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마지막 주말, 대구는 젊은 열기로 가득찼다. 올해로 3년째 진행되고 있는 ‘2017대구청년주간’은 청년들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한 여러 행사들로 꾸려졌다. 동성로에서는 각종 부스가 마련됐고 청년들이 기획한 공연이 펼쳐졌다. 이날  청년이 꿈꾸는 나라를 만들어보는 ‘청년공화국’, 이 시대 청년들의 현실을 필름에 담은 ‘청년 영화제’, 지역 청년들끼리의 ‘달빛청년교류’등의 여러 프로그램들이 진행됐다. 청년주간의 현장을 취재하고 지역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아보았다● 

김민호 기자/kmh16@knu.ac.kr

조현영 기자/jhy16@knu.ac.kr

청년이 만든다, 대구청년주간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대구광역시가 주최하고 대구광역시 청년센터(이하 청년센터)가 주관한 ‘2017대구청년주간’이 동성로 일대에서 개최됐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대구청년주간(이하 청년주간) 동안 동성로는 청년들의 공연이 펼쳐지는 놀이판이기도 했고 여러 청년단체들의 활동에 대한 홍보와 공유의 장이기도 했다. 청년센터 오창식 총괄실장은 “작년 청년주간의 슬로건은 ‘701,355dB’로 대구 70만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는 의미였다”며 “올해의 슬로건은 ‘청년이 만든다’로 그 목소리를 담아서 청년들이 청년주간을 기획해보자는 의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이번 청년주간은 20여 명 가량의 청년들로 구성된 청년기획단이 5월부터 두 달동안 기획했다. 청년주간에서 진행되는 행사들은 청년단체들에게 사전공모를 받아 구성했다. 이번 청년주간에서는 유로번지체험을 제외한 모든 무대나 부스 등을 청년들이 직접 운영했다.

이번 청년주간은 청년이 만드는 축제·국가·영화·네트워킹이라는 4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축제’를 주제로 한 행사는 ▲Youth stage(청년 전문 예술인 공연) ▲청년 빌드존(청년 문화, 버스킹) ▲청년 UP존(체험 및 전시회) ▲청년 빌더장(청년단체 부스) 등 4구역으로 나눠져 진행됐다. ‘국가’와 ‘영화’를 주제로 한 행사는 각각 ‘청년공화국’과 ‘청년영화제’로 실시됐고 ‘네트워킹’을 주제로 한 행사의 일환으로 청년 정책에 대한 국내외 연구 사례들을 소개하는 자리인 ‘2017 국제 청년정책 심포지엄’이 지난달 28일 청년센터에서 열렸다. 심포지엄에서는 대구지역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을 통해 청년 유출과 귀향을 분석한 연구와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진행 중인 청년 보장(사회 및 직업 진입을 위한 수당)이 프랑스에서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를 분석한 연구가 발표되었다. 

개막 첫날 저녁에는 중앙파출소에서 ‘소통합시데이-시장과 함께 별이 빛나는 밤에’ 행사가 열렸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청년들의 사연에 대해 응원을 하거나 답변을 하는 행사였다. 취업준비생의 절절한 사연이 소개되기도 했고 권 시장의 일자리 창출 성과를 묻는 날카로운 질문도 이어졌다. 

대구 청년들의 열정은 동성로 안에서만 타오른 것은 아니었다. 올해는 처음으로 동성로 밖에서도 청년주간 행사를 진행했다. ‘어디든 청년주간’이라는 이름으로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이하 김광석 길) ▲북성로 ▲반월당 등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동성로 외의 장소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할 단체를 공모받아 선정했다. 김광석 길에서는 ‘너도나도 버스커’라는 이름으로 각종 공연과 악기체험이 진행됐고 북성로에서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청년사회적 기업육성 소셜 액션’이 열렸다. 반월당에서는 토닥토닥협동조합의 청년상담 토크콘서트가 진행됐다. 

