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는 케냐, 콩고 등 대표적으로 더운 국가가 많은 대륙이다. 대구는 이런 아프리카와 대적할 만큼 무더워 ‘대프리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 때문인지 대구와 관련된 SNS에서는 ‘대구가 가장 더운 도시’라는 대구의 ‘더위부심’을 흔히 볼 수 있다. 2017년은 전국적으로 유례없는 폭염이 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더위에 시달렸다. 

8월은 갔지만 아직도 볕은 따갑다. 과연 대구의 ‘더위부심’은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그리고 대구는 왜! 도대체 이렇게 더운가! 앞으로 이 더위는 어떻게 될 것인가! ●

대구 더위 랭킹, 폭염 ‘최우수’

1981년에서 2010년까지의 기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대구의 여름철 평년(30년간 데이터의 평균값이 되는 해) 평균기온은 25℃다. 이는 경상도 내에서 가장 높은 여름 평년 평균기온이다. 이 데이터로만 보면 대구가 전국에서 가장 더운 도시처럼 보인다. 

그러나 더운 도시로서의 명성은 점점 지고있는 듯하다. 지난 10년간 대구는 최고 기온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대구기상지청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6년까지 대구의 최고 기온은 전국 최고 기온보다 항상 낮았다. 2015년 의성(38.7℃)을 이어 2위(37.5℃)를 기록한 이후 2016년에는 1위인 경주(38.2℃)에 한참 못 미치는 44위(36.1℃)를 기록했다. 오히려 이 기간 동안 최고 기온의 자리는 밀양, 영월, 김해 등이 차지했다. 장현식 대구기상지청장은 “기상관측을 처음 시작한 1973년 직후에는 대구가 여름철 기온이 가장 높은 도시로 기록됐다”며 “대구보다 기온이 높았던 지역이 기상관측 대상에 포함되면서 밀양, 영월 등의 도시 기온이 드러난 것이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프리카의 명성이 이어지는 것은 폭염 일수 때문이다. 작년 한 해 대구의 폭염경보발령일수(낮 최고기온이 33℃일때 발령)는 32일로, 전국 최다 발생일을 기록했다. 대구기상청에 따르면 1973년에서 2014년까지의 폭염 일수를 집계한 결과, 폭염이 가장 많이 발생한 도시는 대구였다. 올해 역시 현재(9월 1일 기준)까지 33일을 기록하며, 전국 최고 수준의 폭염 일수를 이어가고 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집계한 ‘폭염 위험도 높은 특별·광역시 10개 기초단체’에는 대구 지역이 7개나 포함돼있으며, 이 중 상위 5개 기초단체가 모두 대구지역이다. 

대구는 왜 이렇게 더울까?

-기후학적 고찰 

기후학에서는 기후를 분석하기 위해 ‘기후 요소’와 ‘기후 인자’를 구분한다. 기후 요소는 생물의 환경을 형성하는 다양한 기후적 요소를 의미하며 ▲기온 ▲습도 ▲일조시간 ▲구름량(운량)과 같은 다양한 요소가 반영된다. 기후인자는 기후요소를 만들어내는 요인으로 ▲위도/고도 ▲대규모 수륙분포 ▲사면 방위 및 경사 ▲지면의 피복 및 특성 등 지형적 특성이 반영된다. 김해동 계명대 교수(자연과학대 지구환경학전공)는 “기후 분석에는 기온, 습도와 같은 기후요소와 기단의 변화를 주요로 살펴본다”고 말했다. 

대구의 기후를 분석하기 위해선 한반도가 여름철에 처한 상황을 먼저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여름은 공전 주기에 따라 태양과의 거리는 겨울에 비해 멀어지지만, 태양열을 직선으로 받게 된다. 이 경우 같은 태양열을 받는 단면적이 적어져 단위면적당 수용하는 열의 양이 늘어나게 된다. 이 때문에 지구와 태양의 거리가 더 멀더라도 우리나라가 받는 열은 훨씬 더 높아지게 된다.

이에 반해 적도는 그 위치상 일 년 내내 직사와 비슷한 상태의 태양열을 받는다. 이에 공기가 머금은 에너지와 상태는 일정한 성질을 가지게 된다. 이처럼 각 지역의 상황에 따라 형성되는 일정한 성질을 가진 공기를 ‘기단’이라고 한다. 북태평양에는 고온 다습한 공기를 머금은 ‘북태평양 기단’이 형성돼 있다. 여름철이 되면 우리나라 부근의 북태평양 기단이 확장하면서 우리나라까지 뒤덮게 돼 우리나라 전체가 고온다습한 상태가 된다. 특히 대구를 포함한 남부지역은 북태평양 지역과 더 가까워 북태평양 기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남부지역 중에서도 대구지역이 비교적 높은 기온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핵심은 대구가 분지지형이기 때문이다. 대구 북부에는 해발고도 1,151m의 팔공산이, 남부에는 해발고도 1,084m인 비슬산이 위치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해발고도 200~300m의 산과 구릉지가 대구를 감싸고 있다. 이 산들은 북태평양 기단의 영향으로 불어오는 남동풍을 막아서고 푄 현상(바람이 산을 넘어 불게 되면 고온 건조한 바람으로 바뀌면서 주변 기온을 상승시키는 현상)을 일으킨다. 

