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무퀘게와 무라드

김영화 교수(사회대 사회복지학부)

지난달 5일 노벨상 위원회는 2018년 평화상 수상자로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의 드니 무퀘게와 이라크 출신의 나디아 무라드를 선정했다. 무퀘게는 아프리카 콩고 분쟁지역의 성폭력 만행을 알리고 피해자를 돕는 데 헌신한 의사이며, 무라드는 자신이 직접 당한 IS의 만행을 고발한 여성운동가다.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냐,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냐 혹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냐, 아니면 세 명이 공동 수상자가 될 것인가 하는 세간의 기대를 물리치고 전쟁범죄로서의 성폭력을 세계에 알리는 데 공헌한 두 사람이 선정됐다.

노벨상 위원회는 “이번 노벨 평화상은 잔학행위로부터 살아남은 여성과, 그와 같은 처지에 있던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자신의 위험도 무릅썼던 의사에 대한 수상”이라며 “우리에게 성폭행 피해자의 목소리를 경청할 것과 그들을 위해 정의를 추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2018년 노벨평화상 후보로 총 331건이 접수되었고 2016년의 376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후보가 접수된 것이라고 한다. 상금은 900만 크로나로 약 11억 2천4백만 원이다. 후보자 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사례가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무퀘게는 1953년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환자들을 돌보며 기도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의사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부룬디의 의과대학에서 의학 공부를 시작했다. 그 후 프랑스에서 전문의 훈련을 거쳤다. 처음엔 어린이를 위한 소아과 의사가 되려고 했으나 콩고에서 임산부사망률이 높아지자 산부인과 의사가 되었다. 그는 1999년 콩고의 부카부 지역에 ‘판지(Panzi)병원’을 설립했고, 2015년까지 성폭력 피해 여성과 어린 여자아이 등 4만 8천 명 이상을 치료했다.

판지병원의 첫 환자는 산모가 아니라 생식기와 신체가 잔혹하게 훼손된 성폭행 피해 여성이었다. 콩고에서는 장기간 이어진 내전으로 지금까지 600만 명 이상이 희생됐다. 콩고 내전에서 성폭행은 하나의 무기로 사용됐다. 이로 인해 여성과 소녀에 대한 성폭행이 급격하게 증가했고, 이들을 위한 치료는 시급한 상황이었다. 판지병원의 무퀘게 원장과 의료진은 모든 인력을 동원하여 성폭행 피해자들을 치료했고, 영양실조로 인한 조산 등 산부인과의 도움이 필요한 여성과 소녀들을 치료했다. 그가 설립한 판지병원에서는 성폭행 피해자가 육체적 상처에서 회복하는 것뿐만 아니라 복지와 교육, 재활프로그램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성폭력에 희생된 모든 여성과 소녀, 그들의 가족과 지역사회를 치유하고 회복력을 키워준다. 판지병원은 피해자 개인과 지역사회에 일상생활을 되찾아줌으로써 평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무퀘게는 이런 인도주의적 활동과 더불어 콩고의 내전 종식과 반군 처벌, 반인도적 전쟁범죄를 중단할 것을 UN에 호소했다. 그 이후 그와 그 가족들은 무장괴한들로 습격을 받았고 가족의 안전을 위해 그는 가족과 함께 유럽으로 망명했다. 그러나 판지병원의 환자들이 십시일반 모금활동을 벌여 그의 항공권을 구입했고 다시 자신들에게 돌아와 치료해 줄 것을 호소했다. 이에 그는 2013년 1월 다시 콩고로 돌아와 암살의 위협에 시달리면서도 성폭력 피해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그는 2008년 유엔인권상을 비롯하여 국제기구의 많은 상을 수상했고, 2016년에는 서울 평화상을 수상해 한국을 다녀가기도 했다. 또한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일본을 비롯한 세계인들이 성폭력에 맞서야할 책임이 있음을 강조했다.

또 다른 수상자인 나디아 무라드는 이라크 출신으로 2014년 8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인 IS에 붙잡혀 성노예로 끌려다니다가 IS대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가까스로 탈출하여 IS의 만행을 세상에 알렸다. 이 참혹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인권운동가로 변신했고, 이 공로로 유럽평의회 인권상과 유럽 최고 권위의 인권상인 사하로프 인권상을 수상했다. 2015년 난민으로 인정받아 현재는 독일에서 살고 있다. 2016년에 그는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의  첫 ‘인신매매 생존자 존엄성’을 위한 친선대사로 임명됐다. 2017년 1월에 그가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팔려다니면서 성폭행을 당하느니, 차라리 남자들처럼 저희를 죽여주기를 바랐다”면서 당시의 굴욕감과 처참함을 토로했다. 

