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내에는 ‘내마음은콩밭’, ‘B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지역예술 단체가 있다. 이런 단체들은 지역을 기반으로 예술가와 지역민의 교류를 위해 노력하지만 예술에 대한 지원 부족이라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2년 대구에서 시작한 로컬포스트는 온·오프라인으로 예술가 간 교류를 추구하는 색다른 방식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여러 장르의 예술가들로 구성돼 공동의 프로젝트로 사회참여예술을 한다. 로컬포스트의 김미련 대표(예술대 미술 88)와 정진석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이들이 왜 지역사회에 목소리를 내는지에 대해 들어봤다. 또 본교 육주원 교수(사회대 사회)와 함께 로컬포스트를 비롯한 대구지역 예술단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봤다.

예술가 소통의 장으로 시작1980년대 후반 대학시절 처음 만난 김미련 대표와 정진석 작가는 2012년 7월 로컬포스트를 결성했다. 10여 년간 독일 유학을 마치고 2008년에 대구로 돌아온 김 대표는 “해외 생활을 하면서 만난 독일·중국 등에 거주하는 작가들과의 인연을 계속 유지하고 싶었다”며 “온라인상에서 작가들과 만나는 소통의 장을 만들자는 마음에 로컬포스트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로컬포스트는 영어로 Local Post, 해석하면 지역의 우체통이라는 뜻이다. 김 대표는 “대구 지역예술의 우체통이 되어 대구 작품을 해외로 전하고, 해외의 작품을 대구에서 받아본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현재 로컬포스트에는 김 대표를 비롯한 11명의 예술가가 있다. 이들은 ▲미디어아트 ▲카바레트(Kabarett) ▲사진 ▲문학 등의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로컬포스트의 두 가지 키워드 : 다원예술과 사회참여로컬포스트가 특별한 이유는 로컬포스트의 프로젝트가 다원예술을 통해 사회참여적인 주제를 다루기 때문이다. 본교 육주원 교수(사회대 사회)는 “현대예술은 과거 자신의 장르 안에 갇혀있던 예술과 달리 장르 간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해 표현된다는 경향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다원예술이다”고 말했다.로컬포스트가 주장하는 다원예술을 잘 보여주는 자신들의 프로젝트 중 하나는 ‘도입시더(Do it Theater)’다. 도입시더 프로젝트는 ‘돕시다(기본형 : 돌다)’를 경상도 방언으로 한 ‘도입시더’와 공연을 한다는 의미의 ‘Do it Theater’가 유사한 발음을 가진다는 데서 착안했다. 공연은 대구예술발전소(2013)와 대구시 달성군 강정고령보(2015) 등 여러 장소에서 이뤄졌다. 김 대표는 “대구예술발전소에서 공연할 때는 건물의 1, 3, 5층을 활용했다”며 “3층에서는 무용가가 영상에 맞춰 몸을 움직이며 도시를 산책하는 모습을 드러냈고, 5층에서는 장고 소리가 나면 영상의 그림자가 바뀌는 등 음악·무용·영상 공연을 함께 진행했다”고 말했다. 강정고령보에서 진행한 도입시더 프로젝트에서는 강변에 설치된 화면을 반으로 나눠 각각 다른 자전거 바퀴의 영향을 받도록 설정됐다. 관객이 직접 바퀴를 돌리고, 두 관객이 서로 속도를 맞춰야 화면의 영상을 볼 수 있는 방식이었다. 정 작가는 “관객의 참여가 있어야만 작품이 완성되도록 했다”며 “이런 시도를 통해 관객과 작가의 경계를 허물려고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여러 장르로 함께 표현할 때 ‘나무’뿐만이 아닌 ‘숲’까지 전달할 수 있다고 판단해 로컬포스트의 구성원도 다양하게 유지하려는 편”이라고 말했다. 2015년부터 로컬포스트에 합류한 방정호 작가는 “공연이나 설치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개인적인 표현방법에도 새로운 시각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로컬포스트는 지난 6년간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송전탑 반대 예술행동 ▲세월호 희생에 동참하는 예술 행동(2014) ▲대구자립예술라운드테이블(2015) 등 지역사회의 현안이나 지역문화계의 문제에 대해서 예술작품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언해 왔다. 