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원앙은 변치 않는 부부의 애정으로 유명해서 이불과 베개에 수를 놓고 그림으로 암수를 새긴다. 원앙은 청둥오리처럼 기러기목 오리과에 속하지만 둥지를 물가에 짓지 않고, 별나게도 높은 나무의 구멍 속에 튼다. 텃새가 된 원앙은 도시에 적응하면서 아파트 베란다, 학교 건물 옥상에 알을 낳기도 한다.

캠퍼스 건물 높은 곳에도 원앙이 살면서, 엄마 원앙이 새끼들을 부르면 새끼 원앙들은 유격훈련을 하듯 4-5층 높이에서 뛰어내린다. 떨어진 새끼 원앙들은 한동안 충격에 비틀거리다 엄마 새를 따라 물가로 가서 수영을 한다.

한번은 성주 경산리 성밖숲(성주 읍성(邑城) 서문 밖에 만들어진 숲)에 있는 고목나무 속에 원앙 알 30여 개를 발견한 적이 있었다. 수컷이 다른 둥지에서 출퇴근을 하는 바람둥이 남편이라, 이에 실망한 암컷이 무정란을 놓고 또 놓았던 것이다. 영원한 부부의 애정을 상징하지만, 원앙도 원앙 나름이었던 것이다.

원앙들은 가을이면 한 가족씩 모여 또다시 수백 마리의 큰 무리를 이룬다. 그리고는 조용한 산골 저수지에서 짝 잃은 수컷과 암컷이 만나서 부부가 되고, 성숙한 새끼들은 새로운 짝을 만나 춤을 춘다. 짝짓기 비행을 하고는 둥지를 지을 물가나 도시의 캠퍼스로 사라진다.

박희천 명예교수

(자연대 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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