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생들이 본교 캠퍼스를 ‘동물원’, ‘정글’로 표현할 만큼 수많은 동물들이 캠퍼스에 서식하고 있습니다. 기자는 지난달 19일부터 너구리, 왜가리, 흰뺨검둥오리, 집박쥐 등 본교에 서식하는 야생동물에 대한 제보와 궁금한 점들을 독자들에게 받았습니다. 제보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줄 박희천 명예교수(자연대 생물)와 함께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또한 이근우 교수(수의대 수의)에게 야생동물의 삶을 지키기 위해 배려할 점과 야생동물의 위험성을 고려해 학내에서 야생동물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물어봤습니다●

‘적응력 최고’ 너구리

손수현(자연자율 17): 6월 22일 오후 6시경 향토관 앞 벤치 수풀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냈어요! 덥고 습한 날인데다가 짜증나는 일이 있었는데 저 친구들을 보고 기분이 다 풀렸지 뭐예요.(웃음) 두 마리가 같이 있는 것이 너무 신기하고 반가웠어요! 그 뒤로도 선선한 밤에 같은 장소에서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사진은 못 찾겠네요. 새끼 낳았다는 얘기를 들은거 같은데 사실이라면 예쁘게 컸으면 좋겠어요! 아, 그리고 어쩌다가 경북대에 살게 된 것일까요? <사진 출처: 손수현 씨>

너구리는 ‘경구리(경북대+너구리)’라 불릴 정도로 학생들의 많은 인기를 끌고 있지요. 특히 여름에 들어서며 새끼를 낳게 되자 줄지어 걸어가는 너구리 목격담이 자주 들려오고 있습니다. 본교 캠퍼스는 사방이 주택으로 포위된 도시의 섬처럼 생긴 공간인데요. 옛날에는 학교 주변에 사과밭, 복숭아밭 등이 많아서 야생동물이 강의실에 들어오기도 했지만, 지금은 어디에서 오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식성은 아무거나 잘 먹고, 심지어는 도심의 음식물이나 과자 등도 잘 먹어 캠퍼스에 생활할 수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너구리의 화장실 사용 습성은 재미있게도 규칙적으로 한 곳을 이용하기 때문에 주변에서 너구리를 한번 발견하면 나중에라도 금방 찾을 수 있어요.

‘잔머리 대마왕’ 왜가리

박병규(IT대 전자공학 16): 오후 2시쯤 공학관식당 앞을 지나가면서 지도못에 있는 저 커다란 새를 보았습니다. 저 새가 어떤 새인지 궁금해요. 또, 저 새가 먹을 만한 게 과연 저기 있을까요? <사진 출처: 박병규 씨>

몸 전체적으로 엷은 회색에, 머리의 검은 댕기깃, 확연히 구분되는 날개덮깃과 날개색을 보았을 때 왜가리로 판단됩니다. 오래전에는 여름 철새로 알려져 있었으나 이 종 자체의 기후적응 능력과 최근 온난화의 영향으로 텃새화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본교 캠퍼스의 상공을 거쳐 매일 팔현리와 신천, 금호강 및 낙동강으로 많이 지나갑니다. 이들의 먹이는 하천, 강, 둠벙과 저수지의 물고기, 개구리, 곤충 등으로 다양합니다. 캠퍼스 내의 연못에 물고기가 있어, 흐르는 하천에서 살아가는 싱싱한 물고기를 잡는 것보다 연못 속에 있는 물고기를 잡기가 훨씬 편하겠지요. 아마 사진의 왜가리는 손쉽게 먹이를 얻고자하는 조금 약싹 빠른 녀석인가 봅니다. 최근 서문쪽 정원 연못을 매일 방문하여 금잉어를 잡아먹는 녀석이 이 아이 같습니다.

‘오붓한 가족’ 흰뺨검둥오리

김도연(생과대 식품공학 17): 사진 정보를 확인 해보니, 5월 23일 점심 때쯤에 본 것 같네요. 오리는 공학관식당 앞 지도못 물가에서 친구들이랑 지나가다가 봤어요. 오리가 거기서 무엇을 먹고 사는지, 언제부터 있었는지가 궁금합니다. <사진 출처: 김도연 씨>

지도못은 정말 야생새의 보고인가 보군요. 왜가리, 백로 그리고 오리에 이르기까지 물과 친한 조류들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지도못인 것 같습니다. 사진의 이 오리는 얼굴 양쪽에 흰색무늬가 있어 흰뺨검둥오리란 이름을 가지고, 하천과 연못, 강에서 텃새로 살아갑니다. 학교와 인근 신천에서 부화한 어린 새들을 엄마 오리가 10마리씩 데리고 다니기도 하더군요. 사진에서 보이듯 공대 앞 연못에서 번식해 교수와 학생들의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습니다.

요즈음 매년 겨울이면 찾아오는 AI(조류인플렌자) 때문에 사람들이 걱정을 하기도 하지만, 캠퍼스에서 자라는 흰뺨검둥오리는 다른 조류와의 접촉 빈도가 낮기에 큰 염려를 안 해도 됩니다. 

