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본교 의학전문대학원(2017학년도부터 의과대학으로 전환)이 동인캠퍼스(이하 동인캠)에서 칠곡캠퍼스(이하 칠곡캠)로 이전하는 것으로 결정돼 학생들과 학부모의 반발이 이어졌다. 작년 7월 본교 의생명과학관 2호관이 칠곡캠에 완공되면서 올해부터 임상실습과목은 칠곡캠에서 수강해야 한다. 하지만 생활관과 주변 인프라가 갖춰지지 못한 채 이전이 진행돼, 학생들이 동인동에 위치한 명의관(생활관)에서 버스로만 40분 넘게 걸리는 거리를 매번 통학하게 됐다. 또한, ‘대구광역시 달성군 테크노폴리스 부지 내 달성캠퍼스(이하 달성캠) 조성’의 경우, 2014년 당초 계획했던 부지의 일부를 사들였으나 어떤 시설도 들어서지 못한 채 현재 빈 터로 남아있다. 

캠퍼스 확장은 최소 수백 억 원에서 수천 억 원이 소요돼, 대학 관련 사업 중 규모가 가장 크다. 또한 학교 발전·방향에 큰 축을 담당하기도 한다. 본교도 2000년대 들어서 캠퍼스 확장을 활발히 벌였다. 하지만 구성원과 갈등을 빚거나 사업 추진이 늦어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본교의 캠퍼스 확장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 살펴보고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짚어봤다●

아직 반쪽도 안 된 이전, 칠곡캠퍼스

대구광역시 북구 학정동에 위치한 칠곡경북대학교병원(이하 칠곡병원)과 의생명과학관 1·2호관이 있는 곳은 본래 본교 농업생명과학대학의 부속실습장 부지였다. 동인캠 건물이 문화재로 지정돼 경북대학교병원(이하 경북대병원)과 동인캠의 시설 확장 및 개선이 한계에 부딪치면서 건물 이전을 논의하게 됐다. 1996년 본교와 경북대병원은 칠곡에 위치한 농생대 부속실습장을 이전하고 이곳에 병원과 메디컬캠을 설립하자는 협약을 체결했다. 2004년 당시 제2캠 조성기획단장을 맡았던 본교 입학본부장 이유철 교수(의대 의학)는 “김달웅 총장이 취임하면서 1996년에 맺은 협약을 추진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었고 그 당시에는 병원과 의대를 이전하는 계획을 세웠다”며 “칠곡을 부지로 삼은 이유는 북쪽에서 내려오는 이용자의 접근성을 넓히기 위함이었다”고 말했다. 

노동일 총장 시절 의대·치대·약대·간호대까지 대부분의 의학계열 단대 이전계획이 추진됐다. 2010년 경상북도개발공사가 소유한 경상북도 농업기술원(이하 경북 농기원) 부지를 추가로 매입하기 위해 본교는 해당 기관과의 협의를 시작했고, 같은 해 1월 ‘경북대학교병원-메디컬 관련 대학 발전 협약’을 체결하면서 의학계열 단대 이전에 뜻을 모았다. 그리고 2011년 3월 경상북도 개발공사 이사회는 경북 농기원의 부지를 경북대에 매각하기로 의결했다. 본래 칠곡부속실습장이었던 부지에는 칠곡캠의 첫 시설인 의생명과학관 1·2호관이 각각 2013년, 2016년에 준공됐다. 181억 원이 든 1호관에는 해부학·병리학·미생물학·기생충학·약리학 등 기초의학교실과 교수연구실, 실험실, 세미나실 등의 공간이 들어섰고, 180억 원이 투입된 2호관은 강의실 및 전자도서관, 임상의학실습실 등의 교육시설이 들어섰다. 

하지만 경북 농기원 부지(64,783㎡)의 이전 대상지 선정이 미뤄지고 매입을 위한 경상북도개발공사와의 가격 협상 및 부지매입비 재원확보 방안 수립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업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다. 본교 기획처 박현일 팀장은 “올해 6월에야 경북 농기원이 상주로 이전하는 것이 확정됐다”며 “아직 부지매입비 예산을 어떤 재원으로 충당할지에 대해서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전이 지연됨에 따라 기존 사업계획 상 이전 범위(의대·치대·약대·간호대)에 대한 재검토 및 의학 계열 단대와 본부와의 재협약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본교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장 이종명 교수(의대 의학)는 “현재 캠퍼스가 동인동과 칠곡으로 나뉘어져 있어 상당히 힘든 상황”이라며 “의생명과학관 1·2호관으로는 의대 전체가 당장 이전할 수 없고, 생활관과 연구시설이 확충이 된다면 완전한 이전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본교 치과대학·치의학전문대학원장 신홍인 교수(치대 치의학)는 “삼덕캠의 전체 규모가 협소해 공간 확장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법인화 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는 상황이어서 자체적으로 부지를 매입하고 건물을 짓기는 어렵다. 본부에서 부지와 건물을 제공한다면 적극적으로 동참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최근 의대, 치대와는 이전 의지를 재확인했다”며 “간호대, 약대와도 협의를 진행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본교 약학대학 학장 류광현 교수(약대 약학)는 “본부에서 공식적으로 제안이 온 것이 없어 논의된 바가 없다”며 “요청이 있다면 약대 내에서 논의 후 입장을 밝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본교 의대 학생회장 오두규(의대 의학 15) 씨는 “본과 1학년인 나도 10월 중순부터 칠곡캠을 다니고 있다”며 “동인캠에 비해 교육시설은 낫지만 아직 생활관이 없어 동인캠의 명의관에서 통학해야 한다는 점이 힘들다”고 말했다. 취재 결과 아직 이전하지 않은 단대 학생회의 경우 본인 단대의 이전 여부가 재논의 중이라는 사실을 잘 알지 못했다. 

