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부터 올해 3월까지 이어진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 뒤이은 대통령 탄핵, 조기대선과 새 정부 출범, 그리고 북핵위기와 사드배치 등 여러 사건을 겪은 격동의 한 해가 지나가고 있다. 우리는 패악한 지도자가 힘을 사사로이 사용하여 시민을 천시하고 탄압할 때, 시민들끼리 단결하여 그러한 지도자를 쫓아낼 수 있다는 게 역사적 진리임을 다시 확인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오랫동안 우리 사회 각 분야에 쌓였던 적폐를 깨끗하게 청산하고, 21세기에 어울리는 새로운 공동체의 사회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이 시대정신으로 떠올랐다. 그럼 우리가 발붙이고 있는 대학에서의 내부적 적폐로는 무엇이 있을까?

지금 한국 대학은 자본의 논리와 경쟁 시스템에 의해 철저하게 붕괴됐다. 대학이 학문 공동체라는 말은 이미 화석화된 지 오래다. 학문이란 배우고 질문하고 토론하면서, 각자 나름대로 삶과 세계의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학문을 통해 각자 자유로운 주체가 되어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지성의 길을 실천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대학에서 교수들은 자신의 명예를 걸고 자신의 학문을 지켜내기보다는, 스스로 자본의 성과주체가 되어 갖가지 프로젝트에 목을 매고 있는 직장인처럼 살아가고 있다. 자유로운 공간이어야 할 대학 강의실에는 학점의 노예가 된 학생들의 침묵만이 흐르고 있다. 프로젝트 성과주체로서의 교수에게 학생들은 학점의 노예로 상호응수하는 희한한 공모가 강고하게 생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의 교수와 학생 모두 숨 돌릴 틈도 없는 성과·학점 경쟁에 시달리며, 기득권은 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마음 한구석으로 안도한다. 대학 내부의 민주주의 작동에 관심 기울이는 구성원들은 소수에 불과하고, 이들은 대학의 광인으로 왕따 취급받는 실정이다. 

이러한 한국의 대학 내의 적폐는 사회구조적인 적폐와 연관되어 있지만, 일차적으로 대학 내에서 교수와 학생들이 모두 스스로 생각하고 실천하는 자유 주체가 되어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을 위해 참여할 때 깨질 수 있을 것이다. 입시경쟁이라는 사회구조 적폐의 희생물인 현 대학생들은 생존을 위한 경쟁구도가 미래의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보길 바란다. 지금까지 한국의 대학은 미래의 행복과 희망이라는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서 진학하는 공간이 아닌, 미래의 생존 보장이 가능한 막연한 길이 있다고 믿는 맹목적인 믿음의 공간이었다. 경북대생이여! 이런 맹목적인 믿음을 불신하고 고민해보고 생각해보라. 대학에서는 자신의 생각이 없으면 길을 잃어버리게 되는 법이다. 길을 잃지 않게 자유로운 주체가 되어 나와 너, 그리고 우리를 생각해보라. 

그리고 대학 내의 교수들은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직장인으로 생존하는 법을 배우지 말고, 성과주체가 되어 버린 자신을 반성해야 할 것이다. 진짜 교수로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면서 학문이 제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학문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면 교육도 사라지는 법, 교육과 학문이 사라진 지금 대학에서 교수들이 자신의 학문적 진리를 위해 명예와 목숨을 버릴 수 있는 용기를 다시 가질 때, 대학 교육도 소생할 것이고 강고했던 대학 내 적폐도 청산될 수 있을 것이다. 경북대인들이여! 대학적폐는 우리의 손에 달려있다. 이제 청산을 해야 할 때다. 모두 실천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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