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새 학기가 시작한 지도 두 달이 지났다.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온듯 만듯했던 봄이 환한 꽃과 함께 스리슬쩍 우리 곁을 스쳐가고, 여름이 얼굴을 내미는 듯하다. 다가오는 더위와 달리 학생 사회를 향한 본교 학생들의 관심은 점점 꺼져가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경북대신문 1626호 4, 5면에 실린 2019 학생 대표자 인터뷰는 몹시 반갑다. 인터뷰를 읽어보면 각 단과대학 학생회장으로 출마한 이들이 갖고 있는 학생 사회에 대한 걱정이 고스란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여러 이유로 작년 11월 치러진 선거에 출마하지 않고 보궐선거에 출마하여 당선된 학생회장들이 꽤 있다. 그러나 이들은 학생회와 학생사회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잘 꾸려가기 위하여 큰 결단을 내렸다. 이들이 내건 공약이 오롯이 학생 공익과 단과대학의 창조적 발전을 향해 있는 것을 보노라면 학생사회의 공공성에 얼마나 애정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학생들이 학생 사회를 가꾸려는 책임을 기피하고 공적 업무에 부담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 공공성에 대한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대학생들은 사회가 일률적으로 설정한 학생 개인의 사적 역량을 성취하는 데에 급급하다. 그러나 우리가 나아갈 사회에 관심을 갖고 공익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그 문제는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와 우리를 괴롭힐 것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본교 인권 서포터즈단이 출범했다. 앞서 언급한 공공성 향상을 실천하는 하나의 좋은 방법이다. 본교는 지난해의 미투 사건에도 불구하고 성폭력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데다 성폭력 가해자를 승진 대상에까지 포함시켰다는 이유로 지난 3월 14일 대구여성조직위원회로부터 ‘성평등 걸림돌상’을 받았다. 경북대학교의 여권 의식이 얼마나 가볍고 여권 보호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증명한 셈다. 앞으로 인권 서포터즈단의 다양한 활동으로 본교의 미미한 여권 의식이 조금씩 바뀌어나가기를 희망한다.

학교에 입학한 지 3년이 되었는데, 올해만큼 꽃을 오랫동안 행복하게 음미한 적은 없었다. 학교가 산책하기 꽤 괜찮다는 걸 깨달은 지 얼마 되지 않기도 했지만, 역시 중간고사가 한 주 밀린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늘 4월 셋째 주에 중간고사를 치르는 바람에 꽃이 한창 피는 시기에 마음 편히 꽃을 감상할 수 없었는데 말이다. 어찌 됐건 이번 봄에 꽃을 만끽하면서 가진 의문이 있었다. 이 꽃의 이름이 뭘까?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지나가다 아름다운 꽃을 보면 꽃 사진을 찍어 이름을 알아내는 작가를 보았다. 김춘수 시인의 <꽃>에서도,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하지 않는가. 이 꽃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면서 이름조차 모른다면 그 꽃에 대한 예의가 아닌 듯하여 이번 봄부터는 꽃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신문 8면에 다섯 종류의 꽃과 그 이름이 소개되어 있어 괜히 반가웠다. 꽃이 피어 풍경이 아름다울 때 SNS에 올릴, 소위 ‘인생샷’ 찍기에 골몰하여 그저 스치지 말고, 꽃의 이름을 한 번 불러 나의, 세계의 의미를 다르게 찾아보는 건 어떨까?

정채연

(인문대 국어국문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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