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마도 자신을 정형화하는 데에 많은 힘을 쏟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당양한 선택의 갈림길에서 한 가지만을 선택하도록 강요받았다. “너는 장래희망이 뭐니?” “문과에 갈 거니, 이과에 갈 거니?”

나는 어릴 때부터 관심사가 다양했다.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을 찾아라”는 말이 최대한 빨리 좋아하는 것 중 하나만 선택하라는 것처럼 들렸다. 더 좋아하는 것과 덜 좋아하는 것을 쉴 새 없이 분류했다. 내가 보고 느낀 한국 사회는 내게 진정한 한 가지를 선택해 직업으로 승화시키길 바랐다. 그와 동시에 꿈이 없는 사람에게는 꿈을 찾으라고 말하지만 꿈이 많은 나에게는 그 많은 꿈을 어떻게 할지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좋아하던 것들을 점점 멀리하게 되었다.

좋아하는 것이 많은 사람은 입시를 준비가 남들보다 배로 힘들다. 하나의 목적만 가지기엔 눈에 밟히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교내 밴드동아리부터 청소년 단체 임원까지 다양한 것을 경험했지만, 수능의 잣대로만 보았을 때 그 경험들은 큰 의미가 없어 보였다. 그렇게 우울한 3년, 그리고 더 우울한 재수 1년을 보냈다. 그래서 대학을 입학할 때는 쓸데없었던 지난날을 뒤로하고 나 하나라도 건사하며 건설적인 인생을 살아보겠다는 포부를 가졌다. 

반면 대학에 들어와서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여러 가지를 좋아하는 내가 힘을 기를 수 있는 시간이라고 느껴졌다. 고등학교 때와는 달리 경험할 수 있는 폭이 엄청나게 넓었다. 그길로 나는 소위 말하는 현실에 도움이 되는 스펙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나만의 대학 생활을 즐겨보기로 했다. 학생회, 동아리 그리고 신문사까지 닥치는 대로 좋아하는 것들을 해봤다. 이렇게 다양한 집단에 속해보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가르쳐줬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잃지 않을 힘을 주었고 나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아직은 나도 답을 찾아가고 있지만, 좋아하는 것이 많은 사람을 위해 조언을 해볼까 한다. 먼저 다양한 집단을 경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것이 많으면 자연히 여러 집단과 접하게 될 텐데 그때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감으로 인해 참여를 꺼릴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집단에서 상호작용하게 되면 다양한 자아를 찾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더 잘 알아갈 수 있는 힘을 기른다. 상호작용의 경험이 쌓이면 소속에 대한 불안감은 줄어들고 남들보다 더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떠나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좋아하는 것이 많고 다양한 집단에서 생활하다 보면 흔들림이 생길 수 있는데, 그럴 때 자신을 지탱해줄 중심이 필요하다. 그 중심은 가장 먼 미래를 생각해봤을 때 쉽게 찾을 수 있다. 나의 경우를 예로 들면, 누군가 나의 장래에 관해 물을 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나는 백발의 할머니로 살 만큼 살아 내 삶에 더 이상 미련이 없고,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과 함께 하며 도움을 주고 있어” 내 삶의 중심은 모두가 함께 잘 사는 것이다. 중심을 찾으면 어떻게든 좋아하는 일들이 퍼즐 맞춰지듯 자리 잡고 어떤 변화가 생겨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나는 어려운 환경을 개척하고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함께 그림을 그리며 멋지게 옷 입는 할머니가 될 거다.

당신의 먼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

최수영 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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