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쓰지 않기 위해 쓰는 돈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는가? 인건비가 부담돼 조금이라도 임금을 아끼려 발버둥 치는 이 판국에 무슨 말도 안 되는 얘기냐고? 거짓말이 아니라 지금 현재 대한민국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최근 교육부와 산하기관, 시·도 교육청의 2017년 장애인 근로자 고용현황이 발표됐다. 여기에서 경북대병원과 치과병원은 장애인 근로자 고용률이 각각 1.07%, 0.70%를 기록해,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제28조 2항에 따른 2017년 장애인 근로자 의무고용률 3.2%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치를 보였다. 의무 고용률에 미치지 못한 기관에는 고용 부담금이 부과되는데 본교 병원의 경우에는 약 7억 원, 본교 치과병원의 경우에는 3천만 원 정도의 부담금이 부과됐다. 매년 임금과 고용조건으로 인해 노동자 측과 갈등을 빚고 있는 병원 상황을 비춰볼 때 저 큰 돈을 부담금으로 지출하고 있는 것은 무척이나 아이러니하다. 게다가 본교 병원의 장애인 근로자 고용률은 의무 고용률을 점차 올리고 있는 법 추세를 거슬러 오히려 매년 줄어들고 있는(1.21% → 1.11% → 1.07%) 스웩을 발휘하고 있다. 최근 5년 간 고용 부담금으로 무려 25억 원 가량을 납부했다. 그야말로 사람을 안 써서 돈을 내는 꼴이다. 

더욱 슬픈 점은 이 문제가 본교의 병원과 치과병원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작년 한해만 보더라도 교육부의 장애인 근로자 고용률은 2.23%로 의무 고용률보다 1% 가량 낮았고, 교육부 산하 공공기관 22개 중 16개의 기관이 의무 고용률 미달로 총 45억여 원을 납부했다. 17개의 시·도 교육청 어느 곳도 의무 고용률을 지키지 않았다. 중앙행정기관 전체로 눈을 넓혀도 심각성은 여전하다. 중앙부처들의 평균 고용률은 2.88%에 머물렀다. 타 고용주들에게 모범을 보여하는 국가기관 마저도 법이 정한 고용정도를 지키지 못한 행태는 장애인 고용 문제에 있어 ‘내로남불’의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고용 부담금을 비용을 지불하면 되는 면죄부로 생각하는 것일까?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보다 고용 부담금을 지불하는 것이 더 경제적인가? 장애인 근로자가 여전히 고용 차별에 시달리고 있는가? 장애인 근로자 고용률을 채울 수도 없을 만큼 장애인 근로 지원자가 적은 것인가? 방금 얘기한 그 어떤 원인이라도 사태는 심각해 보인다. 돈 쓰는게 더 경제적이기에 나타난 현상은 아니길 바란다. 인권마저 경제논리에 의해 돌아간다면 곤란할 것이다. 

더 우려되는 점은 이를 정말 문제로 여기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부끄럽게 이 상황을 생각했다면 본교 병원과 같이 여러 기관에서 고용률이 역행하고 있는 사례가 나타날 수 있었을까?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식이 떨어지는 사회는 이미 경종이 울리고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국가기관부터 문제를 드러내는 것은 장애인 시민권에 대한 우리의 의식수준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것을 얘기해준다. 언제까지 그들을 ‘돈을 써서 고용하지 않는 사람들’로 만들 것인가. 이 아이러니를 반복하지 않도록 아니, 적어도 아이러니라고 생각하도록 더 민감해져야 하지 않을까.

김민호

탐구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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