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나는 학과 학술제에 학내 학술 동아리 부원 자격으로 참가했다. 그날 우리 동아리가 발제한 주제는 ‘연대성을 통해 알아보는 학생사회의 붕괴’였다. 발제의 주제가 나온 배경은‘ 왜 학술제와 학술 동아리가 망해가고 있나’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지난해 학술제는 복합적인 상황으로 인해 열리지 못했다. 학술 동아리의 경우 부원들끼리의 친밀감으로 어렵게 유지돼 왔다. 이런 상황이기에 학술제에서 '학술제가 왜 망해가고 있냐'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본지는 2014년 ‘학술 소모임, 죽었니? 살았니?’라는 제목으로 학술 동아리의 위기를 다뤘다. 그 기사에서 유지되고 있는 학술 동아리의 상황은 다음 중 하나로 귀결되는 듯 보였다. 특정한 대회나 프로젝트 등의 확실한 목표성을 가지거나, 개인적인 끈끈한 친분으로 유지되는 것이다. 학술 모임 자체가 가진 의의와, 조직의 힘은 약해졌다. 더는 ‘학술 모임’이라는 이름 자체만으로 사람들은 모이지는 않는다.

그러다 문득, 우리 신문의 상황을 돌아봤다. 경북대신문은 그런 몰락을 겪지 않을까. 경종은 울릴 대로 울렸다. 기자 충원 문제는 한두 해의 문제가 아니고, 배부대에 쌓인 신문 더미를 보면 신문이 과연 독자들에게 가고는 있나 하는 의문이 든다. 학내 언론이라는 정체성을 상실하고 친목으로 근근이 명맥만을 이어가는 건 아닐까. 사실 몇 년 앞조차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 나의 심정이다.

다시 학술제로 돌아가 본다. 나는 학술제와 학술 동아리의 몰락을 학생사회의 연대 의식 변화라는 관점으로 바라봤다. 권위주의 시대가 지난 후 조직이 개인이 할 수 없는 일은 한다는 신화는 깨져갔고, 오히려 조직의 폐단을 몸서리치게 느꼈다. 우리는 드디어 ‘개인’을 찾아가고 있다. 지금의 학생사회를 보자면, 학생들의 연대는 ‘우리는 모두 학생이다’는 의식 아래에서 이뤄지는 것들은 아닌 듯하다. 각자의 관심과 필요로 연대를 이루고 있다. 이제 전통적 관념 속 조직의 힘은 약해지고 있다. 조직은 전근대의 상징처럼 느껴지게 되었고 신자유주의의 바람은 취업난과 맞물려 개인 자신의 삶을 살아가도록 했다.

그런데 우리는 조직에서 해방되어 진정한 자유를 맞이했는가. 우리는 개인화, 아니 정확하게는 개별화되고 있다. 우리가 온전한 개인으로 거듭나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다. 기숙사 인원 감축, 대학평의원회 문제 등을 보면, 우리가 개인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라도 개인 이상의 공동체는 필요하다. 이제 학생이라는 의식은 희미해졌으나, 아직도 학생이라는 이름으로 모여야 하는 일이 생기는 이 아이러니! 이를 해결하기 위해 꼭 조직의 형태가 필요하진 않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조직의 시대는 이미 지났다 하더라도, ‘학생’이라는 공통의 의식을 함께하는 공동체로의 진화는 가능하지 않을까? 학생사회의 일원인 우리 신문도 마찬가지다. 우리 신문의 영향력은 약해졌으나 ‘경북대신문’이라는 온전한 가치로, 이름으로 남아있어야 하는 이유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러니 ‘이어가 달라’ 후배들에게 부탁하고 ‘지켜 달라’ 독자들에게 간청한다. 경북대신문에 남기는 나의 마지막 칼럼에 담긴 우려가 기우가 되길 바라본다.

김민호

탐구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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