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해고’에 떠밀려 MBC를 떠나야했지만, 지난해 12월 MBC 대표이사로 다시 돌아온 ‘그’ 최승호 사장(행정 80). PD수첩 최승호에서 대표이사 최승호가 된 이야기를 들어봤다●

1980년, ‘그’는 본교 행정학부에 80학번으로 입학했다. 1986년 졸업 후, 공영방송인 문화방송 PD로 입사했다. 이후 여러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연출가이자 언론인으로서의 삶을 살던 그는 2005년 시사교양 프로그램 <PD수첩>의 책임프로듀서가 됐다. 2011년, 그는 <PD수첩>에서 <4대강 수심 6m의 비밀>편 등을 제작하며 한국 사회의 수면에 커다란 돌을 던졌고, 한국PD연합회의 ‘올해의 PD상’을 수상했다. 2012년, 그는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20년 넘는 세월을 몸담았던 문화방송에서 해고됐다. 그 후 5년 동안 독립 언론 ‘뉴스타파’의 앵커이자 PD, 영화 <자백>의 연출가로 활동하던 그가 작년 문화방송에 돌아왔다.

Q. 8년 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부조리가 없어지는 그날까지 <PD수첩>은 침묵하지 않겠다”라고 말했었다. 지금의 생각은 어떤가?

A. MBC는 지금도 <PD수첩>을 비롯해 여러 시사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없애기 위한 방송을 계속 할 것이다.

(본지 10.11.03 발행 기사 ‘본교 행정학부 출신 MBC최승호PD-“부조리가 없어지는 그날까지 PD수첩은 침묵하지 않겠다”’참조)

Q. PD와 대표이사의 역할은 다르지 않나. 공영방송 대표이사로서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대표이사는 경영자니까 전체적으로 좋은 방송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구성원들을 지원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2012년 당시의 해고 통보, 심정은 어땠나?

A. 당시 전국에서 2천여 명의 노동조합(이하 노조) 구성원들이 함께 파업을 했었다.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를 당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 당시에는 참 어리둥절했다. 결국에는 시간이 지나 ‘해고 무효’라는 결론이 났다. 너무나 당연한 결론이라고 생각한다. 

Q, MBC로의 복귀, 망설임은 없었나?

A. 대표이사로 MBC에 돌아오는 데에 망설임은 없었다. 해고당하고 난 후 해고 무효 소송을 계속 진행하고 있었던 상황이었고, 당연히 이 해고는 무효니까 언젠가 다시 MBC에 돌아가서 좋은 방송을 해보리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MBC는 내가 오랫동안 일했던 곳이고 시민들에게 신뢰 받는 공영방송이었는데, 지난 몇 년 동안 많이 망가졌다. MBC를 다시 좋은 공영방송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그것을 내가 나서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Q. 현재 방송언론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지금까지는 정권이 직접 뽑아서 내려 보내는, ‘낙하산’으로 자리에 앉은 경영진들이 정권에 충성을 다하는 그런 행태를 보여 왔다. 이 때문에 뉴스가 신뢰받지 못하고 시민들로부터 지탄받는 데까지 이르렀다. MBC는 그런 경영진들을 쫓아내고 나를 비롯해 새로 공정한 방송을 만들어보려는 경영진들이 들어왔기 때문에 뉴스도 많이 바뀌었고, 상황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상당부분 개선됐다고 생각한다.

Q. MBC와 KBS등 공영방송사들의 파업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A. 파업은 공영방송을 바로 세우기 위한 내부 구성원들의 싸움이지 않나.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파업이라는 게 해보면 매우 힘들다. 월급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노조원 대부분이 한 집의 가장이고, 돈을 벌어 가족들에게 가져다줘야 생활이 가능한데, 파업을 하게 되면 월급이 하나도 나오지 않으니 어려움이 있다. 2012년에는 MBC 노조 파업이 170일 동안 진행됐고, 이번 KBS 노조 파업은 140여 일 진행됐다. 이렇게 한다는 건 노조원들 본인에게도 가족들에게도 정말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이라는 게 그만큼 중요하고, 노조원들이 방송을 올바로 세우는 게 자신들의 임무라는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에 파업에 임하는 것이다.

Q. 앞으로의 언론 노조, 노사관계와 노조 활동의 방향성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

A. 그동안은 언론 노조가 불공정 보도·노조 탄압 문제 등에 대해 사측에 대항하는 노동자들의 구심점으로서 역할을 해왔다. 그건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다. 다만 지금 공영방송의 경우에는 과거에 비해 노사간 갈등이 많이 줄어들 거라고 생각한다. MBC 같은 경우 ‘공정한 방송’을 쟁취하기 위해 싸웠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와서 경영진 혹은 간부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노조와 갈등을 일으킬 이유가 없다. KBS도 새로운 경영진을 선출하기 위한 과정을 거치고 있는데, 새 경영진이 들어서면 갈등을 일으킬 일은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의 한국 공영방송사들이 과거보다 더 자유를 누리는 언론이 되어 제대로 된 보도를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Q. 각 지역 MBC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만들어갈 계획인가?

A. 이전까지는 본사에서 지역 MBC로 낙하산 사장을 내려 보내는 등 지역 MBC의 경영에 지나치게 간섭해왔다. 이런 부분들을 해결하고자 추천위원회를 구성해서 민주적으로 지역 MBC 사장을 뽑고 있다. 각 지역 MBC의 자율경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규칙들을 바꾸고 노력할 것이다.

Q. MBC는 최근 광고 사정 악화나 시청률 하락 등으로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에 대한 대응책이 있나?

A. 여러 가지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제일 중요한 건 많은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그걸 위해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등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중요 콘텐츠들에 예산을 많이 투입했다.

