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권위에 얼마나 복종할 수 있을까?’ 평소 나 자신에게 자주 던진 질문이다. 아무리 굳은 신념이 있더라도 극단적 상황에 처하게 되면 인간은 과연 어떤 행동을 할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영화 ‘밀그램 프로젝트’를 시청했다.

밀그램 프로젝트는 밀그램 교수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 등 잔혹한 일들이 발생했던 이유를 찾고자 1961년에 예일대학교에서 진행했던 실험이다. 밀그램 교수는 이 실험을 ‘징벌에 의한 학습 효과 실험’으로 가장했다. 참가자들은 칸막이 하나를 사이에 두고 교사와 학생의 역할을 부여받는다. 교사의 질문에 학생이 오답을 말하면 교사는 그에게 전기 충격을 가한다. 오답이 계속될수록 전기 충격 강도는 신체에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로 높아진다. 이때 실험 통제자는 교사에게 전기 충격을 끝까지 가하라고 지시한다.

심리학자들은 당연히 교사가 학생에게 최대 전압인 450볼트까지는 가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대부분 교사들은 학생의 신음에도 불구하고 전기 충격을 끝까지 가했다. 권위를 가진 실험 통제자의 단순한 지시에 참가자가 굴복한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여러 질문들이 떠올랐다. ‘인간의 본성은 무엇인가?’, ‘실험을 끝까지 수행한 사람들은 과연 악한 존재일까?’, ‘실험을 중도 포기한 사람들은 선한 존재일까?’ 이 질문들은 밀그램 프로젝트가 ‘권위’에 대한 실험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서 한 것이다. 하지만 ‘권위’를 의식하니 영화를 보는 관점과 생각이 달라졌다. 참가자 개개인이 선하든 악하든 결과는 같다. 즉 인간은 누구나 환경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인간 행동의 상당수는 권위에 대한 복종이다. 우리가 스스로 내린 결정이라고 생각한 것들이 사실은 권위에 복속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특수한 상황에 처하면 인간은 평소 행동과는 다른 행동을 한다. 우리 주위의 사람들은 ‘복종’이라는 단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기는커녕 불편해하거나 복종이라는 개념 자체에 화를 내기도 한다. 이렇듯 우리는 마음속에 복종에 대한 뿌리 깊은 거부감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거부감과 달리 사람들은 대부분 복종적인 삶을 살아간다. 사람들은 권위 앞에서 작아지고 자아를 상실한 채 권위자에게 자신을 맡기며 스스로 윤리의식을 포기하곤 한다.

여기서 생긴 두 번째 질문은 ‘도대체 권위는 어디에서, 왜 나오는 것인가?’하는 것이다. 불복종이 어떤 물질적 손실이나 처벌로 이어지지도 않았는데도, 왜 참가자는 권위에 복종했을까? 아마도 인간이 복종적인 삶에 익숙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이 처음 무리를 이루기 시작한 날로부터 현대 사회에 이르기까지 권위는 굉장히 다양한 형태로 우리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복종이 부정적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나 역시 영화 속 실험 대상자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씁쓸해진다.

김선영

(인문자율전공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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