육 교수는 “예술가의 출신 지역과는 상관없이 지역의 사안을 계속 고민하고 지역이라는 장소와 계속 연결이 되어 있는 것이 지역예술”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로컬포스트는 생활과 긴밀하게 이어지며 현실을 재현하는 동시대예술을 추구한다”며 “지역에 관심을 가지고 작품 활동을 하면서 지역예술이라는 별다른 의식 없이 자연스럽게 지역예술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육 교수는 “예술을 하는 것은 시대의 한 부분을 직·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이라며 “예술 활동 속에는 사회에 대한 생각과 발언이 자연스럽게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26일 경상북도 성주군에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가 기습 설치된 것을 인상적으로 받아들인 정 작가는 현재 성주 소성리에 거주하며 사드 설치를 반대하는 그림전시와 노래공연을 하고 있다. 로컬포스트는 지난 1월 10일부터 대구의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에서 사드에 대한 ▲사진 ▲캘리그라피 ▲시화 ▲애니메이션 등을 전시 중이다. 김 대표는 “사드 배치 전후 지역민의 삶을 표현하고 사드가 무엇인지 시민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세계 연결망에서 다시 지역으로로컬포스트는 해외 및 국내 여러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과 교류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그룹이기도 하다. 구성원들 역시 2012년에 베를린 아틀리에하우스에서 장고 퍼포먼스를 하고 2014년에는 매달 독일 뒤셀도르프 작가연합 프로젝트에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등 해외작가와의 협업에 집중했다. 이에 각 지역의 우체통과 행인을 함께 찍은 사진과 한국의 보름에 찍은 달 사진으로 지도를 만들기도 했다.그러나 현재 로컬포스트는 지역사회와 지역예술계를 다루는 프로젝트에 더 집중하고 있다. 정 작가는 “결성 초기에는 온라인 작업을 통해 각 지역예술의 결과물을 모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었다”며 “지금은 온라인을 단순 작업공간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알리는 창구로도 이용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초창기와 달리 해외작가와의 연결이 느슨해지고 있다”며 “온라인을 통해 홈페이지나 SNS로 접속하는 사람들에게 지역예술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정 작가는 “개인적으로 미술이나 음악활동을 하던 나와 달리 김 대표나 다른 구성원은 대구 예술계에 속한 이들”이라며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기성 예술계의 분위기를 따르지 않고 ‘사회참여적인 예술’이나 ‘동시대예술’을 하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좋은 예술을 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사회적 실천과 예술을 신속하게 결합하면서 좋은 예술을 하려고 하니 힘이 들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우리 지역의 예술을 바라보며지역예술이 활성화된다는 것은 지역사회와 지역민이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권리가 확대되는 것이다. 육 교수는 “지자체나 예술관련 재단은 실질적으로 지역예술이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을 해야 한다”며 “핵심은 지역예술가를 충분히 지원하고, 그들의 표현에 대한 검열은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육 교수는 “그 과정에서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자기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정 작가는 “대구에는 시 주최 행사에 예술가들을 불러서 상응하는 정당한 대가 없이 공연이나 전시를 의뢰하기만 하는 등 예술가를 도구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예술인 블랙리스트’와 유사한 작품검열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이런 문제를 비판하는 의도의 라운드테이블이나 갑질박멸 예술난장(공연) 등의 행사도 열렸다”고 말했다. 육 교수는 “로컬포스트와 같은 예술가 단체들이 지역예술에 대한 발전 방향을 요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그러나 예술가 스스로 지역예술의 문제를 개선하고 알리려는 움직임을 보이면 예술가가 지역사회와 관계를 맺으며 더 오랫동안 발전하는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은정 기자/kej17@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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