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운동이 우리 사회에 거센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한 달 전 창원지검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의 폭로를 시작으로 이 운동은 법조계는 물론 문화예술·종교·학계 등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미투(Me Too)는 ‘나도 당했다’는 뜻이다. 무엇을 당했는가?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성폭력(성폭행·성추행·성희롱)을 당했다는 것이다. #미투운동을 보면서 몇 가지 사실에 주목했다. 

먼저, 성폭력은 직업과 영역을 가리지 않고 일어났다.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자로 거론되는 고은 시인은 문단의 원로이고, 연극계의 ‘제왕’으로 불리는 이윤택 감독은 극작가이자 뮤지컬 연출가로서 극단 연희단패거리를 이끌었다. 조재현과 조민기 등은 대중의 사랑을 받는 유명연예인이고, 학생들을 성추행한 김태훈 교수는 ‘세종대왕’으로 불렸다. 이 사례들에서 알 수 있듯이 성폭력은 거의 모든 직업과 분야에서 만연하고 있다.   

또한 성폭력이나 성추행은 피해자에 대한 가해자의 절대우월적 지위를 남용했다. 가해자들은 명망 있는 인사들로 그 분야에 진출하려는 젊은 신진들에게는 존경의 대상이자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장벽과도 같은 존재들이다. 성폭력을 당했으면서도 피해자들은 혹시 있을지도 모를 불이익이 무서워 혼자 피해를 감내해야 했다. 주로 직장 내에서 노동관계를 중심으로 행해지던 갑질이 성을 매개로 거의 모든 직업분야에서 횡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충격과 함께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태의 주된 원인은 우리 사회의 이면에 독소처럼 뿌리 내리고 있는 남성중심주의라는 사실이다. #미투의 가해자들은 모두 남성들이다. 그들은 각계각층에서 절대권력자로 군림하면서 그 분야에 입문하는 여성들을 마치 노예 대하듯 하였다. 피해자들이 당한 피해 사례를 듣고 있는 내내 부끄럼에 얼굴이 화끈거리고, 분노가 치밀어 참을 수 없었다. 제3자의 입장에서 이럴진대 직접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은 오욕의 세월을 보내면서 억울함과 모욕감에 얼마나 치를 떨었겠는가. 

한국은 남성중심주의에 기반한 전형적인 부권제 또는 가부장제 사회이다. 과거에 비하여 상황이 나아졌다고는 해도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핵심부서는 남성이 독식하고 있다. 간혹 고위직에 임명되고 활동하고 있어도 거미줄처럼 공고하게 구축된 남성중심의 조직문화에서 여성이 나름의 독자적인 지도력을 발휘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제는 남성중심주의라는 거대서사와 신화를 해체하고, 극복함으로써 시대에 맞는 새로운 양성평등의 이야기를 써야 한다. 성폭력의 문제의 본질은 남성의 여성에 대한 차별, 즉 성차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차별을 극복하고, 양성평등이 보장되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남성중심주의에 의해 주도되는 통치와 지배라는 국가주의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투운동의 과정에서 드러났지만 문단에서 여성문인들에 대한 고은 시인의 추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한다. 그가 문단의 원로이고, 노벨문학상의 후보자라는 이유로 동료문인들은 그 사실을 알고도 동조 혹은 묵인하였다. 그가 행한 불의와 부정을 알고도 덮어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명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국가의 명예와 영광을 위하여 여성문인들이 당한 모욕을 덮어버릴 수는 없다. 그런 행위야말로 국가에게는 형용할 수 없는 모욕과 수치인 까닭이다.   

‘En선생’으로 대표되는 성추행 남성들을 ‘괴물’로 부르면서 최영미 시인은 이렇게 절규한다. “괴물을 키운 뒤에 어떻게 / 괴물을 잡아야 하나” 

그렇다. 그 ‘괴물’은 누가 키웠을까? 바로 ‘우리’가 키웠다. 남성중심의 기득권 세력을 때려잡지 못하고, 여성차별을 당연시 하는 법제도와 인식이 키웠다. 모든 사람은 자유롭고, 평등하며, 존엄하다는 인권의식의 부재가 그들을 ‘괴물’로 키웠다. ‘괴물’이 된 그들은 힘없는 여성들만 골라 흉포한 범죄를 일삼았다. 우리가 그들의 범죄행위에 눈감고 외면하는 동안 ‘괴물’은 나날이 야수가 되어갔다.  

그 ‘괴물’을 어떻게 잡아야 하나? #미투운동으로 피해여성들이 그저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하고, 쌓인 원한을 풀고 해원하는 수준에서 이 야만적 행위를 덮어버려서는 아니 된다. 우리 의식의 내면 깊숙이 자리한 혈연·지연·학연으로 엮인 고질적인 연줄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성폭력은 범죄라는 인식이 이 사회에 확고히 자리 잡도록 가해자들에 엄중한 도덕윤리적·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리하여 그 ‘괴물’들이 다시는 현업에 복귀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이 사회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채형복 교수

(법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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