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John Rawls)의 <정의론>과 복지국가' - 신정완 교수(경상대 경제통상)의 강연을 듣고

신정완 교수님께서 한국사회의 복지국가담론의 아쉬운 점으로 철학적 논의의 부재를 지적하셨을 때 공감이 많이 갔다. 최근 전개된 보편적 아동수당 논쟁과 몇 년 전 있었던 무상급식 논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한 사회가 중요시하는 철학이 무엇인가에 따라 복지국가의 모습은 바뀐다. 미국의 복지제도와 자유주의 이념 간의 상관성, 북유럽의 복지제도와 사민주의 이념 간의 상관성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철학적 논의에 있어 롤스의 철학은, 자유와 평등과 같은 철학적 논의가 쉽게 색깔론 공세로 이어지는 한국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롤스는 [정의론]에서 자유와 평등은 양립할 수 있는 가치이며, 두 가치의 양립을 ‘정의’라고 보았다. 그의 이론은 자유와 평등을 제로섬의 관계로 바라봤던 시각에 일대 전환을 요구한다. 그는 자유롭고 평등하며 합리적인 개인들이 이상적인 논의 조건에서, 즉 ‘무지의 베일’에서 합의할 것으로 기대되는 원칙을 ‘정의의 원칙’으로 보았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원칙: 각자는 모든 사람의 유사한 자유체계와 양립할 수 있는 평등한 기본적 자유의 가장 광범위한 체계에 대해 평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자유의 원칙).

제2원칙: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은 a)최소 수혜자에게 최대 이득이 되고(차등의 원칙) b) 공정한 기회균등의 조건 하에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된 직책과 직위에 결부되는 방식(공정한 기회 균등의 원칙)으로만 허용될 수 있다.

제1원칙인 자유의 원칙은 정치적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원리를, 제2원칙 중 공정한 기회 균등의 원칙은 민주주의와 사회보장 원리를, 차등의 원칙은 사회보장과 평등주의적 경제체제 원리를 의미한다. 롤스는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와 사회보장제도의 공존이 ‘정의’임을 밝힘으로써 이 가치들을 실현할 수 있는 질서를 정의로운 질서라고 보았다. 그리고 정의란 구속력이 강한 사회의 제1덕목이기에 반드시 추구돼야 한다고 보았다. 롤스가 말한 정의의 원칙들이 실현된 사회는 오늘날 우리가 복지국가라고 부르는 사회와 유사하다. 그렇게 본다면 복지국가의 건설은 선택의 영역이 아니라 ‘당위’인 것이다. 

무엇보다 롤스의 ‘차등의 원칙’이 인상 깊었다. 이 원칙에 깔린 전제는 개인의 천부적인 재능을 개인의 선택이나 노력과 무관한 운의 문제로 본다. 따라서 운에 의해 주어진 타고난 재능이 개인의 삶의 질을 결정지어서는 안 된다. 이는 개인의 재능과 능력을 온전히 그 개인의 것으로 보고 그 결과 역시 개인의 책임이며, 이를 ‘자유’의 관점에서 정당화했던 우리의 일반적 사고방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번 강좌를 통해 지금까지 내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우리 사회의 제도와 질서를 바라봤는지 돌이켜볼 수 있었고, 온정주의가 아닌 정의의 관점에서 왜 복지국가여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얻은 것 같아 의미 있었다.

이효정

(사회대 정치외교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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