여기에 도시 지역 특유의 열섬현상 또한 대구의 기온을 높힌다. 김 교수는 “도시의 포장화와 인공폐열(인공적으로 만든 열 중 사용하지 않고 버려지는 것)의 방출이 도시를 더 덥게 만든다”며 “실제로 대도시의 기온상승 요인으로는 도시열섬화가 지구온난화효과보다 2~3배 더 크다”고 말했다.

반면 대구의 습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불쾌지수와 열지수(기온과 습도에 따른 사람이 실제로 느끼는 더위를 지수화한 것)에 비교적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1981년에서 2010년까지 대구의 상대습도는 61%이다. 전남 대다수 지역이 70%를 웃도는 것에 비하면 낮은 수치다. 장 지청장은 “대구의 높은 열지수와 불쾌지수는 습도보다는 높은 기온의 영향이 클 것이다”고 말했다. 

대구가 전국 최고 수준의 폭염일수를 기록하는 이유 역시 분지 지형과 관련돼 있다. 지표면에는 북태평양 기단으로 들어온 바람 외에도, 태양열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그러나 대구를 둘러싼 산들로 인해 열을 방출하지 못하고 열을 머금게 되는 것이다. 푄 현상으로 대구 산맥을 넘어온 건조한 공기는 대구의 평균 강수량마저 줄인다. 장 지청장은 “주변부의 산지 너머에서 비가 올 때 대구지역은 맑은 날씨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UNIST 폭염연구센터 센터장 이명인 교수(도시환경공학)는 “대구·경북지역은 높은 산지들로 둘러싸여 기후 평균적으로 운량이 적고 연평균 강수량이 비교적 적다”며 “구름이 없는 맑은 날이 많아 강한 일사량에 의해 주간 폭염이 자주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럼 이 분지 지형과 북태평양 기단의 ‘비극’을 막아볼 순 있을까? 분지 지형의 고인 열을 상쇄할 수 있는 요인으로 물길(도시하천)과 바람길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도시하천은 높은 비열로 지면보다 낮은 온도를 유지시키고, 지면과의 온도 차이로 도시하천을 따라 비교적 낮은 온도의 바람을 형성하게 하기 때문이다. 대구에서는 금호강과 신천이 대구 도심을 가로지르는 대표적인 물길이다. 그러나 김 교수는 “도시하천이 고층건물에 막히면서 바람이 통하지 않고, 도시하천 주변 지역의 개발이 진행되면서 이들 지역의 기온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재앙이 되고 있는 더위

‘2016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대구·경북지역에서 폭염으로 인해 폐사한 동물은 약 44만 5천마리다. 또 일소(햇볕으로 인한 과수의 데임) 피해를 본 과수원 농지의 면적은 약 648ha다. 이런 피해는 8월 중순에서 하순 사이 폭염에 의해 대거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열로 인한 인명피해는 상대적으로 적다. 작년 한 해 대구에서 243명이 온열질환에 걸렸다. 그러나 작년 한해 전국에서 발생한 온열질환 환자 2125명에 비해, 이는 전국 최저 수준이다. 이 센터장은 “대구의 폭염피해가 폭염일수에 비해 적은 이유는 흥미로운 부분이다”며 “센터에서도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고온에 많이 노출된 지역일수록 고온규모 대비 피해가 적다는 것이 전세계적인 현상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거에는 대구 역시 폭염 피해를 많이 받는 지역 중 하나였다. 한국기상학회에 따르면 1997년에서 2011년 사이 폭염 사망자 절댓값이 대구(18명)가 서울(27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기도 했다. 

대구를 비롯해 전국의 기온은 점점 상승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위원회(IPCC)’에 따르면, 한반도의 평균 기온은 지난 30년 동안 약 1.2℃도 정도 상승했다. 대구 역시 예외는 아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대구의 평균 기온은 1973년 13.8℃에서 2016년 14.6℃로 상승했다.

