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로운 오후, 햇살을 받으며 백양로를 걷고 있다. 대학원동 앞 횡단보도를 건너 일청담 방향으로 향하려는 순간 왼쪽 경사로 위에서 격한 경적소리가 울린다. 움찔하는 사이 쿵짝거리는 음악 소리를 남기고 사라진 것은 다름 아닌 배달 대행 오토바이. 투덜대며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이 오른쪽에 나타난 승용차 한 대는 빨리 지나가라는 듯 경적을 울린다. 서둘러 ‘보행자 전용도로’라고 적힌 백양로로 발길을 옮겼다. 정면으로 오토바이 한 대가 또 달려온다.

캠퍼스 내를 거닐다보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학내 구성원의 보행권이 번번이 침해당하는 가운데 본지는 교내 교통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들을 짚으면서 교내 교통안전 시스템을 점검하고자 한다●

도로 위의 무법자들

본교로 들어오는 차량은 가장 먼저 요금 정산소에 붙어있는 ‘교내전역 시속 30km’라는 표지를 마주하게 된다. 교내로 진입하는 모든 차량의 운전자에게 제한속도를 알리는 것이다. 이를 비롯해 교내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면 곳곳에 시속 20~30km의 속도 제한 표지판이 서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교내에서 이 규정 속도를 준수하며 운행하는 운전자를 만나본 적은 거의 없다. 단속이 이루어지지 않는 데다 운전자들에게 속도제한 준수를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비단 차량뿐만이 아니다. 이륜차 운전자도 보행자를 위협하곤 한다. 음악을 크게 틀어 소음을 유발하면서 교내를 빠져나가는 모습은 이미 일상이 된 지 오래고, 번호판을 뗀 채 교내에서만 움직이는 오토바이도 있다. 교통안전을 위협하는 첫 번째 문제가 바로 도로를 종횡무진으로 누비는 탈 것들로부터 기인한다.

임소연(인문자율전공 17) 씨는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데 바로 앞으로 오토바이가 지나간 적도 있었다”며 “운전하는 사람도 차에서 내리면 보행자가 될 텐데 너무 위험한 것 같다”고 말했다.