노벨평화상은 1901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98차례 시상됐다. 노벨평화상은 노벨상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상으로서 전쟁과 분쟁을 없애고 성폭력에 종지부를 찍는 데에, 그리고 인류를 보다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만드는 사람들에게 돌아 갈 것이다.

음성적 면역조절의 억제를 통한 새로운 암 치료법 발견

김영호 교수 (자연대 생명과학부)

최근까지 암 생물학, 암의 조기진단기술, 외과적 수술, 방사선 치료, 화학요법 등 암 치료법의 눈부신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암은 여전히 인류의 가장 큰 건강 문제 중 하나로 꼽힌다. 2018년 노벨생리의학상의 공동 수상자로서 미국 텍사스대학 MD 앤더슨 암센터의 제임스 P. 엘리슨(James P. Allison) 교수와 일본 교토대학의 혼조 타스쿠(Tasuku Honjo) 교수가 선정됐다. 이들은 생체 면역계를 활용하는 획기적인 항암 면역치료법을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엘리슨 교수는 T 세포의 표면에 존재하면서 T 세포의 면역활성을 음성적 조절하는 신호를 제공해주는 CTLA-4 단백질을 연구했는데, 이 CTLA-4 단백질의 작용을 방해하는 단일클론항체를 이용해 T 세포의 활성화를 증진시킬 경우에는 면역계가 종양을 공격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한편, 혼조 교수는 T 세포가 세포자멸사를 일으킬 때 그 표면에 발현이 증가되는 단백질을 발견해 이를 programmed death-1 (PD-1)로 명명하고 그 기능을 면밀히 조사한 결과, T 세포의 활성화를 음성적으로 조절하는 기능이 있음을 발견했다. 

엘리슨 교수와 혼조 교수는 면역계의 항암-관련 방어작용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T 세포의 면역반응을 음성적으로 조절하는 두 단백질들, 즉 CTLA-4와 PD-1의 기능을 저해하는 전략이 면역기능의 항암활성을 강화해 항암 면역치료에 이용될 수 있음을 발견했다.

항암 면역치료법의 유형들

우리 몸의 면역계는 등장하는 외인성 병원체들이나 내인성 암세포들을 특이적으로 인식하고 제거할 수 있도록, ?자기(self)?와 ?비자기(non-self)?를 구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즉, 면역계는 자기(self)에 대해서는 정교한 음성적 조절을 통해 면역관용을 나타내는 반면, 비자기(non-self)에 대해서는 면역반응을 효과적으로 작동시켜 이를 제거하는 능력이 발휘하도록 조절된다.

이러한 면역계의 조절에는 면역세포들 중의 하나인 T 세포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T 세포는 비자기로 인식되는 분자구조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수용체를 지니고 있는데, 그러한 상호작용은 T 세포의 면역반응을 작동시키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 이때 T 세포 반응이 완전히 유도되기 위해서는 가속기 역할을 하는 추가 단백질들을 필요로 한다. 한편, T 세포 반응을 저해하는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음성적 조절단백질들(CTLA-4, PD-1)도 확인됐는데, 이들 가속기와 브레이크 간의 균형이 T 세포의 면역반응 및 나아가서는 면역방어반응의 엄격한 조절에 필수적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정교한 제어기전은 면역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자가면역반응으로 건강한 세포와 조직을 파괴하는 것을 방지하도록 할 뿐만 아니라, 외인성 병원체들 및 내인성 암세포 등을 적극적으로 공격해 방어작용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해준다.

최근까지 발전을 거듭한 항암 면역치료법에는, 이러한 생체 내 면역계가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암에 대항해 작동하는 것을 도와주는데, 면역확인점 저해제 치료법, 면역세포의 입양전달 치료법, 단일클론항체 치료법, 백신치료법, 사이토카인 치료법, 및 BCG(결핵백신) 치료법 등의 여러 가지 유형들이 있다. 이들 항암 면역치료법 유형들 중에서 첫 번째인 면역확인점 저해제 치료법이 엘리슨 교수와 혼조 교수의 업적에 기초하고 있다.

