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향촌동 수제화골목은 1970년대부터 수출 진흥 정책의 일환으로 형성됐다. 1990년대만 해도 골목 내의 여러 수제화 장인들이 백화점을 통해 판매망을 확보하는 등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IMF를 겪고 2000년대에 들어서며 값싼 기성화 산업이 발달하면서 수제화골목은 쇠퇴의 길을 걷기도 했으나, 지금까지도 여러 수제화 장인들이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 수제화골목 장인들과 중구청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골목의 환경을 개선하고자 노력했다. 2017년에는 향촌수제화센터를 열어 수제화골목의 역사를 정리하고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시민들의 관심을 모으려는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변화한 수제화골목과 수제화골목에 방문한 시민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1. 향촌수제화센터 4층에서 매호중학교 학생들이 ‘가죽지갑 만들기’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있다. 수제화를 제작하는 데는 오랜 시간과 여러 기술이 필요하므로 수제화센터에서는 가죽에 망치로 구멍을 뚫고, 실로 꿰는 기본적인 가죽공예를 통해 지갑을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1학년 이재은 양은 “오늘 수제화라는 것을 처음 접하게 됐다”며 “가죽지갑을 만드는 것은 재미있지만 좀 어렵다”고 말했다.

2. 대구시내에 거주하는 김 모 씨는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의 부츠를 만들기 위해 수제화 가게를 찾았다. 상담을 마친 후, 부츠를 만들기 위해서 발과 발목, 무릎 높이 등을 줄자로 재고 있다. 김 씨는 “부츠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전부터 하고 있었는데, 지나가다가 떠올라서 처음 보는 가게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3. 오후 3시 당신의 발은 안녕하십니까? 오후 3시는 아침부터 움직인 사람의 발이 압박을 느껴 붓고 피로해지는 시간이다. 향촌수제화센터 2층에는 12켤레의 수제화로 시계를 표현해 오후 3시 경에는 잠시 쉬라는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4. 수제화 골목 내부에 위치한 카페 ‘%’의 다락방. 가정집으로 사용될 때 주인이 이용하던 재봉틀이 아직 남아있다. 이곳의 주인 김가람 씨는 “최근 몇 년간 도시재생사업 등을 통해 수제화 골목에 2·30대의 방문이 많이 늘었다”며 “카페를 이용하러 왔다가 수제화를 구매하기도 하고 수제화를 구매하러 왔다가 카페로 들어오기도 하는 등 서로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5. 대구광역시 수제화협회 김정량 회장이 종이테이프에 구두의 패턴을 그리고 있다. 패턴 그리기는 구두 디자인과 사이즈에 맞춰 가죽모양을 내기 위한 준비과정이다.

6. 디자인화 위에 검은 구두가 있다. 김 회장은 고객에게 주문받은 디자인대로 구두의 모양을 잡고 부속품을 준비했다.

7. 해가 저물고 난 뒤, 향촌수제화센터가 위치한 골목에 있는 수제화 가게들은 영업을 이미 마쳤다. 수제화 골목과 닿아있는 북카페 ‘대구하루’와 여행자카페 ‘GO’만이 불을 밝히고 있다.

청년, 수제화를 만나다.

수제화는 대개 오랜 기간 숙련된 장인이 만드는 물건이다. 새로 수제화 제작 기술을 배우는 사람이 적어서, 수제화 제작계는 전반적으로 고령화되고 있다. 대구광역시 수제화협회 김정량 회장에게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된 후 수제화골목의 변화와 청년들에게 수제화를 알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편 대구수제화협동조합은 올해 ‘2018년 대한민국 수제화 신진 디자이너 공모전’을 열어 청년 디자이너들의 수제화 디자인을 모았다. 이에 최우수상 수상자 연제형 씨, 우수상 수상자 김수백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수제화 디자인 및 제작을 하게 된 계기와 그들이 생각하는 수제화의 매력을 들어봤다●

