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의 반년대계: 시간표를 사수하라!

A: 학교 내에서 15분 이상 걸리는 거리가 대충 어디부터 어디까지에요?

B: 금 공강 성공! 열심히 알바 뛰어야지!

C: 이런 시간표 목요일에 죽어남? 시간표 때문에 머리 아파 죽을 듯.

개강을 앞두고 시간표 관련 SNS인 ‘에브리타임’에는 시간표 작성과 관련된 본교생의 다양한 목소리들이 게시됐다. 대학생의 한 학기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시간표. 본교생들은 어떤 기준으로 시간표를 작성할까? 시간표에 얽힌 본교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철저한 계획만이 살길! 시간표의 위험성

본교생 A씨는 지난 학기 시간표 때문에 고생한 경험이 있다. 복수전공을 이수 중인 A씨는 공대 강의와 사회대 강의를 수강했고, 그 결과 강의동을 옮겨 다니느라 오전과 오후에 한 번씩 캠퍼스를 횡단했다. 시간표를 작성할 때 수강꾸러미의 경쟁을 피하려다보니 강의동 간 이동거리를 고려할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을 걸어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강의실에 들어간 A씨는 다른 수강생들이 다 앉고 남은 뒤쪽 자리에 앉게 됐다. 가뜩이나 처음 접하는 다른 전공과목이 낯설었는데 교수님의 판서까지 잘 보이지 않는 탓에 강의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A씨는 강의가 연속해서 붙어있는 때가 차라리 마음이 편했다. 가끔 공강이 있는 날에는 학내 라운지나 과방을 전전하며 남는 시간을 허비했기 때문이다. 잘못 작성한 시간표로 몸도 마음도 성적도 엉망이 된 A씨. 이번 학기 시간표를 작성할 때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이것만은 꼭! 시간표 작성 시 우선 순위

본교생들의 생활방식이 다양한 만큼 시간표를 작성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사항도 다양하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못했던 내 시간표의 최후의 보루!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학교를 매일 간다고? 학생이니, 공무원이니? : 하루라도 더 여유를 내서 휴식을 취하고 싶은 학생이나, 매일 학교를 오가기가 부담스러운 통학생의 경우 가능하다면 시간표를 한쪽으로 몰아 휴일을 만든다. 동기들과 모여 시간표를 작성하다보면 ‘월주사’, ‘금주사’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들릴 정도로 주중 휴일은 학생들이 중요히 여기는 요소 중 하나다. 백새연(인문대 국어국문 17) 씨는 “타 지역에 살기 때문에 금요일에 공강을 만들면 집에서 여유 있게 쉴 수 있다”며 “공강을 이용해 대외활동을 하는 등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월주사: 월요일 공강을 만들어 주4일 강의를 듣는 것

*금주사: 금요일 공강을 만들어 주4일 강의를 듣는 것

고등학교는 어떻게 다녔지? 아침이 무서워. : 과제와 아르바이트 등으로 늦은 시간까지 잠들기 어려운 학생의 경우 오전 시간에 개설되는 강의를 피하려 한다. 다음날 오전 수업이 걱정돼 술자리에서 먼저 떠나야만 했던 아픔을 가진 학생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 대학을 다니는 학생이라면 누구에게나 아침은 두렵지 않을까? 전재영(농생대 농경제 13) 씨는 “오전 수업을 신청했을 때 출근시간과 등교시간이 겹쳐 인파에 시달렸던 기억이 많다”며 “1교시 강의를 듣지 않으면 더 자유로운 대학생활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뭔가 터지는 소리가 났는데? 어… 내 수강꾸러미라고? : 수강꾸러미 역시 시간표를 작성할 때 빠지지 않고 고려하는 요소다. 다른 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강의를 무리해서 수강꾸러미에 담다보면, 험난한 수강신청 경쟁에서 밀려 예상치 못한 강의를 듣게 될 수도 있다. 선택과 집중! 좋은 시간표를 짜기 위한 전략의 첫 걸음이다. 이준석(경상대 경영 16) 씨는 “과 특성상 복수전공, 부전공 등으로 넘어오는 다른 과 학생들이 많다”며 “무리해서 경쟁이 심한 강의를 수강꾸러미에 담기 보다는 수강 신청 성공 가능성이 높은 원어 강의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광활한 대프리카의 평야. 걷고 또 걷고 : 선선한 가을바람에 잠깐 잊었는지 모르겠지만 이곳은 ‘대프리카’다. 그렇기에 강의동 사이를 몇 분씩 이동하다보면 녹초가 되기 십상이다. 강의동 사이 거리를 무시하다간 녹초가 된 몸으로 겨우 들어간 강의실에서 맨 뒷자리에 앉아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김승열(IT대 전자 15) 씨는 “전공 강의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서는 앞자리에 앉는 것이 중요하다”며 “강의실 간 이동거리가 짧은 덕에 항상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들딸… 밥은 먹고 다니니… : 사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다. 밥심으로 사는 한국인. 잠 못 자고는 버텨도 밥 못 먹고는 못 버티는 학생도 많다. 의식주에서 정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식! 시간표를 작성할 때도 정중앙에 두어야하지 않는가! 서동재(경상대 경영 16) 씨는 “모든 학부의 점심 공강 시간이 겹쳐 식당에 자리가 항상 부족하다”며 “여유 있는 식사를 위해 점심시간 전후에 위치한 강의는 피하려 한다”고 말했다.