면역확인점 (CTLA-4 및 PD-1) 저해제 치료법의 등장 및 전망

1990년대에 엘리슨 교수는 T 세포 단백질 CTLA-4를 연구해 CTLA-4가 T 세포의 음성적 조절자로 작용함을 관찰했는데, 이 당시에 다른 연구진들은 CTLA-4의 기능을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활용하고자 노력했으나, 엘리슨 교수는 완전히 다른 아이디어로서 암을 공격하는 면역능의 강화에 CTLA-4를 활용하고자 시도했다. 즉, 그는 CTLA-4에 결합해 그 기능을 차단할 수 있는 항체를 확보한 다음, 항체에 의한 CTLA-4의 기능 차단으로 T 세포 활성화의 음성조절기전을 저해할 때, 그 결과로서 면역계가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는지 조사했다. 1994년 말에 엘리슨 교수는 마우스 모델을 이용해 T 세포의 음성조절자 역할을 하는 CTLA-4의 기능을 억제하는 anti-CTLA-4 항체의 투여가 종양에 대항하는 T 세포의 활성화를 강화하여줌으로써 암이 완치됨을 관찰했다. 이어서 2010년에 임상연구에서는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 환자에게 놀라운 치료 효과가 있음을 발견했다.

엘리슨 교수의 발견이 이루어지기 몇 년 전인 1992년, 혼조 교수는 T 세포의 표면에 발현되는 또 다른 음성적 조절 단백질인 programmed death-1 (PD-1)을 발견했다. 이어서 혼조 교수는 PD-1이 CTLA-4 처럼 T 세포 활성화의 음성 조절자로 작동함을 확인했다. 또한 혼조 교수는 마우스 실험을 통해, PD-1에 특이적인 항체를 이용한 PD-1 기능의 차단이 면역계의 항암작용을 증진시켜주어서 암 치료에 효과적임을 발견했다. 2012년 임상실험에서는 항체를 이용한 PD-1 차단이 암 환자에게 확실한 치료효능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이전에는 본질적으로 치료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던 전이성 암을 앓고 있는 몇몇 환자들에서 극적인 치료효과가 나타났다.

과거 100여년의 기간 동안 과학자들은, 인체에 발생하는 암의 퇴치에 면역계를 활용하고자 노력했다.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의 두 수상자들에 의한 중요한 발견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임상에서의 발전이 완만하게 이루어졌지만, 이들에 의해 발견된 면역확인점(CTLA-4 혹은 PD-1) 저해제 치료법은 암의 치료에 큰 변화를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암을 어떻게 다룰까에 대한 개념의 재정립에도 역할을 했다고 노벨생리의학상 위원회는 언급했다.

두 수상자들의 연구결과에 근거한 항암 면역치료 기술 중, PD-1에 차단하는 면역확인점 저해제 치료법은 폐암, 신장암, 림프종, 그리고 흑색종을 비롯한 여러 유형의 암에서 그 결과가 효과적이고 고무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CTLA-4와 PD-1 모두를 표적으로 하는 복합요법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는 새로운 임상연구결과도 흑색종 환자의 사례에서 확인됐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유형의 암에 대하여, 면역확인점 저해제 치료법의 효과를 타진하기 위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노력으로 임상적으로 더욱 더 효율적으로 치료효과를 얻을 수 있는 항암 면역치료법이 개발되어, 특히 진행성 암환자들에 대한 치료에 훌륭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왼쪽 위: T 세포의 활성화는 T 세포 수용체가 항원제시세포(APC)의 표면에 전시된 ?비자기?로 인식되는 분자구조에 결합하여 세포 내로 신호를 전달함으로 개시된다. 이때 T 세포 활성화를 위해서는 공동자극분자인 CD28를 통한 신호전달도 T 세포의 온전한 활성화에 필요하다. 한편 CTLA-4는 T 세포의 활성화를 억제하는 T 세포의 음성 조절자이다.

왼쪽 하단: Anti-CTLA-4 항체 (녹색)는 T 세포의 활성화 및 암세포 공격을 저해하는 음성 조절자의 CTLA-4 기능을 차단한다. 그 결과, T 세포 활성 및 암세포에 대한 공격이 유도된다. 

오른쪽 상단: PD-1은 T 세포 활성화를 억제하는 또 다른 T 세포의 음성 조절자이다.

오른쪽 아래: Anti-PD-1 항체 (녹색)는 PD-1의 음성 조절자의 기능을 차단하여, T 세포의 활성화와 암세포에 대한 공격을 유도한다. ⓒ The Nobel Committee for Physiology or Medicine. Illustrator: Mattias Karl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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