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2년 건강검진통계연보’에 따르면, 국내 20대의 흡연률은 29.6%에 달한다. 본교생의 다수가 20대임을 고려하면, 대략 본교생 10명 중 3명이 흡연자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본교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흡연구역에 관한 논의들이 주기적으로 올라온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주제는 ‘흡연구역의 미준수와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다. 흡연구역을 둘러싼 학생들의 생각을 알아보고, 개선책을 고민해본다●

본교의 흡연구역 및 학생인식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금연을 위한 조치)의 4항에 따라 본교 캠퍼스는 전면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다만 필요에 따라 자체적으로 흡연구역을 지정해 운영할 수 있다. 교내 흡연구역 설정은 본교의 ‘금연 및 흡연구역 지정·운영지침’(이하 예규 제309호)에 따르고 있다. 그렇다면 본교 흡연구역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은 어떨까? 본지는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총 3일 동안 설문조사를 통해 흡연구역에 대한 본교생들의 인식을 알아봤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본교생은 총 328명(오프라인 270명, 온라인 58명)이고, 설문조사 항목에는 ▲흡연구역 경계의 명확성 ▲흡연구역 위치의 적절성 ▲흡연구역 관련 피해여부·피해사례 등을 포함했다.

‘소속 단과대 흡연구역을 명확히 알고 계시나요?’라는 질문에는 응답자 중 77%(252명)가 ‘아니오’라고 답했다. 김중현(농생대 농경제 17) 씨는 “흡연구역의 위치에 대한 본교 차원의 명확한 공지가 없다”며 “비흡연자의 경우 흡연구역을 피해다니고 싶어도 그 위치를 정확히 알지 못해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흡연구역의 경계가 명확하다고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48%(157명)가 ‘아니오’, 42%(139명)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흡연구역의 위치선정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17%(57명)가 ‘아니오’, 69%(225명)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두 질문 각각 긍정적인 답변을 한 응답자가 20%도 되지 않았다.

흡연구역 경계의 불명확함, 위치선정의 부적절함으로 피해를 봤다고 답한 응답자는 각각 전체 응답자의 30%(99명), 13%(42명)이었다. 무응답자를 제외하면 그 비율은 둘 다 약 50%까지 증가한다. 피해를 봤다고 답한 응답자의 다수가 ‘건물 근처에 위치한 흡연구역 때문에 간접흡연의 위험이 있다’나 ‘흡연구역의 경계가 모호해 흡연자들이 흡연구역을 지나치게 넓게 인식한다’고 답했다. ‘흡연구역을 준수함에도 건물 입구에 위치한 흡연구역 때문에 비흡연자의 눈총을 받는다’고 답한 흡연자들도 있었다.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 피해를 입는 것이다.

흡연구역의 경계 및 위치선정에 관한 문제 발생 원인

예규 제309호는 ▲금연·흡연구역의 지정 ▲흡연구역 화재예방 ▲미준수시 제재조치 등 지정·관리 전반을 포함하고 있다. 국민건강증진법의 제9조의 4항이 2011년, 2014년, 2016년 연달아 개정된 것에 반해 예규 제309호는 2004년 7월 6일 제정 이후 지금까지 개정이 없다. 조항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규정이 노후한 만큼 현재 실정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제3조(금연구역 지정)는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구역을 정리하고 있고, 제5조(흡연구역 화재예방)의 2항은 ‘교수 연구실을 흡연구역으로 지정한 경우’를 전제로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관리를 철저히 해야한다는 내용만을 담고 있다.  지정된 흡연구역을 제외한 교내 전 구역이 금연구역인 현재 상황과는 괴리가 크다. 본교 총무과 황윤수 운영지원팀장은 “낙후한 규정이 현재 실정과 맞지 않음을 인정한다”며 “예규 제309호는 사실상 사문화된 규정에 가깝다”고 말했다.

예규 제309호의 제4조(흡연구역 지정)의 1항에는 ‘각 기관의 시설물 관리책임자는 시설의 규모나 특성에 맞게 흡연구역을 지정할 수 있다’고 돼있다. 현재 본교 건물 다수는 단과대학 소속 건물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관리책임자는 단과대학 학장이다. 황 팀장은 “흡연구역은 단과대 차원에서 지정·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어 단과대 별 운영 방식이 다르다”며 “최종 관리 주체인 총무과에서는 주기적으로 현황에 대한 전수조사 정도만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지 조사결과 약학대·자연대 등은 단과대 차원에서 흡연구역을 운영하지 않고 있고, 인문대·사회대·IT대 등은 단과대 학장, 학생회의 논의를 통해 단대 인근에 흡연구역을 운영하고 있다. 농생대·사범대 등은 과거부터 흡연자들의 이용이 많은 구역을 그대로 흡연구역으로 지정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현재 지정된 흡연구역에 대해 본교생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설문조사 결과 자연대·인문대·사범대 응답자의 다수가 건물 입구 근처에 위치한 흡연구역에 불편함을 느꼈다고 답했다. 지금까지의 지정 방식에 본교생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흡연구역을 준수하지 않는 흡연자에 대한 제재조치도 미비하다. 예규 제309호의 제6조는 ‘금연구역내 흡연시 각종 수혜 제한 등 불리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돼있다. 그러나 조문에서 말하는 ‘불리한 조치’의 개념이 모호하고, 실질적인 단속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본교 총무과 손대영 주무관은 “본교 차원에서의 단속은 인력 문제 등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교직원, 학생들이 흡연구역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해서 제재를 가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김교훈(IT대 전자 15) 씨는 “주변 흡연자 친구들만 봐도 제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강제력 없는 금연구역은 실질적인 효력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티커부터 흡연부스까지

