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최근 현행 낙태죄는 위헌(잠정적용 헌법불합치)이라고 결정했다. 2012년 합헌 결정 후 7년 만에 판례가 변경된 셈이다. 이번 결정으로 국회는 개정안을 2020년까지 마련해야 한다. 잠정적용 헌법불합치결정은 해당 법률 조항이 위헌이지만 바로 법을 없앨 시 사회적 혼란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법 개정이 이뤄질 때까지 법을 일시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낙태는 원칙적으로 범죄행위이고, 예외적으로 모자보건법에서 정하는 사유(산모가 건강을 해하거나, 부모에게 유전적 질환, 전염병이 있는 경우, 강간으로 인한 임신인 경우 등)가 있으면 허용되어 왔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낙태가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사유인 사회, 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낙태의 허용 여부와 관련한 긴 논란은 바로 이 사유를 허용할 것인지에 관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태아의 생명권을 산모의 임신 중절에 관한 자기결정권에 대한 관계에서 임신 기간을 불문하고 우선시했다. 사회, 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여 사실상 낙태를 전면 자유화하게 되면 비록 허용기간의 제한을 두는 방식으로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 해도 허용기간 내에서는 아무래도 태아의 이익을 대변해 줄 수 있는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 사회, 경제적 사유를 전면 불허함으로 인해 법적으로 허용되는 낙태를 할 수 없어 결국 불법낙태를 양산하는 현실을 마냥 좌시할 수는 없었다. 

현시점에서 낙태문제에 관한 세계 각국의 대체적인 흐름은, 임신한 여성들에게 정부가 소위 ‘result-open counseling’(임신한 여성에게 낙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상담)을 제공함으로써 국가로 하여금 생명체 보호라는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를 성실히 수행토록 함과 동시에 임신 여성 스스로 낙태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건전한 사고 능력을 배양하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위와 같은 방식으로의 제도적 변화는 여성들이 어머니가 될지 말지에 관한 결정을 함에 있어 자율권을 갖는 온전한 기본권 주체로 대우받는 것을 전제로 이를 적극적으로 보장하여야 한다는 사고가 바탕에 깔려 있다. 이러한 제도가 안착되기에 이른 것은 사회적으로 낙태와 관련하여 가정과 사회에서의 여성의 지위와 역할을 두고 격렬한 갈등과 논쟁이 있었음을 의미하며, 그 논쟁 속에서 여성의 권리가 진작되었음을 의미한다. 결국, 태아를 보호하고자 하는 국가적, 사회적 의무를 충족시킴과 동시에 여성의 자기결정권도 보장하기 위해 도입한 ‘result-open counseling’제도는 향후 우리나라에서도 낙태를 둘러싼 사회적 분열 양상을 완화시키고 보다 성숙한 시민사회로 발전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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