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으며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한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은 초판 인쇄 3천 부가 3일 만에 매진됐고, 40만 부가 팔렸다. 독자들은 책 속의 당혹스러운 상황에 공감하고 해결할 용기를 얻었다. 정문정 작가(동문, 사회대 사회 05)는 자신이 찾아낸 트렌드와 자신에 대한 관찰을 이 책에 담았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정문정 작가

(동문, 사회대 사회 05)

Q. 작가를 꿈꿨음에도 국어국문학과가 아닌 사회학과에 진학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어릴 때는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당시에는 리모컨의 주도권이 아빠에게 있어 TV를 볼 수 없었다. 반면에 책은 돈이 들지도 않으니 취미로 많이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자연스레 책을 좋아하게 되고 작가를 꿈꿨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무시할 수 없었다.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수상경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고등학교 때 항상 상을 받으면서도 대상은 받지 못 했다. 그래서 내 재능이 애매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사회학과에 진학한 이유는 두 가지가 있는데 내가 글을 특출나게 쓰지 못한다고 생각했고 일종의 일탈을 꿈꾸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나중에라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문장이 천재적이지 않으면 내용이라도 채워야겠다는 생각에 사회학과에 진학했다. 국문학과가 아니라 사회학과를 간 것은 인생의 일탈이었다. 사회학과에서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것을 배웠고 삐딱한 관점을 기를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나라는 세계가 넓어진 느낌이었다. 그래도 글을 쓰는 것에 흥미를 잃지 않았고 국어국문학과 복수전공을 했다. 건물이 멀다보니 시간이 부족할 때는 뛰어다닌 기억이 난다. 

Q. 작가님과 같이 '애매한' 재능을 가진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A. 애매한 재능을 가진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도에 포기한다. 천재들은 금방 티가 나고 실력이 쑥쑥 는다. 그들이 한 작업들을 보다보면 안목은 빠르게 올라간다. 그러나 실력은 안목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데 그 간극을 감당하기 힘들다. 그때 그냥 포기하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애매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도 재능은 있다는 것이다. 그 재능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해봤는지 스스로 생각해봐야 한다. 나는 10년 이상 꾸준히 글을 써왔는데 내가 나갔던 글짓기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친구들은 지금 아무도 글을 쓰지 않는다. 어떤 이의 재능은 나처럼 천천히 드러나고 그러려면 누구나 최소한의 경험치가 필요하다. 그래서 뭐든지 5년 이상 꾸준히 해보라고 말한다. 말로만 걱정한다 해서 재능이 꽃피는 것이 아니다. 일을 하지 않을 때 걱정이 든다면 일을 시작해봐야 한다. 막상 시작하면 걱정이 사라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Q.『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은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됐나?

A. 대학내일에서 디지털 콘텐츠 업무를 하다가 사람들은 클릭하고 싶은 제목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책 제목을 지을 때는 길더라도 직관적으로 공감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이라는 제목을 지었다. 제목을 읽는 것만으로도 카타르시스를 주고 싶었다. 책 내용을 쓰기 전부터 떠올랐던 제목이다.

잡지사에서 일을 해보니 콘텐츠의 타겟팅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나는 직장 후배나 여성들이 무례한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래서 시간이 부족한 이삼십대 디지털 세대의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책을 만들려고 했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은 여러 사이트의 메인에 올라가면서 유명해졌다. ‘공감’이 인기의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 디지털 세대는 긴 글을 읽는 경험이 적은 편이다. 스크롤하듯 글을 읽는다. 그들에게 완독의 경험을 주고 싶어서 책의 챕터나 문장을 짧게 끊어 썼고 다른 책은 끝까지 못 읽었어도 내 책은 다 읽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Q. 대학내일에서 잡지 기자로 오래 활동하셨다. 처음 활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돈도 없고 시간도 없으니까 일단 취업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작가는 나중에 되는 것이라고 여겼다. 취업을 해서도 작가가 되기 위한 글을 연습하기 위해 신문 기자나 잡지 기자를 하고 싶었다. 대학시절 신문사에서도 인턴을 했는데 잡지사에 들어가 더 자유로운 글쓰기를 하고 싶었다. 대구에서는 얻을 수 있는 사회적, 문화적 자본이 한정적이었다. 잡지사의 특채와 같은 고급정보를 어디서도 구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인맥과 정보를 얻기 위해 잡지사 인턴을 시작했다. 첫 직장이 잡지였다 보니 글을 훈련할 수 있었다. 잡지사에서는 직장 내 업무의 성장과 글쓰기 능력에 대한 개인의 성장을 모두 성취할 수 있었다.