도로 구조의 문제로 인한 위험요소

도로 구조의 문제 역시 대학 내 교통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도로교통공단 대구지부는 지난 6월 22일부터 7월 13일까지 본교의 의뢰를 받아 교내의 교통안전 상황을 점검했다. 도로교통공단 안전시설부 정윤재 주무관은 “주로 보행자 측면에서 시설이 설치되어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점검했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지적된 사항이 보행 동선이 연속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간에 끊어져버린 보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차도를 횡단해야 하고, 심지어는 대운동장 사거리같이 횡단보도가 차도 한가운데에서 끊기는 곳도 있다. 특히 단과대학 건물의 주차장 진·출입로의 경우 보도가 단절된 폭이 넓어 자동차와 보행자 간의 사고 위험성도 높을 것으로 지적되었다. 정 주무관은 “보행자가 보도를 벗어나서 차도로 통행해야 하는 경우 자연스레 사고 위험이 커지는데, 그걸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동선이 단절되는 구간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교차로 모퉁이에 주차공간이 존재하는 문제도 지적되었다. 교차로와 인접한 장소는 도로교통법 상에서는 주·정차 금지구역으로 분류된다. 본교 총무과 황윤수 운영지원팀장은 “교차로로 진입한 차량의 시야가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가려지거나 접촉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기존에 교차로 모퉁이에 설치된 주차면의 경우 시설유도봉 등 간단한 교통시설을 세우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주무관은 “도로 옆에 있는 주차공간은 일반 주차장보다 사고 위험성이 더 높다”며 “차도와 주차공간을 서로 분리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사고율을 낮출 수 있는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도로 구조가 잘못돼 오히려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정보전산원 앞 회전교차로가 그 예이다. 국토교통부가 2014년 12월 발간한 ‘회전교차로 설계지침’에 따르면 회전교차로의 연장 축과 중심선의 방향은 회전교차로의 중앙교통섬을 향해야 한다. 차량은 회전을 위해 속도를 줄인 뒤, 교차로 통과 후 서서히 속도를 높인다. 이것이 기본적인 회전교차로의 운영방식이다. 그러나 정보전산원 앞의 경우 차로 경계를 알리는 별도의 도로안전시설물이 없다. 어학교육원에서 제2북문 방향으로 빠져나가는 차량의 경우 중앙교통섬을 경유하지 않고 우측 주차면 등을 이용해 속도를 늦추지 않은 채 그대로 직진할 때도 있어 보행자를 절로 아찔하게 만든다. 정 주무관은 “회전교차로는 차량 속도를 줄여 보행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교통 정온화 기법’ 중 하나”라며 “회전교차로가 속도를 늦추는 효과를 보이지 못한다면 그 기본 설계방식과 맞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본관 측은 이를 바탕으로 오는 겨울방학 중 시설물 개량을 진행할 계획이다. 황 팀장은 “방학을 이용해 차선 도색이나 주차시설의 정비부터 진행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뼈대뿐인 규정, 실질적 효과 없어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도로’란 별도의 법령에 지정되어 있지 않을 경우 ‘불특정 다수의 사람 또는 차마가 통행할 수 있도록 공개된 장소’여야 한다. 그러나 입구에 설치된 차단봉과 경비원이 차량 진입을 차단하고 있는 대학 캠퍼스 내 도로의 경우 도로교통법상의 ‘도로’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주차 또는 안전 수칙을 위반하는 차량을 제재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자체 규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대부분의 대학은 교내에 진입하는 차량을 관리하기 위한 규정을 자체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본교 역시 ‘경북대학교 교내 교통관리규정’이 제정되어 있다. 그러나 본교 교통관리규정의 경우 대부분 주차에 대한 사항만을 적시하고 있어 교내 통행에 대한 안전규정 및 처벌규정이 사실상 전무한 상태이다.

본교의 교통관리규정에서 교통안전과 관련된 조항은 제12조로, ‘경음기 사용 또는 추월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차량소통 및 주차에 방해가 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등 추상적으로 적혀있을 뿐 주차위반이 아닌 교통질서 위반 차량에 대한 처벌조항도, 차량소통에 방해가 되는 행위가 어떤 행위인지에 대한 설명도 전혀 없다. ‘도로교통법 및 이 규정을 준수하여야 한다’라는 조항이 있지만 준수하지 않았을 때 처벌할 수 있는 근거도 없다. 운행 속도의 제한 역시 규정상에서는 나타나 있지 않다. 이에 대해 2003년 ‘창원대학교 교통관리규정’ 의 시안을 작성한 창원대 심상완 교수(사회대 사회)는 “어떤 것을 금지하는 규정의 경우에는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위반 시 제재를 가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며 “금지 규정을 만들어 놨어도 제재 규정이 없는 것은 실질적으로 위험행위를 금지를 시킬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총무과 황 팀장은 “2012년부터 활동하지 않고 있는 교통관리위원회를 올해 안에 다시 개최해 규정에서 미흡한 부분을 보완할 계획”이지만 “학내 교통안전 관련 사항은 필요할 때마다 시설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으므로 규정은 주차 운영만 손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타 대학은 어떨까. 서울대학교의 경우 교통관리 규정에 제한속도 등은 명시해 두지 않았으나 본교와 달리 질서위반 차량을 규제하는 규정이 있다. 서울대학교 교통관리규정 운영세칙에 따르면, 교내에서 교통질서를 위반한 경우나 교내에서 음주운전 또는 난폭운전 등으로 학교시설물, 인명 또는 타 차량에 중대한 피해를 입힌 경우, 그리고 교내에서 청원경찰의 교통수신호를 위반한 경우 기간 내 누적위반횟수 등을 고려해 정기권 발급과 교내 출입을 제한한다. 서울대학교 캠퍼스관리과 김건 실무관은 “한국재난대응안전훈련을 실시할 때 대학 측이 교통사고 수습 계획을 수립하도록 되어있다”며 “지휘체계와 매뉴얼을 내부적으로 규정하고 1년에 한 번씩 토론회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대학교의 경우 위반사항별 세부 처분기준이 존재하고, 제한속도가 명시돼 있으며, 이륜자동차에 대한 세부 규정까지도 존재한다. 또한 이륜차는 사전 등록 절차를 거친 차량만 교내 진입이 가능하다. 부산대학교 총무과 김지연 주무관은 “부산대가 경사면이 많아 이륜차 보유 비율이 높고 부산지역 오토바이 사고 빈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창원대학교의 경우 규정에 보행권을 명시하고 있다. 창원대학교의 교통관리규정은 보행권을 ‘보행자가 교내에서 방해 받지 않고 자유롭고 안전하게 이동하고 편리하며 쾌적한 교통 환경을 누릴 권리’로 정의하고 ‘대학은 보행권의 보장에 교통관리의 최우선순위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학 규정에 보행권이 명문화된 사례는 유일무이하다. 창원대학교 총무과 이상수 주무관은 “교통관리에서 최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이 보행자라는 것을 명문화함으로써 학생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창원대 교통관리위원 심상완 교수는 “교통관리규정을 제정하기 전에는 보행자들의 편익이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승용차 위주로 도로를 개설하거나 제도를 마련했다. 그것을 교정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규칙이 필요하다고 봤다”며 보행권을 조항에 삽입한 이유를 설명했다.