타 대학은 흡연구역을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을까? 저마다의 방법으로 흡연구역을 표시해 학생들의 불편함을 줄인다. 인하대학교는 재떨이통에 안내 스티커를 부착해 흡연구역의 범위를 명확히 하고 있다. 스티커에는 “이곳은 흡연구역입니다. 재떨이 근방 3미터 밖은 금연구역입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중앙대학교는 흡연구역임을 알리는 스티커를 흡연구역 바닥에 부착해 경계를 분명히 표시했다. 이정국(중앙대 역사 14) 씨는 “눈에 보이는 경계가 있어서 흡연자들이 구역을 준수하게 된다”며 “비흡연자들도 명확히 알 수 있어 간접흡연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학교는 학교 홈페이지에 건물별 흡연구역을 안내하고 있다. 흡연구역이 표시된 캠퍼스 이미지 파일과 건물명, 흡연구역을 정리해놓았다.

최근에는 흡연구역의 명확한 구분과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흡연부스를 운영하는 대학이 많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관리가 미흡해 효과가 적다는 지적도 있다. 한양대학교는 2016년 3월부터 기증받은 흡연부스를 설치했으나 내부 상태가 열악해 이용자들이 흡연부스 밖에서 흡연을 하는 실정이다. 권기용(한양대 생명과학 14) 씨는 “흡연부스에 환기가 잘 안 돼 학생들이 이용을 꺼린다”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비흡연자에게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학교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고려대는 이공캠퍼스와 인문캠퍼스에 흡연부스를 운영하고 있으나 실제 흡연자들의 이용은 적다. 김한주(고려대 컴퓨터 13) 씨는 “흡연자들은 흡연부스가 아닌 쓰레기통 근처에서 흡연을 한다”며 “공간이 비좁고 답답해 불편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본교 역시 지난달 1일 중앙도서관 앞 흡연부스 가동을 시작했다. 흡연부스는 광고 스크린을 부착하는 조건으로 ‘KT 텔레캅’으로부터 무상 대여를 받은 것이다. 이는 기본 운영기간 5년과 추가 연장기간 5년 이후 본교에 기부된다. 본교는 4~8개월 주기의 필터교체 비용과 시설운영비만 지불하면 된다. 흡연부스 가동에 따른 학생들의 의견은 다소 갈린다. 정치외교학과의 한 학생은 “일반적인 흡연부스는 환기문제로 흡연자들이 잘 이용하지 않는다”며 “현재 중앙도서관 앞 흡연부스의 환기 수준은 괜찮은 편”이라고 말했다. 반면 류현석(IT대 전자 12) 씨는 “흡연부스가 좁고 갑갑해 이용하기 불편하다”며 “꽁초 투입구가 미관상 보기 좋지 않고 쓰레기통이 없어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황 팀장은 “전수조사 결과 흡연부스를 필요로 하는 단과대가 많다”며 “운영 중인 흡연부스의 내부 관리와 추가적인 흡연부스 확보에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새 틀을 짜는 중인 본교

황 팀장은 “흡연구역 관련 규정을 전면 수정할 계획”이라며 “이달 중으로 본교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본부는 흡연구역의 명확한 공지를 우선적으로 고려중이다. 2016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금연구역 지정·관리 업무지침’은 ‘비흡연자가 무의식적으로 흡연구역으로 들어가 간접흡연에 노출되지 않도록 흡연실임을 나타내는 표지판을 달거나 부착하여야’하며 ‘흡연이 가능한 영역을 명확히 알 수 있도록 그 경계를 표시하고, 표지판을 달거나 부착하여야’한다고 권고한다. 이에 대해 황 팀장은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표지판과 현수막 등을 통한 흡연구역의 공지할 예정이다”며 “전수조사를 거쳐 본교 홈페이지에도 교내 흡연구역을 공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본교는 흡연구역을 준수하지 않는 이들에 대해 명확한 제재조치를 가하기는 여전히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연구역 지정·관리 업무지침’은 기관별 ‘금연지도원’을 운영해 관리·단속을 진행할 것을 권고한다. 선발된 금연지도원은 금연구역 위반자 단속과 과태료 부과 등의 권한을 갖는다. 대구시청 보건복지과 하인숙 주무관은 “현재 금연지도원은 구 단위에서 선정해 운영하고 있다”며 “지침 해석에 따라 대학 내에서의 운영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황 팀장은 “현재 교내에는 흡연부스가 한 곳 밖에 없는 등 흡연구역이 부족해 보인다”며 “제재를 가하기에 앞서 충분한 흡연 공간이 제공됐는지 먼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 흡연구역을 지정할 때에는 본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본교 사회과학대학 제32대 ‘청바지’ 학생회는 지난 2016년 단과대학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아 흡연구역을 이전했다. 당시 사회대 학생회장 최채원(사회대 신문방송 12) 씨는 “앙케이트, 학과별 설문조사, 공청회 등을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대 학장, 행정실과의 합의를 이끌어냈다”며 “단과대 교수, 교직원, 학생의 의사를 모두 반영했다”고 말했다. 황 팀장은 “그동안 단과대에 흡연구역 지정방식을 알려주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단과대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아 지정할 수 있도록 본부 차원에서 관련 내용을 마련해 권고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 중앙대학교의 흡연구역 모습이다. 바닥에 스티커를 부착해 흡연구역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 있다. 흡연자들도 그 범위를 잘 준수하고 있다. <사진 제공: 김재성(중앙대 영어교육 14) 씨>

▲ 한양대학교의 흡연부스 모습이다. 흡연부스가 있음에도 내부 시설의 미흡함으로 학생들이 밖에서 흡연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이원철(한양대 컴퓨터공학 13) 씨>

장은철 기자/jec17@knu.ac.kr

저작권자 © 경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