권은정 기자/kej17@knu.ac.kr편집 이홍은 기자/lhe16@knu.ac.kr

수제화골목과 장인의 일상대구광역시 수제화협회(이하 수제화협회)는 지난 2013년 향촌동 수제화골목의 장인들을 중심으로 처음 구성됐다. 현재 회장을 맡고 있는 김정량 씨는 2대 회장이다. 김 회장은 “수제화 장인, 수제화 판매자, 구두 부속품 판매자, 심지어 구두를 수선하는 사람들까지 모두 들어올 수 있다”며 협회를 소개했다. 협회에서 정하는 ‘장인(匠人)’의 기준이 있느냐는 질문을 하자 그는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자 작업하는 사람은 모두 장인(匠人)이라고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하며 “사실 여기 수제화골목에서 오랜 기간 수제화를 만들어 온 사람들은 대부분 서로가 수십 년씩 경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서로를장인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수제화 제작 기술은 한 번 익히면 평생 그 일을 하며 사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에는 수제화 제작 기술을 배우는 사람이 적은 편이라 수제화골목 장인 중에는 50대가 가장 어린 세대라고 한다. 또 수제화는 1년이 채 안 돼서 버리게 되는 기성화와 달리, 부품을 구해 수리를 하면 10년 이상 사용할 수 있어 구매자가 자주 방문하지 않는다. 김 회장은 “밀라노의 수제화 상점에는 장인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3, 4개의 신발만이 전시돼 있더라”며 “지금보다 시일이 더 지나면 기술을 가진 수제화 장인의 수는 더 줄어들 것이고, 기계가 아닌 장인의 손으로 만든 수제화에 대한 희소성을 인정받을 날도 올 것”이라고 말했다.수제화골목은 지난 2012년 ‘명물골목’으로 지정돼, 대구시와 중구청의 도움으로 간판을 수리하고 축제를 지원받으며 수제화에 대한 마케팅을 펼쳐왔다. 올해 하반기부터 수제화골목은 시에서 진행하는 소규모 재생사업 ‘청년과 장인의 꿈이 자라나는 수제화 골목’을 추진하고 있다. 김 회장은 “수제화골목을 살리기 위한 여러 지원이 있었고 골목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라며 “다만 정작 수제화를 만드는 장인보다 납품을 받아 판매하는 상인들에게 그 이익이 돌아가는 구조가 아쉽다”고 말했다.

청년 더하기 수제화김 회장은 청년들에게 수제화 기술을 전수하는 수제화 아카데미를 만들고자 한다. 그는 “지금 향촌수제화센터의 3층은 제화공장으로 꾸려져 있는데, 접근성이나 활용도를 고려해 그 곳에 수제화 아카데미를 만들었으면 한다”며 “향촌수제화센터가 중구청 소속이라 그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이나 부산에서는 이미 수제화 교재가 만들어져 있고 정기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며 “서울과 같이 가죽을 쉽게 다룰 수 있는 최신기기들이 구비돼 있으면 수제화를 배우기 편해지고 다양한 디자인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전했다.수제화협회는 중구청과 함께 오는 21일까지 ‘2018 대구 수제화 디자인 공모전’을 준비하고 있다. 1차 심사를 거쳐 선정된 8개 작품은 수제화협회 소속 장인들과 협업해 시제품을 제작한 뒤 최종 심사를 받는다. 김 회장은 “수제화를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주로 실용성과 실현가능성 등을 고려하게 되는데 수제화를 전문적으로 다루지 않는 사람들의 경우 참신하고 독특한 디자인을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며 “기술을 가진 우리 장인들과 참신한 디자이너들이 협업이 잘 이뤄지면 지금보다 더 우수한 수제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8 대한민국 수제화 신진 디자이너 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자,연제형 씨와 그가 디자인한 카키색 청키슈즈

▲‘2018 대한민국 수제화 신진 디자이너 공모전’ 우수상 수상자, 김수백 씨와 그가 저고리의 이미지를 담아 디자인한 구두

‘2018 대한민국 수제화 신진 디자이너 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자, 연제형 씨

Q. 본업은 무엇인가?A. 협성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3학년으로 재학 중이다.

Q. ‘2018 대한민국 수제화 신진 디자이너 공모전’에는 어떻게 출품하게 됐나?A. 이전에도 공모전 홈페이지를 돌아보면서 재미있어 보이는 공모전이 있으면 참여하곤 했다. 이번에는 드물게도 ‘수제화’라는 것에 흥미를 느껴 참여했다.