오 실장은 “청년이 바로 설 수 없는 도시에 미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청년들만의 행사가 아닌 청년 문제에 대한 지역사회와의 공감을 형성하기 위한 장으로 청년주간이 자리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청년의 시각으로 본, 청년의 이야기가 담긴 ‘영화’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된 ‘제3회 대구 청년 영화제(이하 영화제)’에는 총 7개의 작품들이 올랐다. ▲대구를 배경으로 해 지방 청년들이 겪는 고충들을 다룬 개막작 <수성못>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한 시대에 청년 농업을 꿈꾸며 세계 각지의 농장을 여행하는 청년들의 이야기 <파밍보이즈> ▲청년 간호사들이 처한 어려운 환경을 지적하는 <내차례>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에서 활동하는 청년들과 이들의 노동권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가현이들> ▲한국의 부동산 투기 문제를 감독의 부모를 통해 바라본 <버블 패밀리> ▲제주도 여행 중 죽음에 관해 고찰을 하게 되는 세 청년의 이야기 <나는 아직도 당신이 궁금하여 자다가도 일어납니다> ▲폐막작 <어둔밤> 등이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됐다.

위 영화들의 공통점은 ‘청년’이 보고 겪으며 느낄 수 있는 주제들을 다룬다는 것이다. 영화제 집행위원장 김윤환(사회대 문헌정보 05) 씨는 “친숙한 매체인 영화를 통해 우리 사회와 지역에 존재하는 청년 이슈를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고자 했다”며 “영화제에서 상영할 작품들로는 지역 청년을 의제로 다룬 영화, 청년수당과 알바노조·여성 인권 등 청년에 관한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작품들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10월 27일 동성로 중앙무대에서 진행된 개막식에서는 청년 영화제 공모전 시상식과 수상작 상영이 진행됐다. 이후 28일부터 29일까지 대구콘텐츠코리아랩 제2센터와 독립영화관인 오오극장에서 7개의 작품들이 상영됐다. 각 영화 상영 이후에는 해당 주제에 관한 청년들의 의견 공유, 감독 및 관계자와 관객 간의 대화 등이 진행됐다. 김나경 감독의 영화 <내차례> 상영 후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청년들의 고충에 대해 설명한 간호학과 학생 최성임 씨는 “간호사로 종사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었다”며 “청년 영화제에서 이러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어서 정말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한 본교 육주원 교수(사회대 사회)는 “청년들이 미래에 갖게 될 직업, 혹은 주변 지인이 겪을 수 있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제3회 대구 청년 영화제가 끝난 후, 앞으로 진행될 청년 영화제에 대해 김 위원장은 “더 많은 청년들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알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지역 청년·시민들과 함께 영화제를 준비하는 방법을 고려하며 프로그램의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며 “청년 의제를 중심으로 준비하다 보니 기존 영화제들과는 다른 부분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지역 예술가들과 더욱 어우러지는 영화제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 지난달 28일 대구콘텐츠코리아랩 제2센터에서 영화 <내차례> 상영 후 최성임 씨가 간호사의 근무 환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청년이 그리는 국가는 어떨까? 청년공화국

지난달 29일 대구광역시청년센터(이하 청년센터) 2층 상상홀에서는 ‘청년공화국’의 개국 준비가 한창이었다. 리투아니아의 문화예술인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만우절에만 나라가 되는 가상 국가 ‘우주피스(U?upis)’에서 모티브를 얻어 청년만의 나라를 모색해 보려는 행사였다. 청년들의 목소리가 약한 현 사회에서 청년만의 나라를 만들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새로운 나라를 건국하고 각 조가 하나의 주(州)가 되어 깃발을 만들었다. 청년공화국의 기본 이념과 청년이 꿈꾸는 사회를 담는 청년 헌장 만들기에 들어가자 각각의 주에서는 이번 행사 중 어느 때보다 활발한 논의를 펼쳤다. 각 주에서 작성한 헌장을 발표하는 시간에서는 ‘청년들의 고생을 환불 받아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포기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등 청년들의 가려운 점을 긁어주는 발언이 나왔고, 이에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후 참가자들의 투표를 통해 총 10개의 헌장이 선정됐다. 박하람 씨(21)는 “헌장 중에 ‘청년은 하늘 아래 굶지 않는다’와 ‘하고 싶은 말을 해야 할 권리’가 인상깊다”며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굶으면서 일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속 삭히고 사는 경우가 많아서 공감이 갔다”고 말했다. 

청년헌장을 완성한 후에는 퍼레이드와 선포식을 가졌다. 댄스 크루 ‘대구 춤판’의 퍼포먼스를 따라 청년센터에서 대구백화점 무대로 자리를 옮겼다. 무대 위에서 청년공화국 국민의 투표로 결정된 청년헌장 10개조를 공표했다. 선포식이 끝난 후 대구나 우리사회에 바라는 점에 대해 묻자 조미형 씨(20)는 “각자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교육들을 들을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며 “대학생이 아니더라도 대학 수업을 청강하는 등의 제도가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청년센터 오창식 총괄실장은 “앞으로 매 청년주간마다 청년공화국을 열 계획이다”며 “청년 헌장 중 실현 가능한 내용은 다음 청년주간 때 실행하겠다”고 말했다. 

