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여쁜 엄마 상어, 힘이 센 아빠 상어, 자상한 할머니 상어, 멋있는 할아버지 상어’

유튜브 채널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던 동요 애니메이션 ‘상어가족’의 가사다. 이 가사는 영유아기의 아이들에게 젠더에 관련된 고정관념을 심어줄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작년 9월 ‘여성정책 혁신을 위한 토크콘서트- 한국정치, 마초에서 여성으로’ 강연에서 “트랜스젠더는 들어봤는데 젠더폭력은 무슨 뜻이냐”라는 발언으로 빈축을 샀다.

젠더,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단어지만 실제로는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개념이다. 그렇다면 젠더는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 성별과 다른 것일까? '젠더민감성' 측정 지표를 개발한 본교 '젠더와사회' 연구팀 책임연구자 천선영 교수(사회대 사회)와의 인터뷰와 대구여성가족재단이 주최한 강연을 바탕으로 젠더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알아본다●

청년이 바꾸는 지금 ‘깨어있는 젠더’ 대구 

지난 27일 대구여성가족재단 대회의실에서는 청바지(청년이 바꾸는 지금 대구) 포럼단의 발대식이 진행됐다. 청바지 포럼단은 대구여성가족재단에서 사회적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2030대 청년들을 대상으로 꾸려졌다. 올해 청바지 포럼은 ‘미디어와 젠더’를 주제로 진행된다. 이날 발대식은 대구여성가족재단 정일선 대표의 인사말로 시작됐다. 정 대표는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관행문화들 속에서 ‘이건 왜 그렇지?’라고 의문을 가지면 불평등에 대한 문제점들을 찾게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대안을 마련하고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구여성회 남은주 대표의 ‘젠더프리즘으로 세상보기’ 강연이 이어졌다. 남 대표는 “불편함을 느끼는 데서부터 성 평등은 시작될 수 있다”며 “사회적 조건이나 상황 및 현상이 다름을 전제로 여성과 남성에게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분석할 수 있는 ‘젠더적 관점’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강연은 열 평 남짓한 공간에서 이뤄졌으며 준비된 좌석이 가득찼다. 주위를 둘러보니 약 서른 명의 참가자 가운데 3명만이 남성이었다. 

젠더란 무엇인가?

고전적 성 인식에서는 성의 구분을 신체의 선천적, 자연적 차이에서 찾았다. 이 기준에 따르면 인간은 다른 종류의 생명체들과 마찬가지로 번식 과정에서의 역할에 따라 성을 부여받았다. 이를 ‘섹스’라 칭한다. 즉 섹스는 단순히 생물학적 차이이며 이는 인간 개개인이 갖는 다양한 특질들의 직접 원인이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회에서는 생물학적 차이와는 무관할 수 있는 특질까지도 섹스에 따라 결정된다고 믿었다. 이렇게 섹스에 따라 사회·문화적으로 요구되는 성 역할을 ‘젠더’라 칭한다. 젠더의 구체적인 정의에 대해서 본교 천선영 교수(사회대 사회)는 “젠더에 대한 각자의 정의가 있을 수 있겠지만 관점에 따라 쉽게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슈 자체가 성장하면서 정의가 변해가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 정의의 모호함 때문에 젠더는 일반 대중들에게 온전히 인식되기 어렵다. 이러한 무지에서, 인간은 젠더에 따라 똑같은 상황이나 현상의 해석이 다를 수 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를 ‘젠더 무감성’이라고 한다. 남 대표는 “어떤 것을 인지할 때 젠더가 중요한 변수고려요인이 돼야 함에도 사람들은 이를 알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않는다”며 “이는 곧 젠더에 기반한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을 보고 “아이고, 예쁘다!”라고 말할 경우, 이것은 여성을 비하하는 성적 농담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말에 모두가 즐거워할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젠더 무감성에서 비롯된 폭력의 하나다. 젠더에 기반한 폭력은 그 종류가 다양하다. 남 대표는 “성희롱, 성폭력은 법률 테두리 안에서 제재가 이뤄진다”며 “그러나 리벤지 포르노 같은 사이버 폭력은 아직 법적 제재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젠더에 기반을 둔 폭력이 특정 성에 대해 높은 빈도로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는 사회적으로 젠더 간 불균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남 대표는 “한국의 성 격차는 매년 좁혀지고 있다”며 “그럼에도 동일한 경제 규모의 다른 국가에 비해 젠더 불균형이 심한 간극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젠더 간 불균형의 결과 젠더에 기반을 둔 위계가 정립된다. 이러한 위계는 권력의 형태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 권력은 상대적으로 억압받는 성에게 작용하는데, 이때 가해지는 차별은 태생적인 차이로 위장돼 그 차별에 내재된 불평등을 정당화한다. ‘검사, 의사’와 ‘여검사, 여의사’ 등과 같이 기준을 한 쪽 성에 둔 어휘들이 그 예이다.

