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성로’라고 하면 우리는 보통 무엇을 떠올릴까? ‘북성로’를 검색하면 수많은 북성로 연탄 불고기, 우동 사진이 쏟아진다. 그러나 북성로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지켜나가고 있는 공간이다. ‘도시 탐사대’가 활동하고, ‘축제’가 열리며, 같은 자리를 30년째 지키는 장인들도 있다. 이렇듯 불고기, 우동만큼이나 즐거운 스토리가 담겨있는 북성로 속 공구거리에는 북성로를 더욱 활기차게 만들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그중 ‘시간과 공간 연구소(지역의 역사문화자원을 연구·조사하고,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인문기획을 하고 있는 사단법인)’는 북성로를 부흥시키고자 하는 ‘2017 매뉴퓨쳐 북성로: 손으로 만드는 미래(이하 매뉴퓨쳐 북성로)’를 기획해 공구거리 장인과의 만남을 만들어내고 시민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매뉴퓨쳐 북성로에 대해 더 자세히 들어보고자 ‘시간과 공간연구소’의 안진나 팀장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류승혜 기자/ysh17@knu.ac.kr

대구 중구 북성로는 일제강점기 시절 대구역에서 군수 물품이 오가기 시작하면서부터 활성화 됐다. 여기서 공구 기술의 발전이 시작 됐으며, 1980년대까지 대구 최고 번화가로 자리매김했다. 안진나 팀장의 말에 따르면 옛날 “북성로에 가면 탱크도 만든다”는 말이 있었을 만큼 북성로의 공구 기술은 널리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1997년 IMF(국제금융위기) 이후 대구의 공구중심지가 유통단지로 이동되면서 북성로는 그 영향력을 점차 잃기 시작했고, 이후 북성로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가는 듯 했다. 

그러나 북성로의 활기를 되찾고자 하는 노력이 모여 ‘2017 매뉴퓨쳐 북성로: 손으로 만드는 미래’가 만들어졌다. ‘매뉴퓨쳐’는 ‘제조하다’는 의미의 manufacture에 ‘미래’를 의미하는 future가 합성된 단어다. ‘매뉴퓨쳐 북성로’는 문화마을사업의 일환으로, 과거의 북성로를 기억하고 미래의 북성로를 만들어 나가자는 프로그램이다. 안진나 팀장은 “북성로 공구거리의 기술자들은 지금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 낼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기계로는 도저히 할 수 없지만, 손으로 만들 수 있는 것들이 아직도 북성로 공구거리에는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매뉴퓨쳐 북성로에서는 올해 4월부터 10월까지 네 가지 워크숍이 진행됐다. ▲북성로 토요워크숍 ▲오픈팩토리 ▲북성로 메이커스 ▲사운즈 오브 북성로이다.

‘북성로 토요워크숍’ 프로그램에서는 북성로에 있는 공구 기술자가 공구 작동 방법이나 기술을 시민들에게 간단히 알려주고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했다. 안 팀장은 “직접 체험해보고 방문하는 방법을 통해 사람들의 호기심을 이끌어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북성로 오픈팩토리’는 기술현장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이다. 안 팀장은 “일반 시민들은 평소 북성로 공업소에 방문할 일이 거의 없다”며 “북성로 공업소는 단순한 가게가 아니라 백여 년의 역사를 지닌 장소라 사람들이 살면서 덧입힌 흔적들이 많다”고 했다. 이어 안 팀장은 “공업소는 늘 열려있지만 그 앞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런 곳의 문을 연다는 의미로 기술 현장 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세상의 모든 만들기’라는 콘셉트로 진행하고 있는 ‘북성로 메이커스’ 프로그램도 있다. 북성로 메이커스는 인테리어 소품 만들기, 손바느질, 유리공예 등 생활 소품을 손으로 제작하는 활동이다. 안 팀장은 “북성로랑 전혀 상관없는 것 같지만 일단 손을 이용해서 뭘 만든다는 행위 자체가 북성로라는 공간이 주는 메시지와 관련이 있다”며 “다양한 기술자들이 북성로에서 강사가 돼 워크숍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라고 말했다.

‘사운드 오브 북성로’는 북성로 골목에 있는 공구·자투리 재료 등을 자원삼아 악기를 만드는 워크숍이다. 시민들이 악기를 직접 만들고 만든 악기를 연주하기 위해 무대에 오르기도 한다. 

지난 23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된 북성로 축제 주간 동안에는 ‘헬로우 북성로’라는 이름으로 북성로의 기술자들, 북성로의 이면, 북성로의 현재 모습 등을 주제로 사진전도 열렸다. 북성로의 다양한 사람·이야기·풍경 등이 전시됐다. ‘영상서랍’(본지 1589호 7면 ‘사라지는 도시를 간직하다. 영상서랍’ 기사 참조)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두 명의 사진 작가가 북성로 일대에서 만든 다큐멘터리나 사진 등의 기록이 전시됐다. 사진은 전시회가 끝난 후 사진의 인물들에게 선물로 전달한다.