Q. 잡지 기자로 활동하면서 어떻게 트렌드를 파악했나.

A. 잡지사에서 일을 하면 트렌드를 알고 새로운 것을 알아야 한다. 젊은 감각을 가지고 트렌드를 읽기 위해서는 시니컬해지면 안 된다. 자신의 취향이 생겨 타인의 취향을 무시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최근에 영화 ‘극한직업’을 봤다. 영화가 내 취향은 아니었는데 누군가는 옆에서 한 번 더 보고 싶다고 말해서 깜짝 놀랐다. 이렇듯 사람들은 취향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관찰을 해야 트렌드를 볼 수 있다. 화제가 되는 것들을 지나치지 말고 왜 화제가 되었나를 고민하고 다른 이들의 생각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최근까지 있다 나온 부서에서는 유튜브 관련 업무를 했는데 사람들의 조회수와 이탈 위치를 모두 볼 수 있었다. 언제나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있으려고 노력했다. 이런 데이터들을 모아서 분석하는 것이 잡지 기자에게는 상당히 중요했다.

Q. 대학생 시절에 무례한 사람에게 어떻게 대처했는지 궁금하다.

A. 사람들은 내가 처음부터 무례한 사람들에게 웃으며 대처할 수 있었는지 궁금해 한다. 내가 무례한 상황에 대처하는 책을 썼지만 대학생 시절에는 그런 개념이 별로 없었다. 삶의 경험치가 많지 않았다.

대학생 시절에 기자가 되고 싶었는데 사람을 대하는 법을 모른다고 생각해 서비스업 알바를 오래했다. 당시만 해도 권위적인 분위기가 있었고, 선배가 후배한테, 손님이 알바한테 보이는 무례함이 당연한 줄 알았다. 알바를 하면서 많이 울었는데, 많은 20대가 그렇듯이 나에게 문제가 있다고 여기기도 했다. 그때 무례한 사람들을 많이 겪으면서 모멸감이라는 감정을 처음 알게 되었다. 이 경험이 책을 쓰게 된 바탕이 되었다.

무례한 사람에게 대처하는 방법을 몰라서 가만있는 것이 아니라는 댓글을 봤다. 소시민들은 권위적인 환경에서 무례한 사람에게 대처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계속해서 무례한 상황에 반응해주는 것만으로는 권위적인 환경을 개선하지 못 한다. 직장 상사의 농담이 도를 넘을 때 박수를 치며 웃던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박수를 치지 않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혹시나 반응을 줄일 수 없다면 적어도 권위에 반대하는 사람을 왕따시키지는 말자.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바꾸어보는 것이 좋다.

Q. 왜 에세이를 썼고 에세이는 어떻게 쓰나?

A. 회사생활을 하면서 글을 쓰기에 소설은 맞지 않았다. 에세이는 소설에 비해 비교적 가볍고 잡지 속 칼럼으로 연습할 수 있는 장르였다. 나는 대중에게 말을 거는 콘텐츠를 좋아한다. 에세이는 가면을 쓰지 않고 ‘나라는 화자를 투명하게 드러내는 글’이다. 그래서 에세이를 읽으면 그 작가와 대화하는 느낌이 든다. 좋은 글과 좋은 인생은 동의어라는 말을 들어봤나. 다른 장르가 아니라 특히 좋은 에세이를 쓰기 위해서는 좋은 인생을 살아야 한다. 직장에서 퇴근하고 책을 쓸 때는 비관적인 내용이 많았다. 내가 힘이 드니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글을 쓰는 시간을 바꿔 매일 아침 새벽 4시에 일어나 머리가 가장 맑을 때 글을 썼다. 그러니 글이 밝아졌다.