젠더, 당신은 얼마나 민감한가요?

이러한 젠더 불균형을 현실에서 인식하는 것은 쉽지 않다. 천 교수는 “불편한 게 없는 사람들은 현실에서 이러한 불균형을 인식하지 못한다”며 “다리를 다치기 전까지는 불편을 겪지 않으나, 다리를 다친 후에는 계단이 너무 많아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남성과 여성 사이의 젠더 문제의식을 인식하는 격차가 크다는 것을 깨닫고 ‘젠더민감성측정지표(이하 민감성 측정지)’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젠더에 근거한 차이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거나 차이의 존재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 젠더 무감성이라면, 상대방의 성에 대해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이 젠더 감수성이다. ‘젠더 감수성’과 ‘젠더 민감성’은 비슷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지만, 젠더 민감성이 더 ‘예민함’의 성격을 담고 있다. 천 교수는 “민감성이라고 하면 좀 더 의사소통이 잘 될 것이라 생각했다”며 “젠더 무감성에 대비되는 말로 연결점을 주기 위해서 ‘민감성’이라는 단어를 채택했다”고 말했다. 민감성 측정지의 경우 ‘공적/사적/LGBT/노인과 장애인’ 등 4가지 영역으로 나뉘며 160점을 만점으로 계산된다. 젠더 문제와 관련해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사람일수록 젠더 민감성이 낮게 나오며, 반대의 경우 젠더 민감성이 높게 측정된다. 

천 교수는 “젠더 문제에 관한 우리의 일상적 인식을 재고하고, 나아가 우리의 일상을 젠더적 관점에서 성찰하는 새로운 담론의 작은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젠더, 평등을 위해 인식할 때 

젠더를 기반으로 한 폭력, 젠더 위계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궁극적으로는 젠더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남 대표는 “사회를 보편화된 강자와 소수자로 이분(二分)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천 교수 역시 “누구든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강도에 따라 약자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인식 향상을 위한 방안으로는 ‘소통의 장’을 제시하고 있다. 천 교수는 “현재 뉴스정치권에서 사용되는 공적인 담론이 있고 온라인상에서 편을 갈라서 싸우는 정도의 담론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필요한 일상적인 삶에 젠더에 대한 담론은 없다” 고 말했다. 천 교수는 “젠더에 대한 표면정치적인 담론과 극악한 온라인상의 전쟁 사이에서 실질적이면서도 일상적인, 타협 가능한 제3의 담론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본교의 젠더 인식을 위한 노력이 상당히 부족한 편이라는 지적이 있다. 남 대표는 “여성학개론 등 기본적인 젠더 과목들이 늘어나야 하며, 총여학생회 등 여학생 자치 기구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젠더 전공자 및 젠더 관련 담당조직이나 주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며 “교수 사회에서도 이야기의 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민 사회에서는 젠더 공론의 장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27일 발대식을 진행한 청바지 포럼단에서는 월 1회 청바지프로젝트를 통해 ‘미디어와 젠더’에 대한 특강 및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며, 본 프로젝트를 토대로 9월 청바지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 지난 27일 청바지(청년이 바꾸는 지금 대구)포럼단의 발대식이 진행됐다.

