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동대는 페미니즘 강연을 개최한 학생에게 무기정학을 통보했다. 교육이념과 맞지 않다는 이유이다. 이 조치는 본교 학생들이 준비한 강연회가 정치적 성향을 담고 있다는 이유로 무산된 일을 상기케 한다. 이 사건들은 대학의 설립이념과 대학이 대변하는 지배적 가치, 한동대의 경우 근본주의적 기독교의 종교적 교리와 준칙, 그리고 본교의 경우 대구·경북의 지역공동체가 표방해온 보수적 가치를 방어하고 함양할 일종의 대학 자율성, 즉 대학‘의’ 자유로 정당화되는 듯하다. 우리 사회의 근간이자 보수진영의 핵심 이념이기도 한 자유민주적 질서의 핵심에는 ‘자유’가 놓여 있고 동시에 그것을 침해받지 않을 시민의 ‘권리’가 있다. 이 자유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행사하며 나아가 소통하고 결사체를 꾸림으로써 실질적으로 그 자유를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행사할 ‘권리’에 의해 실제화된다. 국가나 타인에 인해 방해받지 않고 추구될 수 있는 자유, 즉 소극적 자유의 권리가 존재한다. 공동체를 구성하여 자신들의 신념과 삶의 방식의 순수함과 응집성을 보존하고 그에 어긋나는 행위를 공동체 내에서 억제하려는 공동체적 ‘경화’의 자유 또한 자유로서 존중될 수 있는 것이다. 단, 그것이 개개인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침해하지 않는 한에서만. 사회적 기관, 지역공동체의 정치적, 행정적 권력을 장악한 엘리트와 상위계층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지배를 정당화하면서 그에 반하거나 일탈하는 다른 목소리들, 주체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경우는 어떠한가. 기업, 대학, 교회를 포함하는 한국의 사회적 ‘기관’들은 그것이 마치 사장, 재단이사장, 총장, 담임목사의 사적이고 개인적인 소유물이자 봉건적인 영지인 것처럼 그 안에서 그들 마음대로 강요하고 금지하며 가족세습과 부정축재를 일삼으며 성장한 사례들이 많다. 이 과정에서 자유는 사적인 지배와 전횡을 정당화하고 그것을 보호하는 것으로 도용되고 남용되어 왔고, 그것이 자유라는 이념의 본모습, 본령인 것처럼 호도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기관들은 그에 소속되어 있는 시민들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자신들의 자율성, 사적인 권리라는 이름으로 침해할 수는 없고 기관 각각이 갖는 공적 제도로서의 성격을 해치면서 그 자유를 행사할 수는 없다. 최근 사건들이 보여주는 것은 바로 ‘기관’들의 ‘자유,’ 대학‘의’ 자유라는 이름하에 자행되는 시민적 자유에 대한 침해일 뿐 아니라 그 자유를 지식의 장에서 실현하는 대표적 공적 제도인 대학이라는 공간의, 대학 ‘내의’ 자유에 대한 침해이다. 대학은 그 자체가 ‘사상의 자유시장’으로서 그에 입각한 자유롭고 보편적인 학문과 이념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내재적 목표로 가지고 있는 공적 제도이다. 그렇기에 대학 내의 연구자와 학생의 자유, 자결의 권리, 자율성은 대학의 설립자, 재단, 경영진, 행정본부의 이념, 가치, 경영적 이해관계 등에 맞서 보호되어야 하는 것이다. 나아가, 세상의 절반이자 모든 이의 어머니인 여성의 자기 몸, 삶의 방향, 안전에 대한 자율적 결정의 자유, 성적 파트너의 선택에서 자유의 공간을 새롭게 일구려는 움직임이 도입 단계에서부터조차 압살되고 있음을 지적해야 한다. 지배와 획일화를 위한 권력의 사적 행사와 공적 제도의 전유가 자유의 이름하에 쟁송되는 우리의 민주화 진전정도가 못내 안타까운 현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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