개선을 위한 방안

보다 안전한 캠퍼스 도로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서울대, 부산대 등과 같이 안전 위반 차량에 대한 규제를 마련하고, 교내 교통관리규정에 창원대처럼 보행권을 적시할 필요가 있다. 심상완 교수는 “보행권이라는 권리의식은 사람들이 막연하게 생각할 뿐, 그것을 규정화한 경우가 많지 않다”며 “차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보행권에 대한 의식들을 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학내 구성원들이 고르게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교통안전 관련 정책 심의 기구의 활성화도 필요하다. 2012년 예·결산 산출 방식이 변경된 이후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교내 교통관리위원회는 학생 위원을 포함한 임명직 위원이 모두 공석 상태이다.

또 차량의 통행 속도를 줄여 안정성을 확보하는 교통정온화기법을 도입하는 등 도로 구조를 개선해 자동차가 아닌, 사람이 다니기 편한 길을 만들 필요가 있다. 정 주무관은 “교통정온화기법이란 차량 통행 속도를 줄여서 안정성을 확보하는 기법으로, 도로 폭 축소(인도확장), 굴곡, 회전교차로 도입이 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보행자 스스로도 안전에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 본교 총무과 황 팀장은 “부족한 부지 등으로 인해 인도와 차도가 혼재돼 있는 것은 사실이나 가급적이면 학생들이 보행자 통로로 이동해 준다면 운전자와 보행자가 서로 즐겁고 안전한 보행 환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찬민 기자/kcm17@knu.ac.kr

김민호 기자/kmh16@knu.ac.kr

일러스트: 김은별 기자/keb15@knu.ac.kr

▲ 대운동장 사거리에서 한 차량이 정해진 유도선이 아닌 안전지대를 침범해 무리하게 좌회전을 하고 있다.

▲ 오토바이가 한 쪽에만 설치된 과속방지턱을 피해 중앙선을 넘어 주행하고 있다. 일반도로의 경우 변칙 주행을 막기 위해 도로 편측에만 과속방지턱을 설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 정보전산원 앞 교차로에서 학생들이 횡단보도가 없는 길을 건너고 있다. 그런 학생들을 피해 트럭이 중앙선을 넘어 주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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