▲청년공화국 선포식에서 청년공화국 대표 2명이 이날 만든 청년헌장을 낭독하고 있다.

‘달빛동맹’은 대구광역시와 광주광역시의 사회·경제적 교류를 이르는 말로, 대구의 옛 이름 달구벌과 광주의 옛 이름 빛고을을 합쳐 만든 단어다. 그런 가운데 청년주간에도 ‘달빛’이 드리웠다. 대구 청년들과 대구에 온 광주 청년들이 함께 교류하는 자리 ‘달빛청년교류’ 프로그램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지역 청년문제 해결을 위해 모인 광주 청년위원회 박근성 부위원장(이하 박)과 대구 청년위원회 김한필 위원장(이하 김)에게 그들이 꿈꾸는 청년 사회, 현재 지역 청년들의 고민에 대해 들어봤다●

Q. ‘달빛청년교류’ 프로그램은 어떻게 기획됐나?

박 : 각 지역의 청년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대구 청년위원회와의 교류를 시작했다. 대구 10味도 맛보고, 워크숍도 진행하고, 청년주간에서 진행되는 영화제나 행사에도 참석했다. 또 김광석 길이나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도 돌아봤다. 지난 8월 말에는 광주에서 진행한 ‘세계청년축제’에 대구 청년들이 와서 교류 행사를 진행했다. 그때는 전국의 청년위원회 사람들이 다 모여 3시간 정도 워크숍을 가졌다. 각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청년 정책과 아쉬운 부분을 짚자는 취지였다.

김 : 지난 8월 광주에 가서 청년 정책에 대한 얘기와 청년 문제, 그리고 청년위원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달빛청년교류 프로그램에서는 이러한 대화를 더 이어가고 구체화하는 데에 집중했다. 청년 정책 연구와 각 지역 청년위원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주로 논의했다. 

Q. 광주 청년과 대구 청년 사이의 공통점, 차이점이 있다면?

박 :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공통점은 둘 다 교통편 때문에 불편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광주는 오후 11시에 모든 대중교통이 멈춘다. 대구는 버스가 끊길 시간이 되면 운행 중인 버스도 종점까지 가지 않고 중간에 멈춰버린다고 하더라. 청년들이 여가를 즐기는 시간은 보통 오후 8시에서 11시 사이지 않나. 이 시간대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건 청년들에게 힘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지니까 이런 점이 보완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광주에는 청년들에게 교통 수당 등 교통 지원금을 지급하는 정책이 몇 가지 있다. 대구에는 그런 게 딱히 없어서 아쉽다고 하더라.

김 : 광주 청년들의 눈에는 대구에 일자리가 비교적 많아 보이는 것 같다고 얘기한다. 대구에는 중소기업이 많은 반면 광주에는 큰 기업들이 주로 자리 잡고 있어 일자리가 애매하다. 어디든 청년이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어렵지만, 광주의 일자리 구조에 청년들이 뛰어들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한다.

Q. 각 지역 청년들이 현재 가장 크게 고민하고 있는 문제점, 혹은 이슈는?

박 : 가장 큰 건 일자리 문제다. 광주는 일자리가 많지 않고 생활여건도 좋은 편이 아니라 청년들이 “일자리 문제가 더 개선이 되면 좋겠다”는 얘기를 많이 하고 있다.

김 : 청년 수당과 일자리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지원 정책이 있기는 해도 대구광역시에 주소를 두어야만 신청 가능한 게 대부분인데, 대구 인근에는 대학교가 많아 타 지역 소재 청년들이 오는 경우도 많다. 그런 경우에는 사각지대가 생기는 것이다. 주소를 기준으로 청년을 지원하는 것에 대한 문제점을 다루고 있다.

Q. 청년위원회 간의 교류, 청년 문제를 공유하는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

박 : 타 지역에 사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떤 것이 부족하고 어떤 것을 개선하면 좋겠다는 것을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 각 지역만이 갖고 있는 특성을 공유하고 경험할 수 있다.

김 : 우리가 고민하던 청년 문제에 대해 좀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광주 청년위원회와 교류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각자가 고민하던 청년 문제들이 특정 지역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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