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본교와 상주대학교가 통합해 본교 상주캠퍼스가 탄생한 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지역 국립대의 위기 상황 속에서 통합의 길을 선택했지만, 통합 이후 10년이 지난 현재 상주캠퍼스의 현실은 열악하다. 지속적인 학생 인원 감축으로 재학생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고, 대학생활을 위한 인프라와 지원은 충분치 않아 학생들의 불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번 연재 두 번째 기사에서는 상주캠퍼스 활성화를 위해 본교가 계획했던 정책 방향과 그 현황을 알아봤다. 또 상주캠퍼스 활성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원인을 생각해보고, 이에 대한 상주캠퍼스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행되지 못한 공약 조항, 흔들린 발전 방향

지난달 25일 지방거점국립대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서영교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상주캠퍼스 학생 수 감소 ▲대구캠퍼스로의 사업예산 편중 ▲통합 당시 공약 조항 미이행 등을 근거로 상주캠퍼스 활성화 정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이러한 문제점은 최근에 와서 드러난 것이 아니라 통합 당시부터 줄곧 지적된 문제였다. 상주시의회가 지난 2009년 작성한 ‘상주대학교와 경북대학교 통합공약 이행촉구 성명서’에는 통합으로 인한 상주캠퍼스의 위축과 학생 수 감소에 대해 본교가 분명한 대응책을 제시해주기를 요구하고 있었다. 본교는 통합 이후 10년 간 같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본교 역시 상주캠퍼스의 위축 가능성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본교는 상주대학교와의 통합을 논의하던 당시, 8개 항으로 이뤄진 통합 이행조건을 제시한 바 있다. 이행조건은 ▲통합이후 학생·교직원 수 유지 ▲과학공원 조성 ▲대동물병원 및 실습동 리모델링 ▲경북대 부속 농업교육센터 상주 이전 ▲경북대 노인병원 분원 설치 ▲연수원 및 레저스포츠센터 설치 ▲유사·중복학과 명칭 변경으로 존치 ▲통합지원금 상주캠퍼스 우선 투자 등 이었다. 또한, 통합 이전인 2007년에도 본교는 ‘상주캠 특성화 분야별 육성 전략’을 통해 ‘생태환경·관광레저 분야의 세계 거점대학으로의 도약’, ‘국내 최고 수준의 축산바이오 학부로 도약’이라는 상주캠퍼스의 발전 방향을 설정하는 등 상주캠퍼스를 특성화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본지 1544호 ‘통합 경북대, 첫걸음을 내딛다’ 기사 참조).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계획대로 이행되지 못한 것이 상주캠퍼스 특성화 실패, 나아가 상주캠퍼스 위축을 막지 못한 원인으로 지적된다.상주시청이 지난해 작성한 ‘통합 후 추진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이행조건 8개 항 중 ▲대동물병원 및 실습동 리모델링 ▲연수원 및 레저스포츠센터 설치 ▲통합지원금 상주캠퍼스 우선 투자의 3개 항이 ‘미흡’으로,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5개 항이 ‘미이행’으로 평가됐다. 그 중 ‘대동물병원 및 실습동 리모델링’에서 대동물병원은 당초 계획했던 41억 원 투자·2,500m²규모에서 22억8천만 원 투자·1,493m²규모로 축소됐다. 기존 계획의 60% 수준에 그친 것이다(본지 1485호 ‘상주캠 위한 장밋빛 공약, 완벽한 이행은 없었다’ 기사 참조). 또 ‘연수원 및 레저스포츠센터 설치’에 대해 상주시청은 기존 계획과 달리 소규모의 어학교육원·체육진흥센터 분원이 설치되는 것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상주시청 교육후생계 윤외식 주무관은 “시설물 신축·이전에 관련된 다수의 조항이 이행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속적으로 논의됐던 특성화 역시 현재 이뤄진 것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특성화 학과 유지 실패, 유사·중복학과 대구캠퍼스로의 일방적 통합

