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대개 인지적 인색자(cognitive miser)에 가깝다. 특히 외부의 대상에 대해서는 더더욱 단순하고 쉽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대학이라는 집단의 수준을 판단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정량적 지표(입시결과, 취업률 등)는 평가 기준이나 가중치, 범위 획정의 문제 등 여러 한계들을 차치하면 ‘객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성적 지표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하나의 공통된 기준을 세우기도 힘들뿐더러, 학교의 학풍이나 지역의 역사 등을 ‘객관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학 구성원의 의식을 보여주는 정성적 지표 중 하나는 대학 커뮤니티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대학의 커뮤니티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학교 공식 홈페이지에 있는 ‘복현의 소리’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에 있는 ‘에브리타임’ 게시판이다. 그러나 ‘복현의 소리’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운영 및 관리된다는 점, 작성자의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 등 때문에 커뮤니티로서의 자유로운 공론장이 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글의 작성 빈도나 조회수 등 구성원의 참여도도 전체 대학 구성원의 수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실질적으로는 ‘에브리타임’이 현재 우리 대학에서 가장 활성화된 공론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게시판에서 우리 대학 구성원들은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에 동조하거나 반대하기도 하면서 하나의 ‘여론’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에브리타임의 ‘실시간 인기글’이나 ‘HOT 게시글’을 보면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혐오표현을 통해 갈등을 조장하는 글들이 꽤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통제력이 행사되지 않는 커뮤니티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현상일 수도 있겠으나, 그렇다고 해서 바람직하다고는 할 수 없다. 구성원 개인에게는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집단 공동체에는 공공성의 저하를 초래한다. 사익과 공익 모두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다른 문제는 이러한 글들이 우리 대학을 드러내는 하나의 정성적 지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제3자의 시각에서 외부 집단을 판단할 때, 사람들은 그다지 많은 요소를 고려하지 않는다. 정보의 부족에서 오는 이유도 있겠지만, 전술했듯 인간은 ‘인지적 인색자’에 가깝기 때문이다. 즉 구성원의 많은 공감을 받은 글은 그 자체로 우리학교의 유력한 여론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이 구성원 대다수의 가치관을 반영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최소한 구성원 일부의 분명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는 말할 수 있는 것이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집단 구성원 스스로가 글을 쓰기 전에 조금 더 정제된 생각과 정확한 언어를 사용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기본적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칸트는 “‘해야 함’은 ‘할 수 있음’을 함축한다”고 한 바 있다. 우리 대학을 보다 나은 공동체로 만드는 길은 당신의 손끝에 달려있고, 당신은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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