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이다’, ‘리얼하다’는 우리가 평소 흔히 접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리얼리티(reality)’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우리는 리얼리티라는 단어를 흔히 ‘외관이 닮은 것’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예를 들어 우리가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이나 트롱프뢰유(trompe-l’oeil)한 작품을 접할 때 ‘진짜 같다’고 여기지만, 반면 큐비즘(cubism)이나 인상주의 작품을 접할 때 그렇지 않음을 느끼는 것이 있다. 이처럼 우리가 ‘외관이 닮은 것’을 기준으로 ‘리얼리티’로 받아들이는 이유는 인류가 자연에 대한 광학적 투사에 매력을 느끼며, 그러한 그림 또는 세계가 자연과 같다는 것에 동의하거나 거의 그렇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직 외관이 닮은 것만이 진정한 리얼리티를 의미하는 것일까? 아니다, 사전에서도 리얼리티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 ‘겉보기만 그런 것이 아닌 진짜’라는 의미를 명시한다. 영국의 표현주의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은 “이미지는 가능한 정확하게 창조자의 ‘신경계’에서 나와야 하며, 이미지는 관람자의 ‘신경계’에 호소해야 한다”고 말한다. 베이컨은 ‘이미지는 눈과 연관되어 있으며, 리얼리티도 그곳에서 나온다’는 통념을 거부하며, 이미지가 시각계가 아닌, 어쩌면 신경계와 소통하고 있음을 피력한다. 이는 과거 중국에서, 회화에 필요한 요소로 ‘눈’과 ‘손’에 이어 ‘마음’을 언급한 것에서도 발견된다. 이처럼 과거에서부터 리얼리티는 피상적인 외관만을 닮은 것이 아닌, 시각 세계로부터 초월한 그 이상의 것으로 도약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렇다면 광학적 투사의 대표적 사례인 사진은 진정한 리얼리티를 충족하는 것일까? 흔히 사람들은 광학적 투사를 리얼리티라 믿기 때문에 ‘사진이 그림보다 리얼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류는 회화보다 경제적으로 리얼리티를 담는 방식인 사진의 등장으로, 기존의 방식인 회화가 멸종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회화는 멸종하지 않고 오히려 그 가치를 입증하는 추세다. 이에 대해 영국의 팝 아트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는 “사람들은 세계가 사진처럼 보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진은 기하학적으로 대상을 보지만, 우리는 대상을 기하학적, 심리적, 주관적으로 본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사진은 세계로부터 빗나간다.”고 말한다. 베이컨 또한 “사람의 외관에 대한 감각이 기계적인 기록방식인 사진과 영상에 의해 공격받으며, 우리에게 사실로부터의 거리감을 준다”고 말한다.

 이처럼 많은 현대 예술가들은 진정한 리얼리티를 포착하기 위해, 실재를 분명하게 기록하여 형상을 리얼한 방식으로 느끼게 할 방법을 고뇌한다.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아일랜드의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의 글, “당신은 당신이 사랑하는 것을 죽인다”처럼 예술가가 외관의 기록에 왜곡을 가하면, 이 왜곡된 형상은 외관을 초월한 상태로 근본적인 형태를 향해 파고들어서 비로소 실재를 열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인류는 더 리얼한 리얼리티를 위해, 진실보다 더 진실한 거짓을 만든 것이다.

장창영

(경상대 경영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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