본교 통계연보에 따르면 상주캠퍼스의 2018년도 학부 재학생은 3,132명이다. 통합 직후인 2008년 5,148명이었던 것에 비해 39%가량 감소한 수이다. 같은 기간 대구캠퍼스의 학부 재학생 수가 20,342명에서 19,758명으로 3%가량 감소한 것에 비해 그 폭이 크다. 이처럼 통합 이후 상주캠퍼스 재학생의 수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 활성화 실패와 관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2012년부터 본교 상주캠퍼스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학교를 다니는 동안 학과·학생 수가 계속해서 줄어드는 것을 느꼈다”며 “캠퍼스에 학생이 없는 상황에서 이전보다 더 나은 특성화 정책이 계획된들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고영훈(생태대 생태관광 15) 씨는 “학생 수 감소에 따라 기존에 학생들이 이용하던 교육·지원 프로그램이 없어지는 경우가 있었다”며 “학생들도 캠퍼스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작아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이러한 재학생 수 감소의 원인에는 특성화 학과 정착 실패, 유사·중복학과의 대구캠퍼스로의 일방통행적 통합이 지적된다. 2011년 본교가 작성한 ‘통합 이행조건에 대한 추진현황(유사·중복학과 해소 및 상주캠퍼스 활성화 방안 포함)’ 문서에 따르면 본교는 상주캠퍼스의 운영 활성화를 위해 ▲치위생보건학과 ▲군사학과 ▲해양학과 등 신입생 선호도가 높은 인기학과를 신설·특성화할 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2018년 현재 군사학과는 설치되지 않았으며, 상주캠퍼스 특성화를 위해 설치했던 해양학과는 본교 특성화 사업 계획에 따라 대구캠퍼스 자연과학대학의 지구시스템과학부로 통합됐다.본교가 약속한 ‘유사·중복학과의 존치’도 지켜지지 않았다. 통합 직후 진행된 영어과, 비즈니스경제학과, 행정학과의 통합을 유사전공·학과들의 통합이 이어졌다. 지난 2011년에는 당시 ‘교육과학기술부’의 유사학과 중복 지원 방지를 위한 감사 결과에 따라 ▲사회복지전공 ▲아동복지전공 ▲건축디자인전공 ▲건축시스템공학전공 ▲전기공학전공의 5개 전공을 대구캠퍼스 유사 전공·학과와 통합했다. 또 2014년 지방대학 특성화사업 시행에 따라 효율적인 특성화사업단의 운영을 이유로 ▲산업전자공학과 ▲컴퓨터시스템공학전공 ▲생태환경전공 ▲해양학과의 4개 전공·학과를 통합했다. 이렇듯 다수의 상주캠퍼스 소속 전공·학과들이 일방적으로 대구캠퍼스 전공·학과와 통합됐다. 학과 통합을 통해 대구캠퍼스로 소속을 변경한 한 학생은 “최근에는 통합 기조가 완화된 감이 있지만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한 해 걸러 한 번씩 학과 통합 관련 논의가 들렸다”고 말했다. 이런 소속 변경 역시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학과 통합을 통해 대구캠퍼스로 소속을 변경한 김세현(IT대 컴퓨터 14) 씨는 “소속을 변경한 동기들 중에는 기존 학과와의 커리큘럼 변화, 새로운 교육 환경 등을 이유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본교는 통합으로 상주캠퍼스 학생 수가 감소함에 따라 학과를 신설하려는 등 대책을 마련했지만 이 역시 임시방편에 그쳤다. 본교는 2014년도에 상주캠퍼스 소속 4개 전공·학과가 대구캠퍼스 유사 전공·학과와 통합됨에 따라 감소한 인원을 충원하기 위해 상주캠퍼스에 216명 정원 규모의 자율전공학부를 신설했다. 그러나 이 역시 2016년도에 폐지되며 상주캠퍼스 인원 감소를 막지 못했다.

학생 눈높이 고려하지 못한 정책방향

지난 7월 본교 김상동 총장은 황천모 상주시장과 ‘PTR교수(핀 포인트 기술연구 교수) 운영을 통한 지역 사회 발전방안 구축의 필요성’, ‘기숙형 대학운영’, ‘축산바이오 특성화 방안’ 등을 주제로 상주캠퍼스 활성화에 대한 논의를 나눴다. 그 중 ‘기숙형 대학운영’은 2017년 본교 교수회가 작성한 ‘상주캠퍼스 발전을 위한 연구 보고서’에서, ‘축산바이오 특성화 방안’은 2007년 본교의 ‘상주캠 특성화 분야별 육성 전략’에서 논의되는 등 기존에 있어왔던 정책 방향을 유지한 것이다. 그러나 본교가 지속적으로 고수하는 상주캠퍼스 활성화 방안에서 정작 상주캠퍼스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따른다. 생태환경대학 생태관광전공의 한 학생은 “본교가 과거에 제시했던 활성화 공약들 중 실효성이 있거나 학생에게 와닿는 정책은 거의 없었다”며 “과거 논의되던 수의학과 이전이나 농학 관련 학과 개설 등이 상주캠퍼스 학생의 생활에 어떤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박진우(과기대 정밀기계 18) 씨는 “학생이 누릴 수 있는 문화적 환경이 거의 없고 관련 정책 또한 마련되는 것 같지 않다”며 “교통수단 등 생활에 밀접한 부분의 보충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그러나 본교 재정난의 여파로 현재 상주캠퍼스 관련 일반 사업 예산은 크게 삭감된 상황이다. 올해 상주캠퍼스 특성화지원 예산과 캠퍼스 간 교차 강의 출강지원금이 전액 삭감됐다. 특성화지원 예산은 상주캠퍼스 학생들의 진로 교육 및 취업역량 강화 프로그램 등에 사용돼왔고, 캠퍼스 간 교차 강의 출강지원금은 상주캠퍼스와 대구캠퍼스를 오가는 교수에게 지원하던 교통비로 사용돼왔다. 이러한 예산의 감축에 대해 통합교육지원본부는 상주캠퍼스 교육 여건이 역악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본지 1607호 ‘보릿고개 맞은 본교 재정 곳간, 2018학년도 본교 예산안 분석’ 기사 참조).

장기적 활성화 방안과학생의 실망감 해소가 동시에 필요해

현재 상주캠퍼스 관련 정책은 캠퍼스 특성화를 이용한 활성화에 실패했다는 점 외에도 학생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점 역시 미흡하다는 지적이 따르는 상황이다. 상주캠퍼스 소속 학과에서 대구캠퍼스 소속 학과로 전과한 한 학생은 “재학 기간 동안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던 상주캠퍼스 환경에 실망해 전과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지난 호에 실렸던 연재 첫 번째 기사에서 드러나 있듯이, 상주캠퍼스의 열악한 인프라와 지원 상황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본교는 상주시와의 협력을 통해 장기적인 상주캠퍼스 활성화 방안을 마련함과 동시에 상주캠퍼스 학생이 느끼는 실망감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장은철 기자/jec16@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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