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에서 뜨겁게 논의된 ‘4차 산업혁명’은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2020년까지 선진국에서 일자리 710만 개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부터 시작해, 기업·정치계 그리고 대학가까지 뒤흔들고 있다. 자신의 포부에 대해 대중들에게 선보일 기회가 있는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우리는 어떻게 되는가, 무엇을 준비해보일 것인가를 얘기하기 시작했다. 언론들은 관련 내용을 연일 보도하고, 교육 관련 신문에서는 교육계가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실제 대학 강의 현장에서도 4차 산업혁명 관련 이슈가 여러 번 언급된다. 이 혁명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로봇 등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은 어디서든 한 번씩 들어봤을 정도일 것이다.

대학가는 더 이상 과거의 교육·연구방식에 정체돼 있어서는 안 된다고 외치며, ‘융합전공’을 카드로 꺼내든다. 이는 대구·경북권 대학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대구대는 창의·융복합 인재 육성을 위해 국내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융합전공만으로 구성된 ‘교육 클러스터 중심의 융합교육 플랫폼’을 도입하기로 했고, 영남대는 지능형 로봇, 미래 자동차, 융복합 소재 분야에 대한 집중육성 계획을 세웠다. 본교 컴퓨터공학부에 신설된 글로벌SW융합교육전공의 모든 교육과정도 4차 산업혁명 인재육성에 맞춰 개발되고 있다.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융합전공제·학생설계전공제의 도입 ▲기존 학과(부)를 그대로 둔 채 새로운 전공의 설치·운영 가능을 골자로 하듯, 각 대학의 융합전공 교육시스템 및 제도는 점점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새로운 시대를 향한 관심과 열의가 매우 뜨겁다 보니 우려되는 바가 있다. AI·로봇이 노동력을 대체하고 선진국 일자리 710만 개가 사라지는 사회, 어설프고 급조된 교육과정을 밟아봤자 이 거대자본이 도사리는 정글에서 ‘융합인재’로 살아남을 수 있는가? 애초에 IoT가 지배하는 새로운 시대의 실체는 무엇인가? 지금의 청년들은 스스로 융합인재가 되기 위한 준비가 돼 있는가, 아니면 자본의 거대한 흐름에 허덕이며 따라갈 뿐일 것인가?

대학마다 자신들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것이라 자신감을 표출하는데, 한국의 한 청년으로서 드는 기시감과 의문점은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저는 오늘 목적(Purpose)에 대해 얘기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목적을 찾으라는 식의 평범한 연설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인 우리는 직관적으로 목적을 찾죠. 저는 단지 목적을 찾는 것에만 그치면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모든 사람이 목적을 갖는 세상을 만드는 게 우리 세대의 도전 과제입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회장 겸 CEO가 하버드대학 졸업식 축사에서 한 말이다. 교육부에게, 대학들에게 묻고 싶다. 우리는 수단인가, 목적인가? 당신의 말은 지리멸렬할 것이 아니라 우리 개개인이 자신의 목적을 갖고 능동적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방안인가?

김서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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