각대로 되지 않으니까, 미래에는 어떻게 될지 몰라도, 현재를 즐겨야 하는 것처럼.

 내가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 묻고 싶은 것은

 “당신, 과연 현재를 즐기고 있는가?” 이다.

박주희

(인문대 국어국문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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