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는 112종의 까마귀가 있는데, 한국에는 9종이 텃새나 철새로 살아간다. 까마귀만큼 우리 삶 속에 애증이 깊은 새도 드문데, 삼족오란 새는 까마귀가 전설이 된 새로 좋은 면을 보여준다면, 영화나 동화 속 마녀와 함께하는 까마귀는 음침한 새로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까마귀과 종류는 텃새인 까마귀, 큰부리까마귀가 있고 철새로는 갈까마귀 등이 있다.

생물관 남쪽 동네에서 매일 8시쯤 까마귀 울음소리가 들려오면, 곧이어 딸랑딸랑 쓰레기를 수거하는 차 소리가 난다. 쓰레기 수거 시간을 기억하고 매일 같은 시간 건물 앞에 출퇴근하는 까마귀의 IQ는 약 60을 넘는다고 한다. 영국의 BBC와 까마귀 연구자들이 진행한 까마귀 지능실험에서 주둥이가 좁은 병에다 물을 조금만 담고 먹이를 물에 띄워둔 경우, 까마귀는 물 속에 돌을 집어넣어 수면을 올린 뒤 먹이를 찾아먹는 높은 지능을 보였다.

본교 북문에서 까마귀가 가로등에 앉아 있는 것을 자주 보는데, 10여 년 전만 해도 까마귀를 관찰하려면 팔공산 갓바위나 앞산의 안지랑 산 꼭대기주변에서 간혹 볼 수 있었다. 핀란드나 유럽에서는 까마귀가 도시 중심부에서 시민들과 함께 살아가는데 약 50-100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현재 부산, 대구 및 심지어 서울시내까지 까마귀가 도시의 텃새로 살아간다.

박희천 명예교수

(자연대 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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