Q. ‘공영방송 정상화의 아이콘’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르는 부담은 없나? 시민들에게 어떤 MBC가 되고 싶은가?

A. 공영방송 정상화의 아이콘이라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담이라고 생각한다. MBC를 훌륭하게 정상화시킴으로서 시민들을 실망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그에 요구되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시민들의 신뢰를 받아야 하니까 적어도 ‘거짓말하지 않는’ MBC를 만들어가려고 한다. 보도부라는 곳이 실수할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는 곳이다. 하지만 잘못을 숨긴다거나 거짓말하지는 않는, 잘못은 인정하고 오보는 바로잡는 공영방송으로서의 MBC를 만들고 싶다.

Q. 웹을 기반으로 하는 독립언론 뉴스타파와 한국 3대 메이저 방송사 중 하나인 MBC, 두 곳에서 모두 일해 본 언론인으로서 어떤 차이를 느끼나?

A. 뉴스타파는 작은 규모의 인터넷 방송사다. 시민들의 후원을 받아 운영하는 방송사다보니 그 시민들의 눈치를 봐야 하고, 항상 시민들을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때로는 시민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갈 수도 있어야 하고, 비판도 할 수 있어야 하니 그런 면들이 뉴스타파의 어려운 점이라고 생각한다. MBC는 거대 방송사니 당연히 뉴스타파와는 다른 어려움들이 있다. 광고 등 수익을 만들어내는 과정들에서 어려운 점들이 더 많이 발생한다. 그만큼 큰 방송사니까 영향력도 매우 크다. 제대로 된 보도를 하고 좋은 시사 프로그램을 만들었을 때, 많은 시민들이 그에 영향을 받아 우리 사회가 좀 더 빨리 좋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는 보람을 느낀다.

Q. 다큐멘터리 제작, 뉴스타파에서의 현장 활동 등에서 부정이나 비리를 좇아왔다. 본인이 생각하는 부정과 비리, 즉 ‘부조리’란 무엇인가?

A. 개개인의 자유·권리를 부당한 권력으로 억누르는 모든 것들이 부조리다. 부조리를 쫓는 이유는 그것들이 없어져야 우리 사회가 조금이라도 좋은 방향으로 개혁되고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변화를 보며 나 자신도 보람을 느끼고, 언론 보도를 하는 동력을 얻는다.

Q. 해직 언론인으로서의 지난 5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

A. 영화 <자백>을 만들었던 일이 제일 인상 깊다. MBC에서 PD로 일할 때에는 할 수 없었던 일이었기 때문에 어렵기도 하고 좋기도 했다. 영화는 굉장히 큰 화면을 통해 상영되고, 관객들이 돈을 지불하고 와서 볼 마음이 들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만들기 어려운 콘텐츠다. 이를 보는 관객들의 마음속에 감동도 이끌어내야 한다. 영화를 만들며 많은 것을 배웠다. 영화는 TV 프로그램보다 작은 규모의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니 영향력이 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영화 제작을 해보니 영화라는 게 참 좋은 미디어라는 것을 느꼈다. 잘 만들면 사람들을 설득해낼 수 있는 미디어로서의 힘이 커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

Q. 취재 현장과 떨어지게 됐는데, 이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A. 현장에 나서지 못한다는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지금은 경영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니까, 현장에서 취재를 하는 많은 기자나 피디들을 지원해주고 도와주는 것도 충분히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표이사 임기를 마치고 나면 저널리스트로서의 역할을 계속 할 수 있으면 좋겠다.

Q. 본교 후배들에게 선배로서 전하고 싶은 한 마디, MBC 대표이사로서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 마디가 있다면.

A. 나는 대학시절에 교수님들의 사랑을 받으며 지내지는 못했다. 대학 졸업 이후 수십 년간의 직장생활을 떠올려 볼 때, 어떤 좋은 상황에라도 다시 돌아가서 그 일을 반복하라고 한다면 하기 싫을 것 같다. 그런데 대학 3학년 시절까지는 다시 돌아가서 똑같은 생활을 반복한다고 해도, 기꺼이 가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때는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껏 했었다. 나는 대학시절 연극부 활동을 했는데, 여러 친구들과 만나서 어울리고 술도 마시며 자유로운 영혼을 기를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이 나에게는 인생의 자양분이 되고 힘이 됐다. 그런 면에서 후배들도, 비록 취업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겠지만, 대학에서만큼 마음껏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때가 없기 때문에 이를 많이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재 MBC는 새로운 체제를 이뤄서 많은 것을 바꿔나가고 있지만, 시민들이 보기에는 변화가 많이 더디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고 아직 선명하게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굉장히 많은 것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뉴스는 많이 변했고, <PD수첩>이나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와 같은 시사 프로그램도 많이 바뀌었다. 앞으로는 이런 변화가 드라마·예능과 같은 분야에까지 확산될 것이라는 말씀을 시민들께 드리고 싶다. 앞으로도 MBC를 지켜봐주시고 사랑해달라.

▲사장실에 앉아 미소를 짓고 있는 최 사장의 모습. 최 사장은 지난해 12월 MBC의 임시이사회에서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로 선임됐고, 선임 요건을 충족해 사장으로 공식 선임됐다.

▲최 사장이 감독·연출·출연한 영화 <자백(2016)>의 포스터. 국가정보원의 간첩 조작 사건을 중심으로 제작한 영화다. 최 사장은 영화의 프롤로그에서 “공영방송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자백>을 굳이 영화로 만들 필요도 없었다”고 말했다.

조현영 기자/jhy16@knu.ac.kr

권은정 기자/kej17@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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