시간표를 만들어준다고? 난 저 강의 듣기 싫은데

본교는 1학년 학생의 1학기 시간표를 학과별로 일괄신청 해준다. 본교 학사과 이인홍 수업팀장은 “입학 시기와 개강 시기가 가까운 1학년 학생의 경우 직접 수강신청을 할 시간이 없다”며 “소속 학과에서 개설된 강의를 먼저 일괄신청한 후 수강 변경·정정 기간에 변경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말했다. 공학교육인증 프로그램(ABEEK)을 시행하는 ▲공과대학 ▲IT대학 ▲농업생명과학대학 농업토목·생물산업공학부 학생들은 1학년 2학기 시간표까지 일괄신청 된다. 이 팀장은 “전공 강의간의 관계가 밀접한 ABEEK 시행 학과의 경우 2학년 때 체계적인 전공학습을 할 수 있게 2학기까지 정해진 커리큘럼을 시행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괄신청에 따른 불편 사례도 있다. 지난 3월 본교 모 학과에서는 학과 1학년 학생들의 선호를 반영하지 않은 강의가 일괄적으로 수강신청되는 바람에 이후 수강변경 기간에 1학년 학생 전원이 해당 강의를 수강 취소해 강의가 폐당된 사례가 있었다. 학생의 선호도가 반영되지 않은 개설 강의가 일괄신청 될 수 있다는 점과 더불어 아직 학사 절차에 낯선 1학년 학생에게 수강 변경·정정이 충분히 홍보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 팀장은 “본부 차원에서 대학생활 안내 책자를 만들어 배포함에도 홍보에 한계가 있다”며 “수강 변경·정정 기간에 대한 학과 및 선배 차원의 홍보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매일 돌아다니는 캠퍼스임에도 강의동 간 이동 시간에 대한 본교생들의 생각은 저마다 다르다.

강의 사이 15분 동안 무사히 다음 강의동으로 이동할 수 있을까?

본교생의 이동이 잦은 구간을 체크포인트로 선정해 기자가 직접 도보와 달리기를 통해 이동 시간을 측정해봤다.

*성인 남자인 기자를 기준으로 측정한 시간입니다.

  개인에 따른 편차가 생길 수 있습니다.

*같은 원 안에 있는 구역 내에서는 보도 기준 1분 정도의 오차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1. 북문

2. 농생대 앞 오거리

3. 자연대 앞

4. 대운동장 삼거리

5. 공대 네거리

6. 수의대 앞

7. 시계탑 앞

8. 복지관 앞

9. 정보전산원 로터리

10. 예술대 네거

망한 시간표 콘테스트

본지는 지난달 25일부터 28일까지 수강 신청에 실패한 본교생의 시간표를 공모 받았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 했다. 공모 받은 시간표를 바탕으로 저마다의 사연을 들어보고 시간표의 장점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송채영(인문자율 18) 씨의 시간표

<경북대 트리플타워>

화목 공강을 사수하려다 빌딩 세 채를 가진 건물주가 된 독자님의 시간표입니다. 다른 학생들이 선호하는 월금 공강을 과감히 포기한 독자님만의 독특한 취향과 캠퍼스의 낭만을 즐기기에 충분한 수요일의 우주 공강이 눈에 띕니다. 시험 기간에는 하루에 3, 4과목의 시험을 볼 수 있어 고등학생 때의 향수를 느낄 수 있겠습니다.