‘어쩌다 그곳에’ 집박쥐 

박창현(사범대 생물교육 16):  우연찮게 저희 학과 황의욱 교수님의 연구실에 박쥐가 들어온 사실을 전해 들었습니다. 연구실 선생님 말에 따르면 그 전날 박쥐 한 마리가 연구실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고 하시더군요. 날개도 다쳤고 밥도 잘 안 먹어서 야생에 내다 놓으면 못살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저 사진은 당시 연구원 선생님께서 찍은 사진입니다. <사진 출처: 박창현 씨>

사실 집박쥐는 인가가 주서식지이기에 자주 볼 수 있는 박쥐입니다. 그래서 소도시나 대도시 근교에서 많이 관찰됩니다. 하지만 오래된 집들이 많이 철거되면서 그 모습을 보기 조금은 힘들어졌어요. 딱정벌레, 파리 등의 소형 곤충을 즐겨먹는 녀석들입니다. 황의욱 교수(사범대 생물교육)는 “집박쥐가 어떻게 연구실까지 들어오게 된 것인지 궁금했다”며 “아마 인적 드문 건물 안에서 서식하고 있을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연구실에 들어온 집박쥐는 상처와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결국 죽었다”며 “어둡고 조용한 환경을 충분히 조성해주어야 하는데 연구실은 적절한 장소는 되지 못했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습니다. 

이근우 교수(수의대 수의)가 알려주는 야생동물과의 공존을 위해 주의할 것 3가지

1. 절대 만지려 하지 말 것!

야생동물이 탈진 상태로 움직이지 못한다고 돕기 위해 만지려하면 안됩니다. 야생동물에게 너희를 구해주러 왔다고 말할 수는 없잖아요? 사람이 다가간다면 해치려하는 것으로 인식합니다. 그들은 야생성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탈진한 상태라도 공격을 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족제비는 생긴 것과 달리 성질이 거칠고 이빨도 날카롭기에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공격당했을 경우 질병에 감염될 위험성도 있습니다. 개과 동물인 너구리는 광견병의 매개자로 인식되고 있는데 바로 물릴 경우 광견병에 노출될 위험이 있습니다. 족제비의 경우에는 쥐 소변 등을 통해 감염되는 렙토스피라증를 옮길 수 있습니다.  

2. 음식물 쓰레기는 확실히 처리하기!

야생동물들은 사람들이 버린 음식물 쓰레기를 먹이로 삼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힘들게 먹이를 사냥할 필요가 없어 사냥하는 빈도가 줄어듭니다. 사람들이 먹는 음식은 양념이 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화가 잘 안 될 가능성이 높아 건강을 해치게 될 것입니다. 야생동물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먹지 않도록 철저히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3. 로드킬 예방해주기!

캠퍼스 안은 차량과 오토바이 등이 돌아다니기에 로드킬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게다가 야생동물은 대부분 야행성이라 운전자의 시야 확보가 힘든 밤에 활동해 로드킬에 더욱 취약합니다. 야생동물들을 로드킬로부터 보호해주기 위해서는 당연히 운전 중에 주의하는 것은 물론이고, 야생동물을 놀라지 않게 하는 것 이 중요합니다. 그들을 놀라게 하면 도로변으로 순간 뛰쳐나갈 수 있고 로드킬이 발생하는 위험한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경북대에 독수리가 있었다? : 박희천 명예교수님의 독수리 치료와 대구의 야생동물 구조실태

예전에 캠퍼스 안에 독수리가 살았다는 소문을 듣고 그 진위를 알아보기 위해 취재를 해본 결과 박희천 명예교수가 독수리를 치료 목적으로 보호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박 교수는 야생동물의 치료를 위해 대구광역시에 지원해 본교 대운동장과 학군단 사이에 야생동물구조센터를 2001년부터 운영했다. 박 교수는 “구조센터가 대구광역시의 3차 재활기관으로 지정되어, 다친 야생동물이 치료를 받고나서 오거나 또는 다친 야생동물들을 바로 데려와 비행과 먹이를 구하는 방법을 훈련시켜서 자연으로 방사하는 역할을 대구 내에서 유일하게 수행했다”고 말했다. 이 구조센터에서 치료받던 독수리가 있었던 것이다. 박 교수는 “그중 낙동강 지역에서 건물이나 전선 등 장애물에 다친 독수리가 날개 골절로 2~3년씩 머물며 비상할 때까지 있었다”며 “2~3일 간격으로 닭 한 마리씩을 잡아먹어 주머니 사정이 힘들었던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독수리들의 야생화 훈련 모습을 부담스러워하는 학우들 때문에 센터를 2010년부터 폐쇄한 상태이다. 

현재 대구시는 구마다 8개 민간병원에 야생동물구조센터 자격을 부여해 운영하고 있다. 본교가 속한 북구에는 플러스동물 의료센터(053-424-2455)가 운영 중이고 대표병원인 동인동물병원(053-424-4258)은 주말과 휴일, 야간에도 운영한다. 하지만 대구시는 현재 전국 16개 시도 중 유일하게 지자체 차원의 야생동물구조치료센터가 없는 상황이다. 이는 다친 야생동물을 구조해 전문적으로 치료하고 재활시켜 방생할 시설이 갖춰져 있지 못하다는 말이다. 최근 7년간 대구의 야생동물 치료현황을 보면 구조된 야생동물 총 2,968마리 중 1,985마리가 폐사돼 폐사율이 67%가 넘는 상황이다. (4월 25일 대구시의회 249회 임시회 이경애 의원 5분 발언 때 발표한 내용) 본교 수의대병원도 야생동물을 치료할 케이지는 갖추고 있으나 회복기간 동안 보호할 수 있는 공간은 없는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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