자문

천선영 교수 (사회대 사회)

남은주 대표 (대구여성회)

손정우 기자/sjw17@knu.ac.kr

장은철 기자/jec16@knu.ac.kr

편집 이홍은 기자/lhe16@knu.ac.kr

젠더민감성 측정 지표

1.  육체적으로 힘든 일은 남성의 몫이다.

2.  남성의 성매수는 용인될 수 있다.

3.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는 ‘성적 농담’은 농담이

     아니다.

4.  (직장) 동료가 성소수자인 것은 문제가 없다.

5.  1박 2일 여행에 동의하는 것은 섹스에 동의하는 것이다.

6.  가정의 가장은 남성이 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7.  간호사라는 직업은 여성에게 더 잘 어울린다.

8.  남성도 출산·육아휴직이 필요하다.

9.  남성이 화장을 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10.  내가 고용주일 때, 같은 조건이라면 여성보다 남성을 채용할 것이다.

11.  노인에게 성은 상대적으로 사소한 문제다.

12.  데이트할 때는 남자가 리드해야 한다.

13.  도촬·몰카 음란물을 소비하는 것은 범죄에 가담하는 것이다.

14.  동성애는 일종의 ‘질병’이다.

15.  동성애자간 결혼은 허용되어야 한다.

16.  맞벌이 부부라고 해도 가사일은 기본적으로 아내의 몫이다.

17.  명절에 남성의 가족을 먼저 방문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18.  모성에 부여되는 사회적 책임이 부성보다 많은 것은 부당하다.

19.  상대방의 의사를 묻지 않고 키스를 하는 것도 

        데이트 폭력이 될 수 있다.

20.  성 욕구 해결이 어려운 장애인의 경우 사회적 해결책이 필요하다.

21.  성범죄는 피해자가 조심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것이다.

22.  성별에 따른 임금격차는 사라져야한다.

23.  성소수자 가정으로의 입양은 금지되어야 한다.

24. 성소수자의 존재는 인정하지만 퀴어(성소수자) 축제는 과하다.

25. 성판매자가 되는 것은 개인적인 선택일 뿐이다.

26.  성판매자가 성매수자보다 더 비난받고 있다.

27.  ‘여배우’, ‘여류작가’라는 말에는 차별적 요소가 있다.

28.  여성 리더는 통솔력이 떨어진다.

29.  여성은 분홍색, 남성은 파랑색이 자연스럽다.

30.  여성을 꽃에 비유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31.  여성의 겨드랑이털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32.  여성이 임신과 출산을 하지 않는 것은 이기적이다.

33.  여성혐오와 남성혐오는 똑같은 혐오이다.

34.  연인관계라면 사생활(인간관계, 옷차림 등)을 통제할 수 있다.

35. ‘예쁘다’는 말도 성희롱이 될 수 있다.

36. 육아는 일차적으로 여성의 영역이다

37. 직장 여성은 출산과 육아로 인한 불이익을 받고 있다.

38.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사회적으로 제한될 필요가 있다.

39. 페미니즘은 결국 여성우월주의이다

40. 페미니즘이 오히려 성평등을 방해한다

41.‘현모양처’는 이상적인 여성상이다

*점수 계산 방법

다음 문항은 아래에 따라 점수를 매긴다.

1, 2, 5, 6, 7, 10, 12, 14, 16, 17, 20, 21, 23, 24, 25, 28, 29, 31, 32, 33, 34, 36, 38, 39, 40, 41

매우 동의하지 않음  5점

동의하지 않음  4점

보통  3점

동의  2점

매우 동의  1점

다음 문항은 아래에 따라 점수를 매긴다.

3, 4, 8, 9, 11, 13, 15, 18, 19, 

22, 26, 27, 30, 35, 37

매우 동의함 5점

동의  4점

보통   3점

동의하지 않음   2점

매우 동의하지 않음  ?1점

*점수 환산 기준 (10점 만점 기준)

나의 젠더 민감성 정도는?

 10점 : 205-185 

 9점 : 184-164

 8점 : 163-144

 7점: 143-123 

 6점: 122-103

 5점: 102-82 

 4점: 81-62

 3점: 61-41

 2점: 40-21

 1점: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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