빈 터만 있는 달성캠퍼스

대구시 테크노폴리스(달성군 현풍면, 유가면) 내에 위치한 달성캠 조성은 ‘대구 테크노폴리스 조성사업’이 시작된 2006년도부터 ‘경북대 미래 융복합 캠퍼스 조성’ 사업 계획에 따라 추진됐다. 2007년 본교는 테크노폴리스 참여의향서를 제출했고 2009년에는 캠퍼스 위치를 결정받고 대구시,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캠퍼스 조성 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추진 이유로 본 캠퍼스인 복현캠의 과밀화와 국책사업 유치 공간 필요 등이 제시되었다. 박 팀장은 “그 당시 학생 1인당 교지면적이 다른 거점 국립대학에 비해 좁은 것이 문제가 됐다”며 “또한 대형 국책사업에 선정되더라도 수행할 연구소를 신설할 공간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당초 달성캠에 가장 먼저 들어설 시설은 지식경제부로부터 사업에 선정된 ‘3D융합기술지원센터’였다. 하지만 센터 부지가 대구광역시 동구에 위치한 신서혁신도시로 확정되면서 달성캠 조성사업은 첫 단추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그 다음으로 달성캠 추진에서 문제된 점은 ‘부지 매입비를 어떤 재원으로 채우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달성캠 총 사업비 4,758억 원 중 건축비 4,215억 원은 국비로 충당하나, 부지 매입비 543억 원은 대학이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때 문제가 된 점은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이뤄진 기성회비를 사용할 계획이었다는 점이었다. 결국 본교 제19대 교수회는 달성캠 조성사업을 인준하지 않았다. 제19대 교수회 의장 손창현 교수(공대 기계공학)는 “내 임기 내에서는 달성캠 조성사업안에 반대를 했다”며 “국유지를 사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등록금인 기성회비로 지불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결국 본교는 달성캠 부지 매입 계획을 변경했다. 본교가 배정받은 ‘2·3·4·5 연구동’ 중 연구 단지용이었던 ‘4 연구동’만을 우선 매입하기로 했다. 교수회의 반대에 부딪혔던 본교는 2014년 부지 매입비용을 본교 발전기금 108억 원과 산학협력단 회계 37억 원으로 충당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교수회의 동의 없이 예산 집행이 가능했다. 부지 매입 당시 본교 제20대 교수회 의장이었던 이대우 교수(인문대 노어노문)는 “의장 재임시절에 부지를 사들였다는 사실을 몰라 당황스럽다”며 “기성회비가 아니기 때문에 교수회의 동의는 필요없지만 구성원 간의 충분한 논의와 공지없이 발전기금과 산학협력단 회계로 부지를 매입한 것은 아쉬운 행동”이라고 말했다.

또한 2012년, 부지 매입비 중 30억 원을 달성군으로부터 지원 받으며 맺은 협약도 본교에는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박 팀장은 “달성군과 협약을 체결하면서 달성캠에 단대 혹은 학부를 이전 혹은 신설하기로 합의했다”며 “2014년 공문에 따르면 달성군수가 2024년까지 이전완료할 것을 요구했고 이행되지 않을 시 지원금과 이자액까지 반납할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전하는 단대에 대한 협의가 진행되지 않았고 사들인 4 연구동에도 아무런 시설이 들어서지 않은 상태이다. 

현재까지 본교의 캠퍼스 확장 사업은 구성원들의 동의나 합의가 잘 이뤄지지 않거나 사업 예산 재원에 대한 계획성 부족 등으로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했다. 대학교육연구소의 연덕원 연구원은 “캠퍼스 확장은 계획 단계에서 구성원 간 소통이 필요한데, 특히 학생의 경우 통학 문제가 있어 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며 “계획을 이미 세워두고 어느 단과대학이든 가야 하는 형태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또한 “캠퍼스 확장이란, 규모를 키워 대학의 성장을 노리는 이유에서 시행되고 있다”며 “건물을 늘리는 외향적인 성장에만 치우치는 것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캠퍼스 확장은 국가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새로운 캠퍼스를 통해 더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사업이다. 하지만 학내 구성원의 합의, 확정적인 추진 계획과 예산 확보 없이는 큰 사업비만큼의 손실을 입을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 대구 테크노폴리스 내 달성캠퍼스 부지

▲ 대구 북구 학정동 칠곡캠퍼스 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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