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담긴 냄비를 불 위에 올린다. 몇 분 후 냄비가 수증기를 토해내며 물이 끓기 시작한다. 이때 개구리 한 마리를 끓는 냄비 속에 넣는다. 개구리는 뜨거운 물에 닿자마자 펄쩍 뛰어오른다. 이번에는 냄비에 개구리부터 넣고 물을 담는다. 그리고 방금과 마찬가지로 냄비를 불 위에 올려 물을 서서히 데운다. 과연 물이 끓기 전 개구리는 냄비 밖으로 탈출할 수 있을까? 놀랍게도 개구리는 물이 끓기 시작해도 냄비 밖으로 탈출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 서서히 끓어오르는 물속에서 개구리의 움직임은 점차 느려진다.

끓는 물 속의 개구리 실험. 변화하는 시대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뒤처지는 사람들을 비판하기 위해 종종 사용되는 예시다. 첫 번째 개구리는 빠른 환경의 변화에 즉각적으로 반응해 위기를 모면했다. 반면 두 번째 개구리는 천천히 바뀌는 환경에 안주하며 자신의 체온을 높이기 시작한다. 어느 정도 이상 물의 온도가 올라가면 개구리는 그때서야 위험을 알아채고 도망치려 한다. 하지만 개구리는 체온 변화를 위해 에너지를 소진한 상태다. 결국 두 번째 개구리는 냄비 안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3월 막바지에 접어든 이 시점, 학생사회도 실험 속 냄비처럼 끓었다 식었다를 반복하고 있다. 지난 8일 진행된 ‘2019학년도 상반기 제2차 재정회의’에 참관했을 때였다. 이날 재정회의에는 재정위원들의 요청으로 자치·상설 기구인 ▲도서관학생위원회(이하 도학위) ▲복현교지 ▲열린글터가 참여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해당 자치 기구들에 배정될 총학생회비 비율을 논의했다.

도학위는 기존에 받던 학생회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세입·세출 명세서와 사업 내용을 나름대로 자세하게 준비해 왔다. 재정위원들도 이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문제는 열린글터가 발언권을 가질 때부터였다. 재정위원들은 ‘학생들의 문화·인프라 구축’이라는 열린글터의 의의에 동의하지 못했다. 특히 한 학기에 60여 명 정도가 이용하는 조직에 3%씩이나 총학생회비를 배정한다는 사실에 논란이 일어났다. 가뜩이나 단과대학 학생회비가 대폭 줄어 재정위원들의 신경이 상당히 날카로워진 상황이었다. 복현교지 역시 마찬가지다. 한 학기에 한 번 발행되고 학생들 수요도 없는 교지가 왜 필요하냐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본교 상주캠퍼스 소속 학생회 역시 분노했다. 이들은 복현교지와 열린글터의 존재조차 몰랐기 때문이다. 결국 두 기관에 대한 총학생회비 배정 비율은 각각 0.5%로 대폭 줄었다. 이들은 다가오는 전학대회에서 예산 및 공간에 대한 인준 의결을 받게 된다.

“의의는 이해하지만 시대가 바뀌었잖아요”

 

지직거리는 회의 녹취록을 돌려 듣다 재정위원 누군가가 한 말이다. 시대는 바꾸려 노력하지 않아도 바뀌지만, 의의는 바꾸려 노력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 복현교지와 열린글터 두 기구는 학생들의 관심 부족과 공감대 형성 실패로 위기에 처했다. 해당 위원의 말을 빌리면, 이들은 시대라는 냄비 안에 갇힌 두 번째 개구리와 같은 상황이다.

이들을 마냥 비판만 하고 싶지는 않다. 냄비를 나가는 것은, 하던 걸 바꾸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어찌 보면 이들은 운 나쁘게 올해 위기를 맞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본지 역시 이 신문의 존재 자체를 아는 학우가 많지 않은 것을 감안할 때, 안심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다. 다가오는 전학대회까지 각 자치·상설기구는 바뀌는 시대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생각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개구리의 최후가 어떤지 안다면 말이다.

유동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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