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회복무요원 대기자다. 편의상 ‘사회복무요원’ 대신 ‘공익’이라는 옛 축약표현을 사용하겠다. 어릴 때부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안경 두께를 자랑할 정도로 시력이 나빴는데, 아니나 다를까 작년 5월 신체검사에서 시력으로 4급 판정을 받았다. 한창 신체검사를 받을 시기의 새내기들 사이에서 4급 판정자는 곧 ‘신의 아이’로 간주됐었다. 그만큼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현역 군인에 비해 공익은 쉽고 편하다는 인식이다.

인정한다. 보충역인 공익은 복무기간 중 거의 모든 면에서 현역 군인보다 편한 생활을 한다. 그래서 군필자들에게 ‘공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면 부럽다는 말이 반, 배 아프다는 말이 반이다. 물론 몇몇 공익은 근무지에 따라 현역에 버금가는 업무 강도를 자랑하기도 하나, 그래도 출퇴근이 보장되는 공익이 현역보다 낫다는 것이 중론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공익은 신체등급 등 특정 이유로 현역 복무가 불가능한 이를 위한 좋은 대체복무제도라는 반응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공익도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특히 자신이 원할 때 공익 복무를 시작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공익 판정을 받는 사람들의 증가율은 매년 높아지는데, 공석은 거의 변동이 없다. 바늘 구멍식 배치다 보니 공익 대기자는 점점 많아진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올해만 9만 명이 배치 대기 중이며, 내년에는 그 수가 1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국 사병 43만 명 중 약 23%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병무청은 앞서 여러 번 탈락한 공익 지원자를 우선으로 선발하고 있다. 덕분에 공익을 20, 21살에 처음 지원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탈락한다. 그래서 보통 1학년을 끝내고 입대하는 일반적인 남학생들과 다르게 공익 판정을 받은 학생들은 2, 3학년까지 재학한 후 군 휴학하는 경우가 많다. 몇몇 학생들은 이 때문에 학업에 피해를 보거나 동기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진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이를 해결할 마땅한 대안도 아직까지는 없다. 기존 공석을 늘리자니 각 기관들의 반발이 있고, 근무지마다 난이도가 천차만별이라 공석을 쉽게 조정하기도 힘들다. 그렇다고 매년 늘어나는 공익 판정자들을 막지도 못한다. 아직까지 병무청에서도 이에 대한 확답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공익 대상자에게도 애로사항이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위 문제점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는 힘들다. 특히 군필자 앞에서는 “아니꼬우면 현역으로 입대하든가”라는 반박을 듣기도 한다. 대체복무의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아서 현역복무를 해야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아이러니한 상황일 것이다.

나 역시 장기 대기자가 되면 학사 과정이 중단돼 곤경에 처하게 된다. 동기들은 제대를 하고 취업준비를 시작하는데, 나는 아직도 대기자 신세니 아무래도 속이 탄다. 언제 합격될지 모르니 함부로 다음해 계획을 세우기도 힘들다.

11월은 내년 공익지원 접수가 시작되는 달이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대기자들은 내년 11월을 기약해야 한다. 오늘도 공익 대기자로 남은 본교 학생들은 합격 결과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유동현

탐구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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