 대구·경북 기후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와 같이 온실가스가 배출될 경우 21세기 후반기에 현재 기온보다 4.7℃가 상승한다.  장 지청장은 “지구 전체 기온의 경우 4℃가 상승하면 지구가 열순환 매커니즘을 잃었다는 뜻이 된다”며 “대구 기온이 4.7℃ 상승하는 것이 곧바로 지구 기상 시스템에 이상이 있다는 뜻은 아니지만, 폭염과 열대야 일수는 현재보다 더 늘어날 것이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현재와 같은 추세로 기후변화가 진행 될 경우 2000년대 후반에 대구의 열대야 일수는 평균 60.5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장 지청장은 “대구에 다른 이상기변이나 재해가 잘 없다는 것을 생각해 봤을 때 조심스럽게 대구에도 지구온난화가 시작됐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광역시는 현재 폭염에 대비해 ‘폭염대책 추진기간’을 9월 30일까지 운영하고 있다. 주요 대책으로는 ▲취약계층 재난도우미 방문 및 안부전화 ▲폭염대비 행동요령 교육 ▲간선도로에 물 뿌리기 ▲쿨링포그 추가설치 등이 있다. 대구시 자연재난과 이주성 주무관은 “통상 여름기간을 5월에서 9월로 봐 폭염 대책기간을 설정했다”며 “시민 대상 설문조사에 따라 관련 시설을 확충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장 지청장은 “간선도로에 물을 뿌리는 건 궁극적으로 미세먼지를 막지만, 도시 기온을 약 1℃ 정도 낮추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폭염 예방을 위해 “녹지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지청장은 “현재까지 대구에서 진행된 나무심기 운동(1996년 문희갑 전 대구시장이 추진한 대구광역시 녹지화 사업, 이후 시장의 정책에도 반영되면서 대구의 녹지공간을 늘리는 데 기여했다.)이 얼마 만큼의 효과를 가지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실효과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 저감을 위해 녹지면적의 확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도시폭염지도 작성과 폭염예측시스템을 구축해 소지역별 맞춤식 대책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프리카’ 원주민의 고백

지난달 24일,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 민들레 빌딩 2층 상상홀에서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가 주최하는 ‘8월 냠냠토크’가 개최됐다. 이날 냠냠토크는 ‘더위를 이겨나가는 천만가지 이야기’를 주제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더위와 함께, 대구에서 생활하는 사람으로서 더위를 이기는 방법을 공유했다. 다음은 참가자들이 나눈 주요 대화의 내용이다.

#테이블 1-우리가 여름을 나는 방법  

양숙영(52): 어릴 때와 달리 지금은 시원한 곳이 많다. 그래서 더위에 더 익숙하지 못한 듯 하다. 사실 에어컨을 틀 때 나오는 열기도 더위를 더 참기 힘들게 만드는 것 같다. 

민경환(28): 더위도 더위지만 습기가 심하다. 습해서 빨래도 잘 못 말리는 경우가 많다.

조수빈(25): 요즘 들어서는 그래도 참을 만 한 것 같다. 집에서 에어컨을 틀어도 전기요금으로 치면 카페 두 번 가는 격이다. 

민경환: 더위 때문에 에어컨이 나오는 도서관에 도망치듯 간 적이 있다. 사실 집에서 에어컨을 틀면 전기료가 7000원에서 2만원으로 늘어난다. 그리고 저녁시간에 집에 있으면 해야 할 활동을 잘 안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집에서 에어컨 트는 일은 최후의 일로 생각하고 있다. 에어컨을 틀 때는 보통 제습 기능과 함께 희망온도를 30℃로 맞춘다.

#테이블 2-다른 곳은 이랬다더라 

노동욱(40): 청도에 있는 친구가 대구를 다녀 갔는데, 대구가 정말 덥다고 말해줬다. 예전에 강원도에서 덥다고 소문난 삼척으로 갔는데, 대구보다 삼척이 더 시원했다. 

우정임(28): 같은 경북인 문경도 대구보다 훨씬 더 시원하다. 사실 대구보다 더 더운곳이 있다고 하면 자존심이 상하기도 한다. 

노동욱: 어제는 정말 습했다. 그렇다고 제습기만 틀어서는 더위가 해결되진 않는다. 제습기에서 나오는 열기 때문인 것 같다.

손성헌(28): 그럼 에어컨도 실외기가 문제인 건가?

#테이블 3-이 더위를 어떡하면 좋을까?

이종태: 나무심기운동으로 나무를 더 심는다곤 하지만, 녹지 면적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더위를 상품화하는 게 어떨까 한다. 눈도 구경하러 관광오지 않나. 더위에 관련된 컴퍼런스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다른 지역들도 대구가 더운 건 알고 있다.

문찬미(31): 대구에 살다보니 더위부심이 많은 것 같다. 체감온도는 굉장히 큰데, 매일 36℃ 밖에 안하는 온도를 보면 발끈하기도 한다. 대만에는 쿨링포그가 있던데, 대구에도 굉장히 필요할 것 같다. 

이광희 기자/lkh16@knu.ac.kr

자문

·유니스트 폭염연구센터

 센터장 이명인 교수(도시환경공학)

·계명대 김해동 교수(자연과학대 지구환경학전공)

·장현식 대구기상지청장 

참고서적 

·『계절 간 기온분석을 통한 대구지역의 열 환경 특성 연구』, 한국태양에너지학회,2012

·『대구·경북 지역의 일최고기온 현황과 기후 요소간의 관계』, 2011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 기상청, 2012

·『대구·경북 기후변화 전망보고서』, 기상청, 2012

·『폭염에 의한 지역별 인명피해 발생에 관한 연구』, 한국방재학회논문집, 제16권 1호, 2016년 2월

·「일반기후학개론」, 볼프강 바이셰트 외 1명 지음, 김종규 외 1명 옮김, 시그마프레스,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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