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0일 본교 총장, 경북대기숙사반대대책위원회, 국회의원 등이 모여 본교 2차 BTL 생활관의 수용 인원 감축에 대한 축소안을 채택키로 구두합의했다. 학교를 이끌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본부 인사, 지역 주민임을 표방하는 본교 인근 원룸 소유주들, 주민 복지와 실리를 생각한다는 지역구 국회의원까지 한 데에 모였는데 정작 생활관에 들어가서 살게 될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대학본부와 원룸주들이 한창 갈등을 빚던 지난 5월부터 이 그림 속에는 학생이 내내 부재중이다.

애석한 것은 학생들에게 빠른 발이 없었다는 점이다. 지난 5월부터 학생을 쏙 빼놓은 면담이 계속돼 왔지만 별다른 반발이 없었다. 5월에 논의해 작성하겠다던 학생회의 입장문은 8월에야 학교 곳곳에 붙여졌다. 2차 BTL 수용 인원 축소안을 논의하고 제안하던 6월과 7월, 중앙운영위원회는 거의 열리지 않았다.

그 두 달 동안 시위 한 번, 대자보 한 장이 없어 아쉽다. 빠른 발이 없어서 생긴 두 달의 부재가, 앞으로 계속 학생들을 빼놓아도 된다는 명분이 된 탓이다. 축소안 속 332명의 학생도 부재중이 됐다. 그들이 기숙사가 아닌 어디로 떠나 살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를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물론 본교 인근 원룸의 월세 가격은 점점 오르는 중이다.

학생들은 학생 대표자들이 빠른 발을 갖지 못했음을 비판할 수 있다. 많은 학생들이 본교 총학생회 SNS 등을 통해 “왜 빠른 발이 없었는가”에 대해 화를 내기도 하고, 더러는 침착하게 아쉬움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학생들이 빠진 자리에서 축소안에 합의하겠다고 말을 맞추고 나온 본부는, 원룸주들은, ‘갑자기 툭 튀어나온’ 정치인은, 학생들에게 빠른 발이 없어서 우리끼리 합의를 했다는 말을 꺼내선 안 된다. 가장 아쉬운 건 그들에게 열린 귀가 없었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지역 언론도 “학생 먼저 생각해라”, “원안대로 기숙사 수용 인원을 지키는 것이 맞다”고 본부를 질타하는 가운데에 본부는 “지역거점국립대학이니 지역 주민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고, 학생 복지를 위해서는 다른 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원룸주들은 “고령층인 지역 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공사판에 드러누웠다. 국회의원은 지역 주민들을 위한 의정 활동을 한다며 “수용 인원을 432명까지 줄이라”는 중재안을 내놓았다. 그들 중 누구도 치솟는 방값을 감당하기 힘들어 알바를 전전하는 학생들에게 귀를 열어준 이가 없다.

‘6월과 7월에 학생들이 발빠르게 굴지 않았음’을 마냥 비판하기에도 석연찮다. 기말고사와 여름 방학이 겹친 기간이었다. 그것이 학생회의 늑장 대처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지만, 그 기간을 틈타 학생들이 미적지근했다는 변명과 함께 축소안과 중재안을 제안하고 합의까지 해버린 것의 근거도 될 수는 없다.

만일 학생들이 빠른 발을 가지고 있었다면, ‘어른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했을까? 그건 열린 귀가 있어야만 가능한 이야기다. 빠른 발이 있었다 한들 학생들의 이야기를 그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 대학본부는 한 발짝 늦은 학생회를 아쉬워하기 전에, 지금에라도 학생들의 목소리를 조금 더 들을 수 있는 열린 귀를 가져야 할 것이다.

조현영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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