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캠퍼스(이하 상주캠) 생활관 학생식당 ‘도미토랑’에서 밥을 먹은 학생들에게 집단 식중독 증상이 나타났다. 당초 피해자가 20명 남짓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조사 결과 100여 명 이상의 학생들이 증상을 보였다. 학내 게시판에 올라온 피해 학생의 글에 따르면 증상은 10월 19일 점심식사를 먹은 후에 시작됐다고 한다. 공교롭게 중간고사 기간이어서 증상이 나타난 일부 학생들은 시험을 치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설사가 발생해 시험 도중에도 계속 화장실을 들락날락했다’는 글에서 얼마나 고통스럽고 불편했을지 짐작이 간다. 피해 규모가 큰 심각한 사태임에도 학교 측의 대응은 답답하다.

상주캠 보건의무실에 복통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찾아온 것은 지난달 23일부터다. 학교 측의 경과 보고서를 보면 생활관 영양사가 사태를 처음 인지한 것은 10월 25일이다. 의무실에서는 다음 날 대구캠퍼스 측에 상황을 알렸으며 밤 9시가 넘어 사태 파악 보고를 했다고 쓰여 있다. 상주캠 보건의무실은 이튿날(27일)이 되어서야 상주시 보건소에 식중독 의심 신고를 했다. 이해가 안 가는 것은 그 다음이다. 학교 측은 식당을 11월 1일에 폐쇄했다. 이상 증세를 보이는 학생이 20명가량 나왔고, 원인이 생활관 식당으로 의심 가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즉시 폐쇄하지 않은 것이다.

식중독 증상의 원인은 10월 19일과 10월 24일 두 차례 반찬으로 나온 ‘백진미 무침’ 때문인 것으로 의심된다. 다만 백진미 무침에서 나온 대장균과 피해 학생의 가검물 혈청이 동일하지 않아 정밀검사를 의뢰한 상태라고 한다. 설령 백진미 무침이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어도, 생활관 식당의 음식에서 장병원성 대장균이 검출된 것은 심각한 문제다. 게다가 10월 22일에는 유통기한이 지난 김을 배식한 것이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밥은 학생들의 건강과 직결된다. 단순히 맛이 없는 것과 위생이 불결한 것은 사안의 경중이 천지차이다. 음식을 대량으로 만들면 맛은 다소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위생을 철저히 점검하지 않는 것은 중대한 잘못이다. 

학교의 늑장 대응도 지적할 만하다. 지난 2005년에도 본교 기숙사 식당에서 밥을 먹은 학생과 교직원에게 집단 식중독이 발병한 사건이 있었다. 그때 기숙사 측은 최초 환자가 발생한 지 1주일이 지나 신고하는 등 안일한 대처로 공분을 샀다. 당시 보도된 기사에서 자세한 수치만 바꾸면 이번 사태의 기사로 착각할 만큼 유사한 상황이다. 12년이 지났지만 학교의 대응은 변하지 않았다. 2005년 사태에서 361명이라는 엄청난 수의 피해자가 나왔음에도 예방과 개선의 노력은 없었던 걸로 보인다.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국립대로서 본교는 좀 더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대학에서 학식은 타지에서 온 학생이나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의 안전지대가 돼야 한다. 가뜩이나 힘든 시기를 보내는 청년들이 밥까지 서러워서 되겠는가. 학내에서 먹는 밥조차 믿고 먹을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학식에 대한 불만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밥은 최소한의 인권이다. 안전한 밥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이번 식중독 사건을 계기로 해서 모든 학생 식당의 전반적인 위생 수준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또한 향후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것을 대비해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 생활관 식당은 식단 내역을 투명하게 밝혀서 식단 질을 높이고 위생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그래야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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