손현직(사범대 역사교육 18) 씨의 시간표

<금 공강 프로젝트>

시간표 제목을 보고 눈을 의심했습니다. 금 공강의 의미를 잘못알고 계신 것이 아닐까 걱정했습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반복되는 광활한 공강이 인상적입니다. 동료 기자와 장시간 논의한 결과 ‘금 공강’ 프로젝트가 아니라 ‘공강’ 프로젝트가 아니었을까 하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월요병을 극복하기 위해 오후 9시까지 강의를 듣는 독자님의 모습은 조상님의 ‘이열치열’ 지혜를 되새기게 합니다. 

월요병 극복 ★★★★

제목 선정 ★

휴학각 ★★★★

조정연(IT대 컴퓨터학부 17) 씨의 시간표

<13>

휴학할 생각으로 계획도 대충 짜고 수강신청도 집에서 하셨다는 패기 넘치는 독자님의 시간표입니다. 공강 시간을 다 합치면 13시간이 된다고 합니다. 그중 백미는 화목의 우주 공강입니다. 탁 트인 공간은 드넓은 평야를 연상시켜 마음마저 넓어지는 기분이 듭니다. 금요일에는 강의 한 개를 위해 등교를 할 만큼 학교를 사랑하는 당신! 수업마다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연강을 하나도 만들지 않은 전략적인 선택은 중국 오나라의 손자를 떠올리게 합니다.

공강 성애자 ★★★★

연강 혐오자 ★★★★

휴학각 ★★

김서경(생과대 아동학부 14) 씨의 시간표

<테트리스도 이렇게 하면 망해요>

제구력이 만만치 않습니다. 가히 ‘가장자리만을 노렸다’와 비견될 만 합니다. 14학점임에도 효율적으로 분배시켜 학교에 오래 남아있고 싶어 하는 독자님의 의지가 돋보입니다. 24학점을 듣는 기자와 학교에 머무르는 시간은 비슷할 것 같군요.

제구력 ★★★★

愛校심 ★★★

휴학각 ★★

김태욱(인문자율 18) 씨의 시간표

<아침형 인간>

전체 수강학점 20학점 중 오전 강의가 14학점일 정도로 아침을 사랑하는 독자님의 시간표입니다. 모두가 오전 강의를 손절할 때 혼자 오전 강의를 풀 매수한 그의 모습은 카드 게임장의 승부사를 떠올리게 합니다. 

청개구리 ★★★★

출석점수 걱정 ★★★★★

자기 주관 ★★★★

낭만주의자 ★★★

휴학각 ★★

이하은(사회대 지리 18) 씨의 시간표

<경북대 체스녀>

넉넉한 공간을 사이에 둔 채 오전과 오후에 적절히 분배된 시간표는 오작교를 사이에 둔 견우와 직녀를 연상시킵니다. ‘경북대 체스녀’라는 시간표의 제목을 생각해보면 동서양 문화 모두에 조예가 깊은 독자님의 식견이 돋보입니다. 금요일의 소박한 강의 한 개에는 등교를 통해 깔끔하게 한 주를 마무리하고 싶은 독자님의 학구열이 돋보입니다.

미적 감각 ★★★★

등교 본능 ★★★

휴학각 ★★★★★

신성연(생과대 아동학부 18) 씨의 시간표

<가장자리만을 노렸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거를 타선이 없습니다. 월화목금의 파격적인 공강과 그에 대비되는 수요일의 소박한 강의 한 개는 극적인 대비를 이룹니다. 시간표 구석구석을 찌르는 강의 배치 실력은 국가대표급 투수의 제구력을 연상시킵니다. 가장 이른 시간에 등교해 가장 늦은 시간에 하교하는 화목은 다른 학생들에게 귀감이 되기 충분해 보입니다.

제구력 ★★★★★

미적 감각 ★★★

휴학각 ★★★★

김병규(농생대 응용생명과학 14) 씨의 시간표

<모 아니면 도>

‘모 아니면 도’라는 제목을 붙이셨는데, 기자가 보기엔 ‘빽도’ 같습니다. 금 공강이라는 명분에 눈이 멀어 월화수목의 실리를 포기한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다른 학생들의 반면교사가 되려 한 희생정신이 돋보입니다. 자세히 보면 도트로 그린 강아지를 닮은 것 같기도 합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독자님만의 미적 감각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동물 애호가 ★★★

희생정신 ★★★★

휴학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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