에세이는 누구나 쓸 수 있는 장르다. 모든 사람이 경험은 할 수 있지만 복기가 중요하다. 사건을 겪기만 하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나는 항상 회상하고 객관화하며 성숙해지려 한다. 중요한 것은 경험을 잊지 않고 복기하는 것이다. 경험에서 끝나면 일차원의 인생이다. 자신이 경험하는 것을 기록해두고 다시 한 번 읽고 복기해서 글로 적어내면 두 배의 인생을 살 수 있다. 

Q. 작가의 책은 요즘 젊은이들을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시선을 비판하는 지점에 있다. 더 자세히 알려 달라.

A. 요즘 세대는 모든 것을 게임으로 인식한다. 모두가 평등한 상태에서 경쟁하고 시간을 투자하면 능력이 나와야 한다. 그러나 요즘 사회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래서 기성세대의 "일단 해보라"는 달달한 말을 믿지 않는다. 요즘은 실패하면 회복이 안 되기 때문에 젊은이들은 여유가 없다. 기성세대는 대학 진학 자체가 기득권이 되는 것이었으나 지금은 대학이 더 이상 특권층의 것이 아니다. 그리고 과거에는 모두 비슷하게 가난했지만 지금은 그 차이가 크고, 인터넷을 통해 모든 게 오픈되어있기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이 더 크다.

모든 시대에 걸쳐 세대 갈등은 있었고 모든 시대마다 초등학생이 되바라졌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자기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나는 지금 기성세대가 되어 가고 있고 다음 세대를 만드는 과정에 있다. 요즘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악마가 되는 사람을 이해하게 된다. 기성세대는 어렸을 때는 잊기 때문에 악해진다. ‘나 때는 안 그랬는데’라거나 소위 말하는 꼰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어렸을 적 느꼈던 감정, 패배자인 것 같은 느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젊은 세대에게 훈계하는 나쁜 꼰대가 아닌 조언을 주는 좋은 꼰대로 다가가야 한다.

Q. 앞으로는 어떤 활동을 해보고 싶은가?

A. 나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보다 1년 정도의 계획을 세운다.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계획은 크게 의미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 잡지사 일도 그만두었으니 앞으로는 1년 정도 전업 작가로 살면서 스마트폰 및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한다. 

Q.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먼저, 대학 시절에 실수를 많이 하는 것은 당연하다. 중요한 것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실수에 대해 소위 말하는 ‘정신승리(합리화)’하지 않고 객관화해서 나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의 이야기인 것처럼 돌아봐야 한다. 그래야 나를 돌아보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자기객관화를 통해 성숙해지는 것이다.

다음으로, 다양한 자아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생활을 하다 보면 자신의 여러 가지 자아를 무시하고 하나의 자아에 자신을 가두는 경우를 많이 본다. 자기 파괴적으로 연애하거나 자신과 맞지 않는 공무원 준비를 계속하는 경우들이다. 여러 개의 자아를 인정하면 하나의 자아가 상처 받았을 때 다른 자아로 극복할 수 있다. 나의 경우에도 글 쓰는 자아, 회사생활을 하는 자아가 둘 다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세 번째로 주변의 익숙한 의견만 들어서는 안 된다. 익숙한 의견만 듣지 말고 여러 무리를 두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한 커뮤니티 안에서 자신을 관찰해야 하며 그를 통해 다양한 자아를 알아가고 실수를 극복하는 것이다.

어릴 때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오늘을 충실히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삶은 내 삶으로밖에 말할 수 없다. 내 삶은 내가 알기에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수영 기자/csy17@knu.ac.kr

김민호 전임기자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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