안 팀장은 사람들에게 북성로가 어떤 공간으로 기억됐으면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북성로가 많은 사람들이 ‘자기만의 발견’을 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한다”며 “누가 정해놓은 대로 생각하는 게 아닌 북성로에 오는 사람들이 저마다 원하는 대로 기억하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못 만드는 게 없는 마이더스의 손 이종점 씨. 이종점 씨는 28년 째 북성로에서 신우금속을 운영해오고있다.

▲‘2017 매뉴퓨쳐 북성로: 손으로 만드는 미래’ 축제를 준비하는 모습

용접에 대한 지식을 가르치다, 28년차 기술 장인 이종점 씨

Q. 공구 골목에서 터를 잡아온 지 얼마나 됐나?

A. 28년 동안 북성로에서 신우금속을 운영해 왔다. 용접일과는 관계없는 학과를 나왔지만 먹고 살기 위해서 용접 기술을 배웠다. 여기서는 철판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한다. 펀칭, 절단, 절곡, 벤딩, 용접 등이다. 요즘은 기계로 하는 일이 많아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 손으로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Q. 본인이 봐온 북성로 공구골목은 어떤 곳인가?

A. 북성로 공구거리 일대는 1980년대만 해도 번성했다. 교통 체증이 심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유통단지로 공구도심이 옮겨가면서 북성로 경기가 침체됐고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최근 공구 박물관 덕분에 공구거리 자체적으로는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다. 식료품점에 가면 식생활과 관련된 모든 것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듯 공구거리에서는 공구에 관련된 모든 것들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어 편리하다. 공구에 관련한 모든 것들이 공구거리에 집성돼 있기 때문이다. 

Q. ‘매뉴퓨쳐 북성로’의 용접 워크숍을 진행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A. 감사하게도 공구박물관에서 먼저 제의가 들어와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기술자가 아닌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용접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도록 하는 강연자 역할을 했다. 아주 기초적인 것을 가르치긴 하지만 실생활에서 실제 활용할 수 있도록 가르쳐주려 노력했다. 젊었을 때 배우고 싶었지만 기회를 갖지 못한 사람, 작가, 목수, 자신의 가게의 선반을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 본업을 하면서 용접을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용접 워크숍에 참가했다. 다들 한 가지씩 배워 자신의 삶에 적용하려는 모습을 보며 뿌듯했다. 

Q. 학생들에게 한 마디 남기자면?

A. 여기는 디지털 세대가 아니라 아날로그 세대가 모여있는 곳이다. 디지털 시대로 변하면서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들고 있지만 여기서 이뤄지는 거의 모든 것들은 손으로 만들어진다. 그렇기에 이 시대의 북성로가 의미 있는 공간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술’이라고 하면 학생들은 안 좋은 인식을 가지기 마련인데 앞으로는 손으로 하는 기술이 빛을 발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Q. 한 마디로 자기소개를 하자면?

A. ‘미래를 만드는 마이더스 손’.

만들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무엇이든 내 손으로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지어봤다.(웃음)

이 남자의 집짓기 본능, 자립기술 워크숍의 일일강사 유지황 씨

Q. ‘메뉴퓨쳐 북성로’의 자립기술워크숍에 참여해 어떤 활동을 했는가?

A. ‘옥상 텃밭 만들기’를 이틀 간 진행했다. 옥상에서 식물을 키울 수 있게끔 보온이 되고 빛이 잘 드는 일종의 비닐하우스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 사실 옥상 텃밭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기 보다 자기 손으로 뭔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더 큰 목적이었다. 빠듯한 일정이라 다들 힘들었지만 직접 만든다는 점에서 다들 뿌듯해 했다.

Q. 워크숍 진행하면서 중점은 둔 부분은 어떤 점인가?

A. 인류가 살면서 그간 계속해서 해왔던 행위들이 있다. 예를 들어 농사를 짓는다거나 집을 짓는 등 생계에 필요한 것들을 계속해 왔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런 것들을 잊고 살아가고 있다. 이 같은 행위들이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어렵게 여기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초적이지만 참가자들이 자신의 손으로 나무를 자르고 그 나무로 구조물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워크숍을 진행했다. 

Q. 현재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A. 최근 ‘파밍보이즈(세 명의 청년이 농업 세계일주 도전기를 하는 내용)’라는 영화를 찍었다. 영화 전공자는 아니었지만 다큐멘터리 감독님을 찾아가서 직접 가르쳐달라고 했다. 여행하면서 촬영한 영상들로 영화를 만들었다. 

또한, ‘코부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청년들에게 거주지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는 프로젝트이다.

Q. 청년들에게 한 마디 남기자면?

A. 영화 ‘파밍보이즈’를 통해 꼭 농사를 짓고 싶다는 마음이 아니더라도 ‘나도 저들처럼 하나의 도전을 해볼까?’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면 좋겠다. 내가 뭘하고 싶은지, 나는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정도는 생각해보는 시간을 좀 더 자주 가진다면 자신의 미래에 대한 고민들의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Q. 한 마디로 자기 소개를 하자면?

A. 청년 농부를 위해 대안적인 농장모델을 만드는 ‘청년 농부’.

우리나라에서도 농사를 짓고 싶어하는 청년들이 있다면 돈 걱정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모델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청년 농부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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