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경북대신문 기자 임기를 마무리하며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대학’이란 도대체 무엇입니까? 편집국장씩이나 하면서 그런 것도 모르냐고 하신다면, 네, 도통 답을 모르겠네요. 고등학생 때까지는 ‘아, 인정받는 어른이 되려면 들어가야 하나 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막 새내기였을 땐 대학에 총장이 안 계시더랍니다. 알아보니 이 총장이란 자리가 대학의 최종 의사결정권자의 자리인데, 교육부가 별 이유도 없이 임명하기 싫다 했지 뭡니까. 신문사 일이 손에 좀 익은 2학년 때는 취재원들로부터 대학은 ‘학문공동체’, ‘민주주의의 첨병과 진리의 전당’, 뭐 이런 얘기를 들었는데요. 옳은 말씀이시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막상 마음에 와닿는 게 없었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총장이 없어도 우리들은 수업도 잘 듣고, 알바하느라 바쁘고, 어떤 직업을 가져야 될지 고민도 많았고요. 수업에 들어가면 교수님과 대화는커녕 왜 알아야 하는지 모를 지식을 받아 적느라 바빴고요. 학교는 학교대로 학생들 취직을 못 시켜서 전전긍긍하고 있더라는 거지요. 가끔 대학의 본질에 대해 논하는 분들이 계셨는데요. 근대 대학의 이념부터 민주화에 앞장섰던 과거 대학생들의 이야기까지, 너무 먼 얘기처럼 들리지 않았겠습니까. 그러면서 우리는 이 공간에 몇 년 머물다 갈 뿐인 미성숙한 학생들이라고, 결국 대학을 대학답게 만드는 건 본인들뿐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원래 다 같이 대화하는데 나만 모르는 얘기를 하면 재미없는 법이지요.

정확한 답을 내리지 못한 채 어느덧 3학년이 됐습니다. 취준생의 문턱까지 와서야 대학이란 게 애초에 ‘있긴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 개념이 과거의 것에만 머물러있고, 누군가에게는 성공한 기업체가 되길 바라고, 누군가에게는 내 한 몸 건사하기 위해 기대고 있는 곳입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을 포함하는 게 대학일 수도 있죠. 다만 구성원의 의무도, 정의도, 책임도 없는 공간이라면, 대학이란 그저 ‘도구’일 뿐입니다. 돈과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곳에 ‘상아탑’, ‘진리, 긍지, 봉사의 정신’  이런 게 굳이 필요하겠습니까? 심지어 굉장히 요긴하게 쓸 데가 많은 도구라, 또 다른 도구를 만들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외국어·근면함·실무 능력을 갖춘 청년들 말입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우리는 도구가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가 서있는 현실에서, 함께 서있는 사람들과 대화하고 논의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당신이 학생이든, 교수든, 직원이든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권리이자, 존중해야 할 타인의 권리입니다. 주제는 거창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가 인권, 생활, 학습권 등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는 행위 자체가 대학의 정체성을 결정합니다. 대학평의원회, 학생사회의 불신, 총장직선제 문제도 있을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학생이고, 평등한 논의의 장을 필요로 한다면 학생회와 대학신문이 당신을 도울 것입니다. 그 기능을 제대로 못한다면 이들 또한 허상만 좇는 하찮은 도구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정말이지 궁금합니다. 대학이란 대학 구성원이 함께 논의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하찮은 것입니까? 아니면, 당신에게 대학이란 무엇입니까?

김서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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