Q. 공모전에서 수상한 소감은어떤가?A. 수제화는 패션디자인과 접점이 많은 편이다. 그런데 나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다보니 수제화라는 영역은 배우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 수상을 통해서 수제화 분야에 대한 나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주최 측에서 내 디자인으로 시제품을 만들어 준 데에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Q. 이번 수상작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A. 수장작은 ‘한국을 담은 청키슈즈’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중점적으로 생각한 것은 ‘기존에 있던 것과는 다른 특별함’이라는 키워드였다. 콘셉트는 청키슈즈(통굽신발)로 최근 스니커즈나 운동화에서는 많이 시도되는 디자인이다. 수제화나 구두는 항상 정해진 틀에 박힌 방식으로 제작된다는 느낌을 받아서, 그것을 탈피해보고자 시도했다. 스웨이드나 누벅 등 가죽의 느낌도 다르게 살려보고자 했다

Q. 수제화만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A. 수제화는 착용자를 위해 손으로 직접 제작하기 때문에 정성이 담기는 물건이라고 생각한다. 또 만드는 장인과 구매자 사이에서 많은 커뮤니케이션이 오가는 작업물인 것 같다. 지인들에게 수제화를 신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자기 발에 맞으면서도 원하는 예쁜 디자인의 신발을 신을 수 있다는 것도 수제화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공모전을 통해 수제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됐다.

Q. 수제화를 디자인하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A. 수제화는 전문성이 강한 분야라 접근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그로 인해 디자인을 시도하면서도 어려움을 겪었지만 무엇보다 ‘도전해도 되는 분야인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

Q. 앞으로도 수제화와 관련된 일을 할 생각이 있는가?A. 당장은 학교생활에 집중할 것이다. 그래도 이번 공모전에 참여해보니 수제화 디자인이 재미있었다. 앞으로도 개성 있는 수제화를 디자인 하는 등 수제화와 관련된 일을 해 보려고 생각 중이다.

‘2018 대한민국 수제화 신진 디자이너 공모전’우수상 수상자, 김수백 씨

Q. 본업은 무엇인가?A. 공모전에 응모할 때는 계명대학교 패션디자인과 학생이었고, 현재는 서울에서 핸드백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Q. ‘2018 대한민국 수제화 신진 디자이너 공모전’은 어떻게 출품하게 됐나?A. 평소에 워낙 신발이나 가방 등 패션 액세서리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 공모전이 있으면 교수님이나 지인들이 추천해준다. 이번 공모전도 주변 지인의 추천으로 출품하게 됐다.

Q. 이번 공모전에서 수상한 소감은 어떤가?A. 취업 전 마지막 공모전이라는 생각으로 디자인했다. 막상 실무에 들어가면 이번과 같은 실험적인 디자인을 하기는 어렵다.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신발에 내 개성을 담는 디자인을 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또 디자인을 준비할 때 조선 후기에 유행하던 여성들의 짧은 저고리를 접하면서 여성의 억눌렸던 욕망과 미를 드러내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자연스레 저고리를 주제로 잡았다. 수상작은 그 짧은 저고리의 특징과 색을 직관적으로 반영한 디자인이다. 다른 디자인 공모전에서도 종종 수상하기는 했지만 한복을 주제로 한 작품으로 우수상을 수상하게 되어 더 뜻깊었다.

Q. 수제화만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A. 시중에 나와 있는 신발이 기성복이라면 수제화는 개개인의 특성과 스타일에 맞게 제작된다는 점에서 주문제작형식의 옷 즉, 오트쿠튀르(Haute couture, 고급 맞춤복)라고 생각한다.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무언가를 원한다면 수제화만 한 것이 없는 것 같다.

Q. 수제화 제작과정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A. 아무래도 디자인을 전공하다보니 미적인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둘째가 편안함, 셋째가 가격 아닐까.

Q. 수제화 디자인을 하면서 어떤 어려움을 느꼈나?A. 디자인 자체가 어려웠다. 용어나, 어느 부분에 무엇이 들어가야 하는지, 봉제선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등 준비과정이 학교에서 배운 다른 디자인과 달랐다. 책에 있는 내용과 실무적인 면이 많이 차이나기도 했다. 다만, ‘수제화’라고 하면 고리타분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 재미있었다.

Q. 앞으로도 수제화와 관련된 일을 할 생각이 있나?A. 지금은 핸드백 디자이너로 일하는 중이라 본업에 집중할 예정이다. 사실 서울과 이탈리아에서 패션 액세서리(슈즈, 핸드백 등)를 배우긴 했지만 수제화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번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수제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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